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2010)

2010.10.17 12:59

DJUNA 조회 수:12971



[싱글즈] 이후 권칠인의 영화들은 현대 한국 도시 여성들의 '일과 사랑과 기타등등 고민'을 그리는 일종의 진열장 역할을 자처해왔었고 그의 영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도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모델에 가까웠습니다. [참을 수 없는]에서도 마찬가지. 아니,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군요.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대비입니다. 미혼 직장여성과 전업 주부.


이 영화에서 그 미혼 직장 여성과 전업 주부는 친구사이입니다. 지흔은 막 일하던 출판사에서 잘리고 집도 잃었습니다. 뻔뻔스럽게도 지흔은 의사와 결혼해서 다소 무료한 결혼생활을 하던 친구 경린의 집으로 기어들어가요. 그러는 동안 경린은 남편의 병원에서 일하는 연하 청년 동주와 불륜 관계를 맺고, 그 사실을 모르는 지흔은 경린의 남편 명헌과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여자 둘과 남자 둘을 던져놓고 관계 재조정을 하는 전형적인 상황인 거죠.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추자현이 연기하는 지흔의 캐릭터입니다. 옆에 두고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은 아닙니다. 권칠인의 전작 [뜨거운 것이 좋아]의 아미 캐릭터에서 그리 벗어나 있지 않고, 아미와 마찬가지로 취재가 귀찮은 작가들이 근처에서 재료를 얻은 티가 역력하지요.  하지만 적어도 지흔은 현실적인 고민에 현실적으로 맞서는 현실적인 사람이고 영화 끝까지 자신의 에너지와 개성을 잃지 않습니다. 전 연애 같은 거 다 빼고 지흔의 취업 성공기로 갔다면 영화가 더 재미있어졌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고만고만합니다. 경린과 동주의 이야기는 흔한 유부녀/연하남 불륜담인데, 그 틀 이상을 넘어설만한 이야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냥 다들 하는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거죠. 눈길을 끌만한 새로운 무언가도 없고 귀를 귀울일만한 통찰력도 없으며 판타지로도 그냥 그렇습니다. 이들 사이에 끼인 명헌은 딱 오쟁이진 남편의 존재감만 갖고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는 특별히 나쁜 건 없지만 심심한 영화입니다. 진열장 영화의 한계인 거죠. 하긴 몇 가지 틀을 만들어 영화 안에 집어넣고 비교하는 방식으로 현대 여상의 삶을 고찰한다는 게임이 언제까지 통하겠어요. 우리네 삶이 그런 식의 진단을 허용할만큼 단순하기만 했던가요. (10/10/17)



기타등등

장항준 감독 카메오가 이 영화에도 있습니다. 


감독: 권칠인, 출연: 추자현, 한수연, 정찬, 김흥수, 다른 제목: Loveholic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Loveholic_-_Movi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9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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