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7 23:30
전 한국 상업 호러 영화는 모두 리뷰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김동헌의 [뒤틀린 집]은 보고 타이밍을 놓쳤어요. 오늘 씁니다.
전건우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작은 시놉시스 단계에서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책도 영화 개봉과 거의
동시에 출판되었습니다. 책은 아직도 안 읽었는데, 영화는 그렇게까지 원작의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아요. 솔직히 왜 이런 이야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요.
귀신들린 집 이야기입니다. 딸 둘, 아들 하나를 둔 가족이 도시 외곽의 전원주택으로 이사옵니다. 아빠는
작가인데 표절 논란 때문에 몰락했고 가족은 경제적으로 힘들죠. 그래서 아파트를 팔고 이 집으로 이사온
것인데, 이런 입장의 사람들이 고를 법한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당연하죠. 이 집은 [장화, 홍련]
하우스. 그러니까 한국 호러 영화를 위해 세팅된 공간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집에는 비슷한 가족이 끔찍한 일을 겪은 사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싼 값에 가족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설정이겠죠. 큰 딸은 귀신을 보기 시작하고 그렇지 않아도 불안했던 엄마는 창고에
들어간 뒤 귀신에 들립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가족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집니다. 이 비밀은
당연히 스포일러인데, 그렇지 않더라도 굳이 언급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일단 관객들이 절반 이상은 영화 초입부부터
눈치해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홍보팀에서는 이 영화를 [컨저링] 시리즈를 엮었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귀신들린 집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걸
제외하면 전혀 달라요. [컨저링]은 사실성에 충실한 작품이잖아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일상성의 배경이 존재하기
떄문에 귀신들이 더 무섭지요. 하지만 [뒤틀린 집]의 세계는 거의 모든 게 한국 호러 영화 장르의 클리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장화, 홍련]과 일대일로 경쟁할 정도의
퀄리티는 쌓을 각오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럴 각오를 보여주기는 커녕 클리셰들을 엮는
것만으로 힘겨워합니다.
장르 베테랑인 서영희는 언제나처럼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 경우에는 배우의 노련함이 오히려
영화의 진부함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고 맙니다. 호러 배우로는 큰딸을 연기한 김보민(김시아의 동생이라고 합니다)이 더 좋습니다.
캐릭터의 기능성을 고려해 보면 어른 대신 큰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22/09/17)
★★
기타등등
1. 감독의 전작은 기독교 영화인 [기도하는 남자]입니다. 이 영화 전에도 이 장르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군요.
2. CGV 목동에서 봤습니다. 거기서, 정확히 말하면 거기가 CGV였을 때 본 마지막 영화입니다. 거긴 메가박스
부티크가 된다더군요.
감독:
강동헌,
배우:
서영희, 김보민, 김민재, 조수향, 박혁권, 오지훈,
다른 제목: Contorted
IMDb https://www.imdb.com/title/tt2126350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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