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4 14:05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으로 이루어진 도둑들이 디트로이트의 시내를 쑤시고 돌아다닙니다. 이들이 이렇게 수월하게 도둑질을
할 수 있었던 건 남자 한 명의 아버지가 보안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란 말을 여기다
쓰면 되려나요?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 새끼겠지만.
지금까지 욕심내지 않고 조촐하게 도둑질을 해왔던 이들에게 괜찮은 희생자 한 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라크전 참전용사였다는
노인네인데, 딸이 교통사고로 죽자 보상금을 두둑하게 타냈다네요. 그는 장님인데다가 거의 폐허가 된 동네에 단 하나뿐인
집에 삽니다. 돈은 집 안 금고에 들어있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눈먼 노인이 강도들과 싸우는 이야기가 되어야 정상이겠죠. 하지만 페데 알바레스의 [맨 인 더 다크]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갑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노인의 집으로 들어온 강도들은 이 노인네가 만만치 않은 적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니, 만만치 않은 적수 정도가 아니에요. 그는 정말로 무서운 호러 영화의 괴물입니다.
독창적이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설정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상당히 교활하게 이 설정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요.
꼼꼼하게 따진다면 구멍이 보이겠지만 공간과 캐릭터의 효율적인 활용과 적절한 리듬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게 거의 눈에 뜨이지 않아요. 멀쩡하게 건강한 몸을 가진 세 젊은이가 눈먼 노인에게 쫓기면서 당하는 게
꽤 그럴싸해 보이는 겁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서스펜스가 상당해요.
이 영화에 강렬한 힘을 불어넣는 건 디트로이트라는 배경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정말 전쟁으로 무너져버린
것 같아보이는 도시의 폐허가 다른 미국 동네에선 그냥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곳이 언제까지 이 상태로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호러 영화의 훌륭한 배경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디트로이트 호러라는 소장르가 생길지도 모르죠.
(16/08/14)
★★★
기타등등
소사구청 소향관에서 봤는데 스크린이 정말 더럽더군요. 이번 부천영화제 상영관들은 모두 문제가 많았어요.
감독: Fede Alvarez, 배우: Stephen Lang, Jane Levy, Dylan Minnette, Daniel Zovatto, Emma Bercovici, Franciska Töröcsik, Christian Zagia
IMDb http://www.imdb.com/title/tt416070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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