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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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봤던 한국 호러 영화 '신체모음.zip' 생각나는 제목이네요.)



 - 자기 몸집만한 인형을 안은 여자 아이가 뭔가에 쫓겨 도망치다가... 죽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정신 사나운 편집으로 서양의 신문, 영상 같은 게 막 나오는데 뭔가 대충 '신체 찾기'라는 오컬트 놀이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얘기인 듯 해요.

 장면이 바뀌면 일본. 우리의 주인공 아스카는 참 귀여운 외모에 성격도 밝아... 보이는데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전교의 은따네요. 딱히 괴롭힘은 없지만 아무도 말을 안 걸고 본인도 포기하고 대충 울적하게 하루를 보내요.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왠 어린 여자 아이의 모습이 나타나 '찾아줘...' 라고 한 마디 하고는 사라져 버리고. 그 날 밤 자정이 되니 영문을 알 수 없게 학교 구석에 있는 공사 중인 예배당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같은 반 학생들 다섯이 추가로 와 있습니다. 다들 아스카처럼 영문을 몰라 하다가... '붉은 사람'에게 하나씩 사냥 당해 처참하게 죽고 마지막엔 아스카도 죽어요. 그리고... 다시 같은 날 아침이 시작됩니다. 이게 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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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극중 설정이 친구 없는 은따라지만 남학생들이 이 분을 놓고 "저런 애는 줘도 안 가진다."는 대사를 치는 걸 보곤 이건 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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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말 해보라구요 휴먼! ㅋㅋㅋㅋㅋ)



 - 뭐 대충 뻔하겠죠. 루프물입니다. 계속해서 그 날 하루가 반복이 되고, 그 날 밤 자정이 되면 모두 학교로 소환되어 '신체 찾기'를 강요 당하는데. 멤버들 중 왕따 오타쿠 학생이 검색으로 찾아낸 정보에 의하면 예배당에 놓인 관짝의 모양에 맞는 시신 조각들이 학교에 숨겨져 있고 그걸 모두 찾아낼 때까진 무한히 그 날 하루가 반복된다는 겁니다. 다만 탐색 활동은 자정에 소환되었을 때만 할 수 있고, 이 때는 그 '붉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주인공들을 사냥해서 잔인하게 죽여요. 

 그러니 앞으로 흘러갈 이야긴 뻔하지 않겠습니까? 대낮에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작전을 짜고. 밤에는 신체 찾기에 도전하고. 이 패턴을 반복하면서 멤버들은 서로 가까워지고, 주인공의 왕따 라이프도 끝이 나고... 뭐 이런 거겠죠. 그렇긴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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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 많이 흉한 호러씬들을 다 제외하고 나면 올릴 수 있는 짤이란 게 고작 이런 것 정도 밖엔...)



 - 당황스러운 건 이 영화가 호러 만큼이나 주인공들의 청춘 로망스(...)에도 진심이라는 겁니다. ㅋㅋㅋ 아니 까놓고 말하면 이게 호러물 토핑을 듬뿍 뿌려 놓은 청춘물에 가까워요. 중반부의 전개를 보면 정말로 그냥 청춘물이라니깐요. 중반엔 주인공들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자정 탐색의 효율이 높아진다... 라는 걸 보여주는 긴 몽타주가 한 번 나오는데, 정말 희망차고 밝은 음악을 깔아 놓고 주인공들이 신나게 학교를 누비고, 그러다 '아이고 아깝다!' 정도 느낌으로 하나씩 죽어나가는 걸 일일이 보여줘요. 이건 대체 뭘까. 난 무슨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가. 이 영화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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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괜찮아!! 청춘이니까!!!!)



 - 에. 몹시 의외로,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ㅋㅋ 왜냐면요.

 일단 주인공들 캐릭터가... 뭐 얄팍합니다. 딱 일본 장르물, 특히 학원물에 나올 법한 클리셰 캐릭터들 출동이긴 한데 다들 동글동글하면서 정 주기 좋게 빚어져 있어요. 각자 나름 사정이 있고 입지가 다르고 하지만 '알고 보면 착하고 좋은 놈'들이고. 일본 영화답게 하나 같이 다 예쁘고 귀엽게 생겨가지고선 영화 내내 참 보기 좋게 착한 행동들을 하고 착하게 서로를 돕고 노력하고 그래요. 그리고 이들이 괜찮은 놈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참 전형적이면서도 깔끔하게,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서 금방 정들고 응원할 맘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청춘물 파트는 그럭저럭 통과... 구요.


 호러씬들이 의외로, 기대보다 꽤 좋습니다. 일단 첫 소환 후 주인공 무리가 전멸하는 부분까지의 연출이 아주 좋아요. 귀신 자체는 전형적인 일본 귀신이고 비주얼고 그냥 평범한데요. 어쨌든 이 녀석이 주인공 무리들을 하나씩 처단하는 장면들이 꽤 박력 있고(!?) 나름 참신하게 연출이 되어서 재밌었어요. 이렇게 호러 기대치를 높인 후에 갑자기 청춘물로 변신을 해 버리긴 하지만 어쨌든 좋았구요. ㅋㅋㅋ 이후에도 클라이막스 직전까진 나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게 청춘물 쪽에 진심이다 보니 결국 캐릭터들에 정이 들잖아요. 그런 부분이 클라이막스 결전 장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주겠죠. 그래서 도입부에 비해 좀 시시했던 클라이막스... 지만 나쁘지 않게, 나름 긴장하며 '대체 몇 명이나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열심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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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러니까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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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영화....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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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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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 찾기'라는 제목의... 호러 영화가... 맞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 원작이 소설이라는데요. 무려 4부까지 이어진 기나긴 이야기... 이고 이런 류의 일본 소설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뭐가 얼키고 설키고 반전에다가 무슨 세계관 같은 것에... 꽤 길고 복잡한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이걸 100분짜리 영화 한 편에 때려 박는 건 불가능했고. 그래서 기본 설정과 몇몇 캐릭터들을 제외하곤 거의 새로 창조해내다시피 했나 봐요. 당연히 원작 팬들에겐 작살나게 욕을 먹었겠죠. ㅋㅋ

 근데 그렇게 재창조를 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생략'을 좀 격하게 시전해버렸나 봅니다. 당연히 설명 되어야 할 부분들(예를 들어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주인공들을 선발해서 이 난리를 떠넘겼는가... 와 같은)이 설명하려는 시도 조차 없이 그냥 끝이 나 버려서 의아해지는 게 있구요. 주인공들 감정이나 관계 변화 같은 것도 지나치게 빠르고 쉬운 느낌이 있어요. 어떻게 봐도 이야기가 탄탄하고 매끄럽다... 는 평가는 할 수 없는 영화구요.


 또 막판에 가면 청춘물!!! 이 격하게 강조되어서 스스로 개연성과 재미를 좀 많이 잡아 먹습니다. 당장 살아 남고 또 귀신을 처치해야 할 상황에서 어쩌다 간신히 찬스를 얻었는데, 그 순간에 주인공들이 청춘물의 로망을 보여주느라 바빠서 기회 다 놓치고 쓸 데 없이 죽어 나간다거나... 이래요. ㅋㅋ 그러니 그 '청춘 드라마'도 좀 하찮아지고, 호러물로서의 공포나 긴장감도 휘발되어 버리고. 분명히 그렇게 얻는 것 없이 뻘짓만 하는 전개가 있습니다. 아주 잘 만들었단 말은 못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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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최종 결전의 마지막 순간에 주인공이 하는 행동은 보는 사람을 좀 많이 화나게 합니다... ㅋㅋㅋㅋ)



 - 하지만 뭐... 전 원작 안 읽은 사람이니 원작 파괴에 대해선 아무 불만이 없구요.

 호러 보다 청춘, 성장물 느낌이 강한 것도 따지고 보면 영화가 택한 길일 뿐 그 자체는 단점이 아니겠죠. '해피 데스 데이' 같은 영화도 있는데 그 영화는 그래서 재밌고 이 영화는 그게 단점이라고 말할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입부 호러씬이 기대보다 괜찮아서 그보다 좋은 장면들이 끝까지 나오지 않아 버린 것이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도입부 한 번이라도 썩 괜찮은 호러 장면들 보여줬으니 칭찬해 주고요.

 문제의 청춘물 파트도 유치찬란한 건 사실 배우들 비주얼 때문이든 뭐든 재미는 있었어요. 얄팍하지만 제대로 연출했달까...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뭐 호러와 청춘물을 정말 자연스럽게 잘 섞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서로 따로 놀아도 각각의 퀄이 준수하니 어쨌든 즐길만은 했습니다. 일본 청춘물, 호러물 둘 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어쩌면 재밌게 보실지도 몰라요. 일단 저는 기대보단 재밌게 잘 봤습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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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시모토 칸나는 귀여우니까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아니 이게 이럴 일인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 6인방은 급속도로 친해져서 반복되는 하루를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너드 멤버의 불꽃 검색 + 본인들의 목숨 값으로 얻은 정보를 활용해서 신체 수색도 거의 성공하구요. 그런데 이게, 거의 다 찾았는데 머리통이 죽어도 안 나오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미 학교 안엔 더 이상 뒤질 곳이 없는데... 그래서 또 다시 발동된 너드 학생의 능력으로 자기들이 찾고 있는 신체의 주인공을 알아내구요. 그 아이가 목숨을 잃었던 저택을 찾아가 봅니다만. 딱히 도움이 되는 정보는 얻은 것 없이 귀신님 화만 내게 만들어 버렸네요. 그동안 내내 주인공들을 쫓던 '붉은 사람'이 그 날 밤부터 거인 사이즈의 괴물이 되어서 덤벼대고... 결정적으로 죽을 때 이 괴물에게 '잡아 먹혀' 죽으면 다음 날 반복되는 하루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지워져 버립니다. 그러니 다음 회차 도전할 땐 동료가 줄어 있겠죠. 뭐... 이렇게 되는데요.


 이때 주인공이 그동안 내내 의심스러웠던 도서관 사서 선생을 다그쳐서 새로운, 그리고 즐겁지 않은 사실을 알아냅니다. 알고 보니 이 분도 오래 전에 이 게임을 경험했던 사람이었구요. 자기는 결국 클리어 성공해서 살아남았는데... 문제는 그렇게 성공하고 나니 본인과 함께했던 동료들은 이 '신체 찾기' 동안 쌓았던 추억(...)들에 대한 기억이 싹 다 지워져 버렸다는 거에요. 그래서 예전처럼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 대충 살다 졸업하고 다 흩어져 버렸다고.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그동안 자신들이 쌓은 추억을 떠올리며 슬퍼하겠죠. 게다가 얘는 원래 따돌림 당하던 녀석이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동료들 중 가장 잘생긴 녀석과 이미 서로 고백만 안 했지 연인이나 마찬가지 관계가 되었는데! 이걸 다 잊어야 한다니!! 라고 슬퍼하며 방금 들은 얘길 그 훈남에게 털어놓구요. 우리 훈남님은 다정하게 주인공을 안아 주며 '내가 꼭 기억할게!' 라고 약속하고, 약속의 징표로 자신의 넥타이핀을 건네고, 키스를 해줍니다.


 그리고 그때 주인공에게 찾아 온 깨달음 덕분에 주인공 팀은 마지막 신체 부위인 머리통의 위치를 짐작하게 돼요. 다름 아닌 자기들을 쫓아다니는 괴물의 머리통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대담하게도 학교의 기물들을 잔뜩 활용해서 괴물을 가둘 트랩을 제작하고, 작전을 시작합니다만. 당연히 일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어찌저찌 꼬이고 꼬인 상황에서 다들 자신을 희생하며 서로를 구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마지막엔 다 죽고 주인공 홀로 남아 미션을 클리어합니다. 아멘.


 다음 날, 당연히 루프는 풀렸고 등교를 해 보니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루프 동안의 기억을 잃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참 헛헛해지려는 찰나에... 원래 학급 반장이 '내일 하자'고 했던 학급 문화제 진행 위원 추첨이 진행되고. 참으로 편리한 운명의 힘으로 주인공팀 여섯 명이 진행 위원 여섯 명으로 당첨되네요. ㅋㅋ 그래서 여섯이 서로 어색하게, 투덜거리며 회의 하러 가던 길에 주인공의 주머니에 있던 넥타이핀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그걸 주워드는 건 당연히 훈남님이시고, 곧 봉인된 기억을 풀어 버린 그 분께선 주인공에게 '나, 기억해냈어!' 라고 말하구요. 감격에 찬 미소를 짓는 주인공의 표정을 화면 가득 잡아주며... 엔딩입니다.


 +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우리의 진행 위원 여섯 분이 곧 절친이 될 거라는 뉘앙스의 사진이 한 장 나오구요.

 ++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쿠키로 갑자기 주인공 아스카가 '신체 찾기'의 대상이 될 거라는 암시가 나오면서 끝이 납니다만. 이 영화 흥행이 잘 안 됐다네요. 게다가 이미 개봉 후 2년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 없는 걸 보면 역시 속편은 안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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