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수학으로

2023.01.31 14:22

Sonny 조회 수:310

얼마 전에 듀게의 모 분이 추천해주신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수학이라는 게 일상생활에서 유리되어 단순히 교과서의 지식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수학이 어떻게 적용되고 또 그렇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의 한 챕터는 연애를 수학적으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있을 때, 호감도의 순위에 따라 자연스레 짝이 결정되고 남은 사람들 역시 그 호감도 순위에 따라서 짝을 정한다는 이론이었습니다.


연애 리얼리티는 이 수학적 이론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 같아서 재미있더군요. 우리는 연애가 딱 들어맞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퍼즐처럼 합쳐진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여러 사람 안에서의 호감도를 매기고 그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상대를 찾아 호감을 이동시키는 과정의 연속이죠. 이렇게만 쓰면 그건 연애 리얼리티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소개팅을 해서 상대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세번째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막 떠들어대면? 호감도가 뚝 떨어지겠죠. 그리고 동호회의 다른 어떤 사람이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하면 호감도가 좀 올라갈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요동치는 호감도 속에서도 우리는 '이 사람이라면 (저 사람보다) 괜찮지 않을까?' 하는 수학적 수싸움을 계속 하게 되죠.




이 프로를 보지 않은 분들이 훨씬 더 많을테니 잠깐 내용을 축약설명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서로 하트를 시그널로 보내다가 최종적으로 커플이 되어야하는 프로입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고 그 때 데이트를 나가면 저 둘이 잘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그리고 꽃사슴이란 닉네임의 남자는 원래 자스민이란 닉네임의 여자와 거의 확정적으로 커플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스민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꽃사슴은 이에 분노해 자스민과 더 이상 데이트를 하지 않게 되죠. 이 때 줄리엣이란 닉네임의 여자가 꽃사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둘은 데이트를 나가게 됩니다. 


열명의 후보 중 두 후보는 서로 호감도 순위가 1위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맺어지면 해피엔딩입니다. 그런데 이 두 후보 중 한명이 상대방의 호감도 순위를 조정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호감도가 더 낮던 사람과 데이트를 하게 되죠. 호감도를 세단계로 나눠서 굉장히 끌리는 / 싫지는 않은 / 별로 끌리지 않는 이라고 해봅시다. 그럼 A에게 굉장히 끌리는 ㄱ과 ㄱ에게 굉장히 끌리는 A가 있을 때, ㄱ과 A는 당연히 커플이 되어야합니다. 그러나 이 호감도는 유동적입니다. A가 ㄱ을 모종의 이유로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게 된다면 A는 '싫지는 않은' ㄴ과 데이트를 하고 맺어질 수 있습니다. A는 ㄴ이 '싫지는 않고' ㄴ은 A가 '굉장히 끌립니다'. 연애가 성사되기 까지는 단지 두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이렇게나 확률적인 조정을 거치는거죠. 그래서 연애는 한편으로는 수학적 진리가 이뤄지는 과정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천생연분, 운명적 사랑, 인연... 연애라는 인간관계를 우리는 종종 초월적인 미지의 것이라는 환상을 품곤 합니다. 아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그 수많은 우연들과 변수들을 다 통제하지 못하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죠. 그런 면에서 역으로 이 수학적 계산이 이 연애라는 현상을 인간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힘이 아닌가 합니다. 얼핏 보면 약삭빠르게만 보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 재빨리 마음을 접고 다른 사람을 찾아나서는, 혹은 어떤 틈을 노리는 그런 선택들이 우리에게 다른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하니까요. 마음이 수학적 진리를 따르는 것은 그저 현실적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진리에 따라서 작동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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