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8 10:04
[잔 다르크]는 브뤼노 뒤몽의 두 번째 잔 다르크 영화입니다. 몇 년 전에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이라는 영화가 나왔었지요. 잔 다르크를 연기한
주연배우도 같습니다. 제가 프랑스 김새론이라고 부르는 리제 레플라-프뤼돔요.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에서 레플라-프뤼돔은 아역이었고
중간에 잔 브와쟁에게 역을 넘겨 주었으니 아주 앞뒤가 맞지는 않기는 합니다. 여담이지만 여전히 너무 어리고요. 하지만 이 두 영화를
전편과 속편이라고 부르는 것도 좀 어색합니다. 원작을 따지고 보면 샤를 페기는 이 영화의 원작인 [잔 다르크]를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보다
먼저 썼더군요.
일종의 프리퀄이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은 잔 다르크가 전쟁에서 첫 패배를 맛보고 화형에 처해질 때까지를
그리고 있지요. 그렇게 엄격하게 고증에 신경을 쓴 작품은 아니지만 (잔 다르크가 갇힌 감옥은 아무래도 제2차 세계대전 즈음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유물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내용 자체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상당히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잔 다르크 오타쿠였던
원작자가 가장 잘 알겠지요.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시적인 원작을 갖고 만든 프렌치 팝 뮤지컬이었지요. 이상하지만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분명한
스타일을 갖고 있었습니다. 1세기 전 시인의 정갈한 언어가 학예회처럼 어설프고 거친 연기와 춤, 노래가 마구 충돌하는. 하지만
[잔 다르크]는 조금 절제를 하고 있습니다. 저번 영화는 어린 여자아이가 겪는 신비 체험을 그리고 있었으니 자유롭게 막 나가도 좋지만
이번 영화는 거의 신문기사와 같을 정도로 산문적이니까요. 대부분의 내용이 군대 회의, 재판 과정입니다. 여기서 전작처럼 해드뱅잉을
할 수는 없지요.
뒤몽이 이번 영화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찾아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여전히 특이하기는 해요. 10살 여자아이가
어른처럼 굴면서 잔 다르크의 말년을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노래와 아마추어의 학예회 연기와 같은 어색함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타일은 고유의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연속성을 위해 이전 영화의 스타일을 희미하게 흉내낸 것처럼
보여요. 전작은 괴상하지만 그래도 진지해보였는데, 이번 영화는 얼마나 진지한지 확신이 안 서요. 차라리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브뤼노 뒤몽의 영화였을 텐데요.
가장 좋은 건 리제 레플라-프뤼돔입니다. 세련된 명연기를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런 연기를 의도한 건 아니고요.
하지만 멍청하고 산문적이고 지루한 어른들 사이에서 레플라-프뤼돔의 잔 다르크는 이상하고 강렬하고 불꽃같은 존재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지루한 어른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요...
(19/10/18)
★★☆
기타등등
원래는 잔 브와쟁이 계속 잔 다르크를 연기할 계획이었는데 일이 꼬여서 레플라-프뤼돔을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감독: Bruno Dumont,
배우: Lise Leplat Prudhomme, Annick Lavieville, Justine Herbez, Benoît Robail, Alain Desjacques, Serge Holvoet, Julien Manier, Jérôme Brimeux,
다른 제목: Joan of Arc
IMDb https://www.imdb.com/title/tt866935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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