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지를 봤습니다. 점심무렵이었어요, 강남교보앞 할리스에서 죽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촬영기구들이 들이닥치더니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하더군요. 조금있다보니, 머리를 좌우로 예쁘게 땋은 노란옷입은 귀여운 소녀가 한걸음씩 계단을 올라오는데, 뒤늦게 알고보니 애프터스쿨의 리지였습니다. 

처음에는 한승연인 줄 알았어요. 한승연이 언제 한국엘 왔지? 하다가 '몽땅내사랑' 시트콤 촬영 중인 걸 알고는, 아차, 리지가 나온다던 그 시트콤이구나 했죠. 뒤쪽에서 엑스트라 역할을 수행하며 한참동안 촬영현장을 구경했습니다. 고작 몇 컷 뿐일 장면임에도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고, 열정이 감돌더군요.

그러다 리지가 제 옆 테이블로 왔습니다. 잠깐 쉬는 타이밍이었나봐요. 코디랑 디카로 사진도 찍고, 매니저랑 이야기도 나누더군요. 카페 알바하는 친구들은 다가가서 싸인도 받던데 리지는 무척 친절하게 응대해주었습니다. 저도 싸인을 받고 싶었는데, 그 싸인 받아봐야 결국 종이 쪼가리일 뿐이고, 스캔해서 블로그에 올려 자랑하는 것도 웃기고, 하는 이런저런 생각에 그냥 그 순간을 놓쳐버렸네요..

돌아보면 일전에 홍대 brown scent에서 전도연을 만났을 때도 그랬어요. 힐끔힐끔 쳐다봐도 밝은 미소로 답해주시던 전도연님께 다가가, "해피엔드 시절부터 팬이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언젠가 레알 뉴요커는 카페에서 할리우드 셀레브리티를 봐도 아는척도 안한다더라는 류의 설레발을 듣고는 연예인만났다고 흥분해서 열광하는 게 좀 후지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습니다. 제 본심은 그게 아닌데도요.

집에 와 생각하니, 제 평생 다시 리지를 만날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후회가 앞서네요. 종이로 된 싸인이 별 소용없다면, 그냥 갖고있던 애플 키보드 뒷면에라도 받을 걸. 아니, 싸인이 별로 중요한게 아니라면, 그냥 다가가서 "리지 실제로보니 정말 예뻐요"라고 말이라도 전할 걸. 쑥스러움을 이기고 다가가 악수라도 청했다면 좋은 추억이라도 됐을텐데. 이래저래 아쉽네요. 하고픈대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제가 못나보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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