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의 푸른 산호초와 '일뽕'

2024.07.10 17:11

Sonny 조회 수: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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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 글에서도 그렇고, 콜라보를 했던 무라카미 다카시에 대해서도 그렇고 종종 괴상한 집단적 반응이 일어난다. 일본에 대해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이 엄청난 친일인 것처럼 알러지를 일으키며 그것을 애국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여초커뮤니티에서 왜 이렇게 일본을 문화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쓸데없는 적개심을 불태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츠다 세이코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게 어떻게 "친일"이 되고 "일뽕"이 되는가? 일본의 대단했던 부분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과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은 전혀 궤가 다른 행위다. 그런데 더쿠나 여성시대 같은 여초커뮤니티는 일본이란 국가의 어떤 부분에 대해 친밀감을 표하면 무조건적으로 언짢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반국가적, 반역사적 행태로 몰아간다. 이럴 때마다 "집단지성"이란 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체감한다. 모든 커뮤니티니는 반드시 어떤 비합리적인 감정을 숫자로 밀어붙이고 그걸 정의라는 명목으로 표백한다.

이런 행태가 웃기는 이유는 이것이 선택적 불매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에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고 그에 대한 충분한 사죄나 배상을 하지 않았으니 불매해야한다는 논리라면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여행 다 다녀오고, 일본의 맛집이나 온천 같은 핫스팟 정보는 공유하면서 일본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매국노 행위인양 날뛰는 게 얼마나 편의적인 선택인가. 일본(인)에 대한 어떤 정보를 불매하는 것이 대단한 정의인 양 떠들면서 본인들은 신나게 일본 여행을 다녀온다. 그리고 일본 연예인이나 만화, 애니, 영화 같은 것들을 소비한다. 어떤 텍스트로 일본을 이해하는 것만을 거부하는 행위는 애국심과 아무 상관도 없다. 그건 그냥 본인의 무지에 쓸데없는 가치를 부여하는 미신적 행위일 뿐이다.


완전한 불매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완전한 불매가 의미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불매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정보의 통제나 자발적 몰이해라면, 그건 그냥 반지성적 행위에 불과하다. 마츠다 세이코를 모르고 하니의 푸른 산호초를 좋아할 순 있다. 그러나 푸른 산호초가 어떤 노래이고 마츠다 세이코가 누구였는지 호기심을 갖고 이를 더 알려고 하는 행위는 국가적 가치와 아무 연관도 없다. 그건 그냥 순수한 호기심이며 무언가를 더 깊게 이해하고 감동받고자 하는 문화적 본능일 뿐이다. 커뮤니티에서 어떤 정보를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거기에 의미부여를 한다고 해서 한국의 가치가 올라가고 일본의 역사적 폭력이 올바르게 승화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무슨 댓글로 반감을 표시하고 거기에 의미부여를 하는 짓거리다. 왜 멀쩡한 문화적 이해와 교류에 쓸데없는 라벨링을 하고 있는가?

이런 행태에서 내가 징그럽게 여기는 건 끝내 자본주의는 포기못하는 그 마음과, 한국이 외국인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뒤틀린 국수주의다. 일본은 밉지만 일본인에게 사랑은 받고 싶고, 일본인이 뭘 왜 좋아하는지는 무시해도 일본인들이 한국에 돈은 많이 써줬으면 좋겠고. 애국심으로 가장한 이 적나라한 천민자본주의에 학을 뗀다. 일본 사람들이 뉴진스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느끼며 국적을 초월한 문화적 우정의 가능성을 더 믿을 순 없는 걸까? 오로지 숭배의 대상이 되고 돈을 빨아들이고 싶어하는 그 나르시시즘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형태를 이루는 게 기이하다. 고작 한 연예인이 부른 노래의 백그라운드를 아는 것에 언짢아질 정도라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나 일본의 네이버 라인 강제적 흡수에 더 열을 올리고 애국의 목소리를 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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