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한 라이브와 최고의 라이브

2011.03.08 00:53

라쇼몽 조회 수:3685

밑에 박정현 씨의 라이브에 대해 경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니까 생각나는 몇몇 라이브들이 있습니다.

사실 가수의 노래를 직접 듣는 일에 별 흥미가 없는지라

제 인생에 라이브 콘서트에 간 것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상하게도 듣고 나서 만족했던 라이브가 별로 없던 거 같아요.

아마도 내 귀가 워낙 저질이라 그런 것이겠지요.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실망한 그 가수분들이 다 한가닥 하시는

분들이거든요.

 

하여튼 실망한 가수들 중에 가장 먼저 생간나는 가수가 이은미 씨...

나는 지금도 이 분이 왜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가요.

물론 노래를 잘 하는 건 분명한데 그렇게 받들어 모실 정도로

잘 하는지는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맨발로 뛰는 건 인상적이지만

목소리가 터진다는 느낌도 없고 하여튼 사람을 압도할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제 주관이에요. 솔직히 이은미씨

성격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구요. 자기만 잘 부르면 되지 왜 다른

가수들보고 그건 가수가 아니네, 뭐네 하는지... 한두 번이면

몰라도 자꾸 그러니까 좀 그렇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정말 큰 돈 들이고 갔다가 실망한 가수가 바로

장사익 입니다. 저는 정말 장사익 팬이었어요. 씨디가 닮도록

듣고 또 듣고, 술 취하면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고 한 저였는데...

그 소리를 직접 내 귀로 듣고 싶어서 저로선 거액을 내고 갔던

콘서트... 지금은 그 장소가 기억은 안나지만 아주 큰 공연장이었어요.

그런데... 평소에 씨디로 듣던 그런 파워가 아니더라구요.

아니 솔직히 좀 답답했어요. 씨디에서는 정말 우렁차면서도

저 뱃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 올리는 '소리'가 기막혔는데 아....

아마 음향이 못 받쳐줬겠죠. 그랬을 거예요.

나중에 로비에서 인사할 때보니까 조정래 선생, 김근태 선생 등이

꽃다발도 주고 서로 껴안기도 해서 좋은 구경은 했지만...

하여튼 그 뒤로는 이상하게 씨디도 잘 안듣게 되더군요.

 

그리고 또 좀 별로였던 분이 그 유명한 한영애 씨...

이 분은 실망은 아니고... 좀 저랑 맞지 않았던 거 같아요.

거의 십오년도 더 전에 한번 들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실험적인 신곡들만 부르대요.

제가 아는 노래들은 메들리로 끝내버리고...

사실 무대는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와, 저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콱 조지는데... 너무 실험적이어서...

어떤 노래는 거의 10분은 되는 걸로 기억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귀신 소리 같은 처절한 괴음을 지르더라구요.

하여튼 실망...

 

제일 뻑 갔던 라이브는... 사실 라이브가 아니라 딱 한 곡을

들었는데, 대학 때 어느 저녁에 밥을 먹고 어슬렁 거리는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더란 말입니다.

운동권 노래여서(제가 좀 오래된 학번임) 전 그게 학생회에서

음향좋은 스피커를 틀어놓은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운동장에서 하는 공연이였어요. 그래서 냅다 뛰어가서

봤더니 바로 안치환... 사실 그때 안치환은 그냥 노래 잘 부르는

운동권 가수였어요. 그래서 학생들도 별로 없었고... 한 백여 명

됐나... 아주 조촐한 공연이었는데 그것도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였습니다. 투쟁가 한 곡을 마치고 나서 안치환 씨가 마지막 곡은

분위기를 좀 바꿔 보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때 거의 무대 앞에 서

있었어요. 안치환 씨하고 한 2~3미터 떨어졌나.

다른 노래와 달리 백 뮤직을 녹음 테이프로 틀었는데

굉장히 느낌이 좋더라구요. 그게 바로 <소금인형> 이었어요.

와우... 정말 바로 앞에서 노래를 듣는데... 온 몸에 전율이 돋더군요.

가수가 이래서 가수구나... 싶었습니다.

그 어스름한 저녁에 초라한 무대 앞에 서서 딱 한곡 들었던

그 노래가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라이브였어요.

 

물론 이건 제 주관이 잔뜩 들어간 평가니까

위의 기라성 같은 가수분들의 노래 실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명성황후>를 보다가

하두 지루해서 잠이 들었던 사람입니다. 국민뮤지컬이라고

해서 봤더니... 아웅... 그때 하도 상처받어서 10년 동안

뮤지컬 안 봤음... <건달과 아가씨>는 재미있게 봤는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21
126592 프레임드 #842 new Lunagazer 2024.06.30 5
126591 [디플 잡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그아 20, 퓨드 2) [2] new 쏘맥 2024.06.30 21
126590 [왓챠바낭] 비호감 호러 하나 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잡담입니다 [2] new 로이배티 2024.06.30 42
126589 이탈리아 떨어졌네요 독일은 올라갔고요/로베르트 바지오에 집에 강도가 들었군요 [1] new daviddain 2024.06.30 35
126588 When Will My Life Begin - 아랍어 new catgotmy 2024.06.30 21
126587 Martin Mull 1943-2024 R.I.P. new 조성용 2024.06.30 40
126586 [왓챠바낭] 프랑스산 비호감(?) 호러 무비, '엑스텐션' 잡담입니다 [6] update 로이배티 2024.06.30 146
126585 [넷플] 고질라 마이너스 원.. (스포일러) [3] update 가라 2024.06.29 164
126584 넷플-써클 짤막 후기 [1] theforce 2024.06.29 103
126583 [죽음의 도시 브뤼주] 잡담 [4] update thoma 2024.06.29 117
126582 2024.06.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 '컨페션 투 디 어스' 사진전 [2] 샌드맨 2024.06.29 78
126581 프레임드 #841 [4] update Lunagazer 2024.06.29 37
126580 [왓챠바낭] 소품 호러답게 괜찮은 소품 호러, '복수의 여신'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6.29 207
126579 Again 2020? 2016?(...) 상수 2024.06.28 94
126578 프레임드 #840 [2] Lunagazer 2024.06.28 102
126577 When Will My Life Begin - 히브리어 [3] catgotmy 2024.06.28 67
126576 매드맥스 시리즈 그냥 잡담 [4] 돌도끼 2024.06.28 254
126575 [단독] "그냥 20억 불러 버릴까?"…손웅정 사건, 협상 녹취록 입수/손웅정 고소 학부모 눈물…"돈 뜯어내려는 파렴치한 됐다" [8] daviddain 2024.06.28 595
126574 I, Claudius 1회를 6분 틀었는데/조지 rr 마틴이 블로그에 쓴 글 [5] daviddain 2024.06.28 133
126573 이세계 수어사이드 스쿼드 1~3화 DAIN 2024.06.28 1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