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오지 얼마 안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호러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85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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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깔끔한 번역 제목 아닙니까. 번역하기 쉬운 원제 덕도 있지만 그래도 맘에 들어요.)



 - 영화가 시작되면 가짜 기록 필름 같은 게 보입니다. 별 내용은 없지만 더 간단히 요약하면 백인들이 밀림에서 뭔 유적 같은 걸 발굴해요. 끝.

 장면이 바뀌면 낡아빠진 공동 주택에 사는 젊은 여성이 가족과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통화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고, 이상한 그림자가 보이고, 수상한 상자 같은 게 나타난 후에, 죽거든요. 

 다시 장면이 바뀌면 진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역시 젊은 여성이고 멕시코에서 온 분인데, 한국식으로 말하면 '불법 체류' 중인 노동자에요. 오랫동안 아파서 병원에서 고생하다 떠난 엄마에 얽힌 사연이 좀 있는데. 암튼 사정이 꼬여서 본의 아니게 불법 체류 중입니다. 매우 안 좋은 환경의 의류 공장에서 일하고있고 정식 미쿡 신분증은 받을 길이 요원하구요. 암튼 이러쿵저러쿵해서 당장 지낼 곳을 찾아야 하는데, 여성전용에다가 매우 합리적인 가격의 월세 광고를 보고 룰루랄라 찾아가죠. 갔더니 거긴 무슨 '호러 영화 촬영지' 같은 팻말이 붙어 있을 것 같은... 아까 그 젊은 여성이 죽은 곳입니다.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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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 편히 밝게 웃는 장면이 거의 한 번도 안 나왔던 듯한 짠내 가득 주인공님...)



 - 보면서 한국 영화 '도어락'이 떠올랐습니다.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공통점이 조금 있어요. 간단히 말하면 '혼자 사는 처지 불안정한 젊은 여성의 일상 밀착형 공포'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네요. 그러니까 그냥 단순하게 주인공이 여성인 공포 영화가 아니라, 여성의 공포를 다룬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안 따위는 바랄 수도 없는 낡아빠진 집에 세들어 사는데, 낡은 집이라 그런 건지 실제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는 수상한 소리가 밤마다 들려오고, 또 그 집의 상주 관리인은 아주 수상하게 생긴 덩치 큰 남자인데 자꾸만 수상한 상황에서 수상쩍게 어슬렁거리고...


 하지만 '도어락'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흑막(?)의 정체죠.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현실의 인간이 벌이는 현실 범죄물이었던 '도어락'과 달리 이 영화엔 진짜 괴물이 나옵니다. 그래서 스릴러가 아닌 본격 호러 영화가 되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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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생긴 집에 귀신이 안 나오면 더 어색하지 않겠습니까.)



 - 또 뭐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에게 하나의 핸디를 더 부여합니다. 불법 체류 노동자라는 거요. 이 설정은 주인공에게 더더욱 갑갑하고 암울한 성격을 부여함과 동시에 이 '귀신 들린 집' 스타일(진짜로 집이 귀신에 들린 건 아니거든요) 이야기에 알리바이를 제공해요. 주인공을 이 집에서 도망칠 수 없게 하고, 또 경찰 등 공권력을 개입시킬 수 없게 하는 거죠. 이 부분에서 예전에 본 넷플릭스 수작 호러였던 '그 남자의 집'이 떠올랐습니다.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이야기에 알리바이를 부여하는 방식이 같아서요. 거기 주인공도 집에서 귀신이 출몰함에도 불구하고 영주권 때문에 떠나질 못하죠.


 암튼 뭐랄까. 각본이 되게 알차게 짜여져 있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설정 하나도 허투로 대충 처리하지 않고 꼼꼼하게 따져서 이야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써먹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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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그냥 일상이 호러.)


 이런 설정 활용의 예를 하나 더 든다면 공간적 배경입니다. 클리브랜드인데요. 뭐 특별히 자세하게 제시하진 않지만 디트로이트 쌈싸먹는 황폐한곳, 그리고 겨울에 대단히 추운 곳이라는 지역 특성 두 가지를 이야기에 적절하게 잘 녹여 넣어요. 보다보면 영화의 거의 모든 호러 장면은 주인공 사는 공동 주택에서 벌어집니다만. 바로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지역 특성 + 주인공의 신분 때문에 집을 벗어난 일상 파트 역시 상당히 긴장감을 깔고 전개됩니다. 대충 편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별로 없어요. 소 한 마리 잡아서 살 발라 먹고 연골 뽑아 먹고 뼈까지 고아서 국물 내먹는 한국인들 스피릿을 닮은 영화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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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장면을 실질적으로 거의 담당하시는 분. 그냥 근육질 덩치 큰 대머리 아저씨지만 굉장히 위협적으로 잘 표현됐습니다.)



 - 호러 효과로 말하자면 뭐 그냥 특별히 튀는 것 없이 모범적.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두컴컴 칙칙 황폐한 귀신 나오는 집 영화들에 들어가야할 호러 아이디어들이 모두 모범적으로 펼쳐지구요. 리듬감이나 센스가 충분히 좋아서 볼만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매우매우 훌륭한 크리쳐 디자인이 있습니다. 대애충 에일리언 짭, 대애충 갑각류, 대애충... 이런 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99%는 되는 듯한 요즘 크리쳐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훌륭한 디자인이에요. 제목에도 적어 놓았지만 신기하고 개성 넘치며 간지나게 생긴 괴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합니다. ㅋㅋ 덧붙여서 '리추얼: 숲 속에 있다'도 꼭 보세요. 다른 사람이 만든 영화지만 같은 원작자의 작품으로 만든 거라는데, 그렇담 아마 원작자의 공이겠죠. 어쨌거나 정말 보기 드물게 잘뽑힌 비주얼의 괴물님이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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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짤은 직접 보시라고 생략하고 대신 올리는 흔한 귀신님 사진.)



 - 재밌지만 대체로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던 이야기에 막판에 방점을 찍어주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하나는 주인공이 계속해서 꾸는 엄마에 대한 꿈. 그리고 또 하나는 지하실 괴물의 식성이었어요. 둘 다 제가 예상하지 못 했던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막판에 소소한 반전 같은 느낌을 심어주는데요. 그게 또 영화의 주제(?)와 적절하게 맞물리는 게 좋았네요. 위에서 했던 말의 반복이지만, 정말 얼핏 보면 별 거 없으면서 되게 알차게, 설정 하나하나를 아주 보람차게 써먹는 이야기였어요. 원작자님이 훌륭한 분이신 듯!!



 - 그래서 결론은 뭐. 대충 간단합니다.

 호러 영화 좋아하는 분들은 그냥 보세요. 취향 따라 느끼는 재미의 강도는 다르지만 최소한 재미 없고 별로였다고 느끼실 분은 많지 않을 듯 싶습니다.

 여성 중심 스토리의 영화들을 즐겨 보시는 분들도 한 번 보실만 합니다. 심한 고어 장면처럼 크게 거부감 들 부분은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괴물님의 자태를 보고 좋은 인상을 받으신 분들은 나중에 '리추얼: 숲 속에 있다'도 한 번 챙겨보세요. 그 영화에도 전혀 다른 디자인이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멋진 크리쳐님이 나오십니다. ㅋㅋㅋ

 그러합니다.




 + 비교적 인간적인 역할의 빌런 아저씨가 계속 눈에 익다 싶었는데. '오자크'의 그 멍청이 형제 중 한 명이었군요. ㅋㅋㅋㅋ 덩치 크고 살벌한 느낌이면서도 가만 보면 순둥순둥한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 분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캐릭터에요.



 ++ 삼촌...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ㅠㅜ



 +++ 그러니까 시세보다 너무 싼 매물은 의심을 해봐야하는 겁니다. 음. 정말 교훈적인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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