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6 23:43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패션: 위험한 열정]의 원작은 알랭 코르노의 마지막 영화인
[러브 크라임].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와 뤼디빈 사니에가 직장 상사와 부하로
나오는 스릴러 영화죠.
이야기 자체는 비슷합니다. 노미 라파스가 연기하는 이자벨은 독일에 있는
다국적 회사에 일하는데,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하는 상사인 크리스틴은
지옥에서 온 악마죠. 눌려지내던 이자벨은 크리스틴에게 맞서지만...
음, 여러분은 혹시 [러브 크라임]을 보셨습니까? 안 보셨다면 제가 저번에
쓴 리뷰는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드 팔마는 원작에서는 대놓고
드러냈던 진상을 후반까지 감추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크리스티 소설처럼
뜻밖의 반전을 숨겨놓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도대체 드 팔마는 왜 이 원작을 리메이크했던 걸까?"라는 궁금증은
영화 중반에 풀립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직장내의 권력관계가
어긋나고 범죄로 발전하는 순간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것처럼
보였던 리메이크 영화가 갑자기 '드 팔마' 영화로 바뀝니다. 이자벨이
[목신의 오후] 발레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면서 영화의 화면이
둘로 갈라지는 거예요. 그 이후 벌어지는 범죄 장면은 드 팔마의 80년대
영화에서 그대로 따온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번 영화의 음악을
맡은 사람은 피노 도나지오.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야기나 주제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직장내의
성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죠. 단지 드 팔마는 이를 조금 더 변태스럽게
바꾸고 있습니다. 우선 극중 인물 한 명을 여자로 바꾸어서 동성애의
비중을 늘렸어요. 그리고 이것을 섹스와 권력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원작에는 없었던 장황한
코다를 넣었는데, 이 역시 [드레스드 투 킬]과 같은 옛날 드 팔마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원작과 비교하면 어떠냐. 코르노의 원작은 무개성적이지만 작고 사악한
재미가 있는 소품이었습니다.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와 뤼디빈 사니에의
캐스팅은 완벽했고요. 그와 비교하면 [패션: 위험한 열정]은 여러 모로
느슨한 편입니다. 논리도 허술하고요. 레이첼 맥아담스와 노미 라파스는
모두 매력적인 배우들이지만 전 원작의 캐스팅이 더 좋습니다. 단지
완성도나 논리 따위는 접고 오래간만에 '드 팔마 영화'의 변태성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반가운 디저트입니다.
[팜므 파탈] 때처럼 "아, 드 팔마, 이 변태 영감탱이야,
좋아좋아좋아..." 같은 소리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13/08/06)
★★★
기타등등
아무리 기기가 좋고 그 때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섹스 비디오 같은 건 찍는 게 아닙니다.
감독: Brian De Palma, 배우: Noomi Rapace, Rachel McAdams, Karoline Herfurth, Paul Anderson, Rainer Bock, Benjamin Sadler, Michael Rotschopf, Max Urlach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82901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502
2013.08.07 22:43
2013.08.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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