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0 23:34
스티븐 코스탄스키의 [싸이코 고어맨]은 1980년대 영화인 척 하는 2020년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구니스] 같은
난폭한 PG-13 청소년 영화를 보며 자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봤던 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 것이죠.
요샌 이것도 장르가 된 것 같습니다. 이는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돌파구가 되기도 해요. 레트로
영화를 핑계로 티가 팍팍 나는 투박한 특수효과를 써도 되니까요.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투박한 재래식 특수효과처럼
보이는 것들 중 상당수는 CG일 겁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미와 루크라는 남매입니다. 오빠인 루크는
성격 안 좋은 동생 미미에게 늘 구박당하고 있죠. 자기네들이 직접 만든 크레이지 볼이라는 게임에서 진 루크는
벌로 마당을 파다가 그만 사악한 외계인 괴물과 그 괴물을 조종할 수 있는 보석을 발견합니다. 보석은 미미에게
넘어가고, 미미는 그 괴물에게 싸이코 고어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노예처럼 부려먹습니다.
1980년대 영화처럼 보이지만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 영화입니다. 80년대식 스플래터 영화 스타일로 과장된 폭력과
신체 손상 묘사가 나오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죠. 하지만 영화는 이를 청소년 영화와 결합시킵니다.
SF/판타지 설정에 말려든 가족이 모험 중에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가족주의적인 이야기를 꽤 그럴싸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둘이 결합하면 온전하게 한쪽에 수렴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어긋난 상태에서
끝날 수밖에 없고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지요.
당연히 초반 10분만 보면 영화가 무슨 게임을 하려 하는지 보입니다. 일부러 가서는 안 되는 길을 악동처럼
가는 영화니까요. 그런 태도 자체가 매우 악동스럽긴 한데, 그 때문에 오히려 계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호오도는 관객들이 이 뻔한 계산에 넘어갈 생각이 있느냐와 연결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그 계산이 눈에 보이더라도 재미있게 본 편입니다. 아무리 얇은 계산이 보여도 그 이 태도 자체는
진짜라고 생각되었거든요. 수많은 1980년대 청소년들이 PG-13의 제한 때문에 안전하게 봉합되었던
영화를 보면서 더 막 나가는 결말을 꿈꾸지 않았겠어요? [싸이코 고어맨]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상상했을 법한 결말이 있습니다.
(21/08/10)
★★★
기타등등
왓챠에 있습니다.
감독: Steven Kostanski,
배우:
Nita-Josee Hanna,
Owen Myre,
Adam Brooks,
Alexis Hancey,
Matthew Ninaber,
Kristen MacCulloch,
Steven Vlahos,
Reece Presley
다른 제목: PG: Psycho Gore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25244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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