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차분하게 요리사와 요리전문가 커플의 일상을 따라가는 느낌이 있었고요. 대부분의 영화라면 영화의 하일라이트로 삼았어야 할 유라시아 왕자가 포트푀를 맛보고 감동먹어서 찬탄하는 장면 대신 요리 커플의 일상적인 대화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도 적절했습니다.


영화 속 음식들은 그럴 듯 하기도 하고 별로 기도 했는데요. 문제의 포트푀는 제가 골수를 맛보고 잘 모르겠어요하는 10살 소녀의 입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맛나 보이지는 않았고요영화의 첫 만찬을 장식하는 가자미나 송아지 고기 요리도 제 취향은 아니어 보였습니다. 이걸 만드는 과정이 감탄을 자아내기는 했지만요. 게다가 우물물 길어와서 석탄으로 때는 화덕에서 요리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기는 했네요.


영화의 두번째 코스라고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만을 위한 만찬의 완두콩 스프와 굴은 좀 더 당기기는 했으나, 제가 서양배를 싫어해서 이 만찬의 하일라이트인 디저트가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첫번째 만찬의 디저트였던 오믈렛 노르웨이엔느 혹은 좀 더 친근한 이름인 베이크드 알래스카가 먹고 싶어지기는 하네요. 그러나 증류주를 붓고 불을 붙여서 불쑈를 하는 머랭으로 감싼 아이스크림 케잌은 찾아보니 또다시 서울 지역은 없습니다;;;; 대구에 가면 있다는데 이걸 먹으러 거기 갈 일은 아닌 듯 하고요. 가을에 가족 만나러 호주 가면 거기서 방법을 찾아보려고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나이 40이 되기 전에 미식가가 될 수 없어라고 한 말이 귀에 남는데요. 미각 천재 10세 소녀가 등장하긴 하지만, 주인공 말처럼 요리란 것이 문화와 역사가 담긴 결과물이라서 이걸 이해하기 전에는 음식맛을 안다고 하기 어려운 게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게 이제 육십세가 된 줄리엣 비노슈의 미모가 정말 빛났습니다. 창창한 이십대일때부터 당연히 엄청난 아름다움의 소유자였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 내부에서부터 빛이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51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52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805
126692 끈임없이 위아래를 확인하는 사회 catgotmy 2024.07.13 163
126691 역사에 대해 catgotmy 2024.07.13 75
126690 관종, 어그로, 이빨쟁이의 끝은 결국 무플 ND 2024.07.13 285
126689 [웨이브바낭] 어떻게 생각하면(?) 기대 이상, '사다코 DX'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7.13 177
126688 (스포) 프렌치수프 [2] Sonny 2024.07.12 208
126687 28호 아니고, 그냥 '철인' [2] 돌도끼 2024.07.12 179
126686 [KBS1 독립영화관] 말 없는 소녀 [57] underground 2024.07.12 374
126685 [인형의 계곡을 지나]가 부천에서 상영되었으니... [1] 조성용 2024.07.12 151
126684 호아라는 밴드가 있습니다. [2] Lunagazer 2024.07.12 131
126683 프레임드 #854 [4] Lunagazer 2024.07.12 58
126682 캣츠 아이 실사판 예고편 [1] 돌도끼 2024.07.12 125
126681 대림동에 대해 catgotmy 2024.07.12 159
126680 [넷플릭스바낭] 그 시절 드물었던 국산 호러 수작, '알 포인트'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4.07.12 424
126679 R.I.P. Shelley Duvall (1949-2024) [7] 상수 2024.07.12 272
126678 기억력 관련 충격/치매 [6] 김전일 2024.07.11 373
126677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2015) catgotmy 2024.07.11 144
12667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4.07.11 350
126675 (노스포) [탈주]의 구교환을 보고 Sonny 2024.07.11 308
126674 프레임드 #853 [2] Lunagazer 2024.07.11 80
126673 바낭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디라서 온 것이며 누구에게 말함으로서 나를 증명하는가 [5] 상수 2024.07.11 2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