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6 21:19
강연을 위해 신시내티를 방문한 고객 서비스 전문가인 마이클 스톤은 호텔에서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인
리사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초라하기까지 한 리사에게 마이클이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마이클은 언젠가부터 주변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데, 리사만이 유일하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소리냐.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귀엔 단 세 명의 목소리만 들립니다.
마이클 스톤을 연기한 데이빗 튤리스의 목소리, 리사를 연기한 제니퍼 제이슨 리의 목소리 그리고 그 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영혼없는 덤덤한 어조로 연기한 톰 누넌의 목소리.
찰리 카우프먼과 듀크 존슨의 [아노말리사]는 찰리 카우프먼이 프랜시스 프레골리라는 필명으로 작업한
연극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세 배우 모두 여기에 출연했던 사람들이고요. 영화의 아이디어는 프레골리
딜루전이라는 병에서 얻었다고 해요.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마이클 스톤은 정말 심각한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죠.
이 모든 것은 마이클의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은유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그가 참 불쾌한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은 건 순전히 그 자신 때문입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독립적인 사람들이죠. 그들에게
관심을 잃고 개성을 구별하지 못하며 모두 한 뭉텅이로 취급하는 건 몽땅 마이클 자신이 그런 놈이기
때문이죠. 유일하게 마이클의 내면에서 벗어나 있는 영화의 씁쓸한 결말 부분을 보면 이를 확신할
수 있습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듀크 존스가 공동감독으로 들어온 건 그 때문이죠. 보통 애니메이션
영화와는 좀 달라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캐릭터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예쁘거나 더 징그럽거나
더 재미있죠. [아노말리사]에서는 반대입니다. 이 영화의 인형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초라하고
어색합니다. 얼굴 같은 부분엔 이음새가 보이고 행동도 서툴러서 종종 사람을 흉내낸 로봇처럼
보이죠. 이런 인형들 위에 배우들, 특히 톰 누넌의 생기없는 목소리가 덧입혀지면 오싹하고
우스꽝스러운 게, 마이클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마이클의 행동이 정당화되느냐?
그건 아니고요. 그는 여전히 나쁜 놈이에요.
(16/03/16)
★★★☆
기타등등
영화의 시대배경이 2005년인 것은 이 '사운드 플레이'가 발표된 해이기 때문이죠.
감독: Duke Johnson, Charlie Kaufman, 배우: David Thewlis, Jennifer Jason Leigh, Tom Noonan
IMDb http://www.imdb.com/title/tt240187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541
2016.03.17 08:35
2016.03.20 20:18
2016.03.23 19:09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2 | 소녀의 세계 (2017) | DJUNA | 2016.12.26 | 6099 |
161 | 어떤 여인들 Certain Women (2016) [2] | DJUNA | 2017.06.11 | 6057 |
160 | 민우씨 오는 날 (2014) | DJUNA | 2014.12.03 | 6050 |
159 | 콜드 워 Zimna wojna (2018) [1] | DJUNA | 2019.02.16 | 6008 |
158 | 순정 (2016) [1] | DJUNA | 2016.02.21 | 5937 |
157 | 맘마미아! 2 Mamma Mia! Here We Go Again (2018) [1] | DJUNA | 2018.08.11 | 5909 |
156 | 여자, 남자 (2015) [1] | DJUNA | 2015.04.15 | 5890 |
155 | 계절과 계절 사이 (2018) [2] | DJUNA | 2018.11.25 | 5847 |
154 | 바캉스 (2016) [2] | DJUNA | 2016.09.21 | 5843 |
153 |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2016) | DJUNA | 2017.12.09 | 5723 |
152 |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4) | DJUNA | 2014.12.13 | 5644 |
151 | 미성년 (2014) | DJUNA | 2014.12.02 | 5624 |
150 | 피막 Pee Mak Phrakhanong (2013) | DJUNA | 2014.09.28 | 5500 |
149 |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2014) [5] | DJUNA | 2014.12.26 | 5445 |
148 | 논-픽션 Doubles vies (2018) [1] | DJUNA | 2019.04.28 | 5419 |
147 | 배드 시스터 Bad Sister (1931) | DJUNA | 2021.04.14 | 5386 |
146 | 케이크메이커 Der Kuchenmacher (2017) | DJUNA | 2018.05.11 | 53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