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7 19:49
당연한 일이지만,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어둠 속의 빛]이 다루는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실화입니다. 당시엔 폴란드 영토였고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속해있는 리비우(르부프)라는 도시에 레오폴트 소하라는 하수도 관리관이 살았습니다.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한 뒤에도 그는 유태인들을 대상으로 한 암시장 거래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죠. 하지만 게토의 유태인들 중 몇 명이
바닥을 뚫고 하수도로 탈출하는 것을 본 뒤로, 그는 그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유태인 11명을 그만 아는 하수도 구석에
숨겨주고 그들에게 돈을 받으며 식료품을 날라다주었죠.
소하는 여러 모로 오스카 쉰틀러와 비교되는 인물입니다. 기껏해야 전쟁 중 한 몫 잡아보려던 소악당에 불과했지만,
어쩌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죠. 본인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이해를 잘 못하면서요. 둘을 비교하면
레오폴트 소하 쪽이 더 위태롭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의 서스펜스가 더 강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결말이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객들은 그를 완전히 믿지 못하니까요. 전 여전히 그가 끝까지 선인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어느 정도 운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컴컴한 영화입니다. 비유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영화의 상당부분이 조명이 거의 없는 하수도
밑에서 일어나니까요. 거기서 벌어지는 일도 쉽게 선악을 구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소하의
유태인들은 정말로 성질을 긁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여러분도
420일 동안 하수도 속에 숨어 살면 정신이 나갈 수밖에 없겠죠. 아마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와 [어둠 속의
빛]을 갈라놓는 것은 이 성질 더럽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의 처절함일 겁니다.
아그네츠카 홀란드에게 [어둠 속의 빛]은 개인적인 영화입니다. 홀란드의 조부모는 게토에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바르샤바 봉기 때 참여했던 폴란드 지하 그룹의 일원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소재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홀로코스트 영화'는 시작부터 강한 기시감을 줄 수밖에
없어요. 그 동안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으니까요. 전 좀 휴지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13/03/27)
★★★
기타등등
마리아 슈라더와 벤노 퓨르만이 나오더군요. 그들의 대사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유태인들은 대부분 이디시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언어 문제는 폴란드
배우들에게도 있었겠죠. 이 부분은 확인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감독: Agnieszka Holland, 배우: Robert Wieckiewicz, Benno Fürmann, Agnieszka Grochowska, Maria Schrader, Herbert Knaup, Marcin Bosak, Julia Kijowska, Jerzy Walczak, Oliwer Stanczak, Milla Bankowicz,다른 제목: In Darkness
IMDb http://www.imdb.com/title/tt141707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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