2011.11.03 00:16
[티끌모아 로맨스]의 두 주인공들은 험악한 대한민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밑바닥에 살고 있습니다. 남자주인공 천지웅은 잔돈 50원이 부족해서 콘돔도 사지 못하는 청년백수이고, 여자주인공 구홍실은 빈병줍기에서부터 연예인 서명 위조에 이르기까지, 돈 벌기 위해 안 하는 게 없는 짠순이지요. 천지웅이 방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입장이 되자, 동네 이웃인 구홍실은 두 달간의 동업을 제안합니다. 물론 구홍실에게도 갑작스럽게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영화를 얼마나 즐겁게 보실지는 모르겠군요. 두 주인공이 처해 있는 상황은 웃으면서 보기엔 너무 처량해요. 척 봐도 둘은 바닥까지 떨어진 루저입니다. 그 중 살짝 야무져 보이는 구홍실도 상어들이 우글거리는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조금 더 큰 물고기일 뿐이죠. 이들에게 앞으로 닥칠 위기는 너무나도 노골적이라, 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 걱정부터 해야 했습니다.
예상보다 가차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해서 코미디로 끝나지만, 딱 이런 스펙과 이런 능력만을 가진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챙길 수 있는 것 이상은 주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도 제대로 주지 않죠. 그나마 타고난 이점이 있다면 이들이 한예슬과 송중기처럼 생겼으며 서로와 연애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그것도 그렇게 부럽지는 않더군요.
캐스팅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한예슬과 송중기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예상보다 잘 어울립니다. 송중기의 부잣집 아들 같은 외모는 천지웅의 대책없는 성격을 강조할 뿐입니다. 인형 같이 예쁜 외모 때문에 다들 무시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한예슬은 원래부터 현실적인 이미지였고요. 이들은 모두 별다른 이미지 충돌없이 캐릭터와 환경에 녹아듭니다. 호흡도 좋고 같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있습니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정직한 영화입니다. 코미디를 위해 현실을 뒤틀지도 않고 불가능한 꿈을 심어주지도 않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가 종종 지나치게 뻑뻑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결국 관객들이 극장 안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한 것에 불과할 수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우직한 성실함은 장점으로 기능하는 것 같습니다.(11/11/03)
★★★
기타등등
원래 제목이 [태어나긴 했지만]이었죠. 당연히 카피 제목. 지금 제목이 특별히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카피 제목보다는 백배 낫지요.
감독: 김정환, 출연: 한예슬, 송중기, 이상엽, 신소율, 다른 제목: Penny Pincher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Penny_Pincher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1316
2011.11.03 00:37
2011.11.0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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