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성별.

2012.09.29 23:45

잔인한오후 조회 수:3633

소설을 마무리하거나 누군가에게 보일만큼 써본 적이 없지만, 첫머리 정도는 여러 번 끄적인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로봇이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쓰다가 로봇의 묘사를 하려고 보니 아무 생각없이 로봇을 남성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로봇을 여성으로 바꾸어볼까, 했지만 그것도 이상했습니다.

 

제가 아끼는 만화 중에 '카페 알파'가 있는데, 그 만화의 주인공이 여성 로봇입니다. 그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로봇에 있어서 여성이란 것이 도대체 무슨 쓸모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로봇이 자가복제를 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제가 지금까지 본 로봇 소재의 창작물에서 로봇들이 서로 성관계를 맺어 임신하거나 자식을 낳는 내용을 본 적이 없습니다. (라고 글을 마무리 짓고 보니 도라에몽, 극장판에서 족벌(?)을 이어나가긴 했군요. 인간도 나노로봇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구요. 여기선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체라고 줄여봅시다) 그러고 나서 많은 로봇 영화들의 성별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남성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오죠. 딱히 남성일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실 남성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긴 애매합니다. 하지만 결국 성우를 기용해야되기 때문에 성우의 성별을 따라 유추하는게 타당하죠) 듀나님의 소설의 로봇은 여성형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듀나님 소설의 로봇은 '첼로'인데 똑똑하게 유치원 보모를 하는 여성 로봇에 대한 인상은 강렬히 남아 있습니다. 어쨌던 간에 어째서 성별이 별 쓸모없는 로봇에게 성별을 부여해야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무성의 로봇을 상정해보았는데 인간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전제에 있어서 까다로운 부분이 몇 개 있습니다. 첫번째로 목소리인데 기본적으로 학습의 형태를 띈다고 하면 다른 이들의 발음을 녹음해서 짜집기 식으로 말하게 된다고 했을 때 무성에 다가가게 되겠죠.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 호러블하게 들리겠습니다만. 그리고 개인 정체성의 문제인데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로 행동하는 부분과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로 행동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가 있겠죠. 간단하게 복식이라던가, 아니면 헤어스타일 같은 거요. 치마와 바지를 돌려서 입지 않는 이상은 무성이 아닌 중성적인 패션 감각을 가져야 할 텐데 그것은 훨씬 협소한 옷 입히기가 될 겁니다. 그런 로봇들이 잔뜩 있어 사회를 형성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일지 궁금하구요. (개미 사회를 떠올리면 어느정도 가능은 하겠지만 최상위 계층이 성이 있으니..) 월-E나 R2D2 같은 개념적 캐릭터의 성별도 따져볼만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의문점.

 

아이보는 남성일까요 여성일까.

R2D2는 남성일까 여성일까.

과연 Siri와 (게임 포탈의) 글라도스와 터렛은 여성인가.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의 로봇들이 여성형이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다른 여타 매체의 애매한 성별의 로봇들은 무성적인가.

 

그러고보니 잠시 '여성형'이라는 단어를 통해 -형 로봇이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여러모로 궁금한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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