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는 정말 정말 육식 못하겠어요.......

밑에도 썼지만 알고나서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들과 그 수고를 하는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 여러마리를 키워보면 인간만 잔인한게 아니란걸 알기 되기도 하고... (기형으로 부화된 자기 새끼 잡아먹는 닭은 꽤 충격적이더군요)

고기를 잘 먹는 사람으로서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참 결론이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이 동물을 기르는 행위는 사냥이란 방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식물처럼 키우는 형태로 발상을 전환한 혁명 같기도 하고 다른 면으로는 더 먹고 더 즐기려고 하는 인간의 욕심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쩝;;;

저는 저런 거 보면서 내가 안먹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그 방법들을 바꾸는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모든 인간이 안먹는다면 서서히 그들이 애완용으로 전환되겠어요? 돈이 안되면 그냥 사라지겠지요. 다르게 키우는 사례 나오잖아요 종종. 그 분들처럼 조금씩 바꿔나가는 길을 찾고 응원하고 싶어요. 우선 그런 쪽으로 사먹으려고 노력하고요.

전에 제이미 올리버 쇼에서 이런 걸 봤어요. 사람들에게 병아리 암 수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고 실제로 해보라고 나눠줘요. 사람들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병아리를 조물락거리고 배운대로 해봅니다. 그리고 수평아리들을 앞으로 가져오라고 한 뒤, 가스로 죽이고 분쇄기에 넣는 걸 보여줘요.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고요. 자기 손으로 나눴는데 자기 눈 앞에서 죽는 모습을 봤으니까요. 그리고 거대한 셋트에서 실제 닭이 어떻게 도살, 처리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요리사지만, 공장식 축산이 왜 문제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 거죠. 대량생산하고 싼 가격에 많이 먹고, 싸게 팔아야 하니까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사육방법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고기는 공산품이 아닌데 마치 공산품처럼 부위별로 팩으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판매되죠.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이 직접 잡는다거나, 적어도 원하는 부위를 직접 칼로 썰어가게 하면 이 고기가 그냥 덩어리가 아니라 한 동물의 살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실감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알고 나면 한 번이라도 덜 먹고, 그러다 보면 한 개체라도 더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식용으로 키워지는 동물이 하나라도 줄어들고 적은 개체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 식용은 반대하면서 다른 동물은 왜 식용을 인정하냐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식용 가축으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동물은 - 그것이 개든, 말이든, 뭐가 되었든 식용가축의 대상을 더 이상은 늘리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그럼 이미 축산업 대상인 동물은 계속 먹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지금처럼 고통스럽게는 키우지 말자고, 최소한 측은지심은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고 싶고,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좀 덜 먹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고기가 좀 비싸지더라도, 적게 키우고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 주장을 하려면 스스로는 고기를 멀리해야겠지요.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BBC에서 도살장에 가서 직접 동물을 죽이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일반인들 중에서 참가자를 골라 돼지 혹은 닭사육장에 가서 환경을 살펴보고 동물들의 일생을 지켜본 뒤 직접 도살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거였죠. 그 과정 전후에 육식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살방식에 대한 참가자들간의 토론이 벌어지구요. 도중에 동물들이 불쌍해서 도살을 포기하는 참가자들도 생겼었죠.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참가자들은 스스로 그 과정을 알고 참여를 해봐야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먹을 자격이 생기는게 아닐까 혹은 계속 육식을 할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출연하더군요.

이런글을 읽을땐 눈물 찔끔,
뒤돌아서서 출출하면 치킨시켜먹고.

a.glance님이 쓰신 것처럼 생명과 고기가 공산품으로 돈으로 사고 팔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가 사실 체험하는 건 그냥 '맛있는 닭도리탕'이거나 '불고기 한정식' 이라 더 실감이 안 나는 거 같아요. 친구가 이런 시시템이 죽음과 삶을 분리시키고, 식탁에 죽음 아닌 '음식'만을 보면서 삶의 어두운 면-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안 보게끔 한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거 같아요. 그래서 마크 주커버그는 자기가 죽인 고기만 먹는다고 하고.-책임감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할때 그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저임금노동과 나쁜 작업 환경-등의 사회의 어두운 면-하지만 생산의 전제조건인-을 매끈하고 화려한 물품으로 가린다고 하거든요.제가 이것저것 소비하고 소비로 신세대 정체성을 만든다고 말하고 다녔을때는 정말 콧방귀 뀌었는데 이제는 이게 무슨 말인지 알거 같아요.푸훗. 그렇다고 소비를 아예 안하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전 고기도 못 끊겠거든요. 해봤는데 안되더라구요. 대신에 적어도 먹을 때 감사한 마음 갖고,살짝 기도하고 돈 좀 더 주더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랐던 동물들을 먹고 싶구요, 그리고 과식/포식 안하고 딱 먹을 양만 먹으려고 노력하고 싶어요.그리고 지역 생협에서 자원봉사하고. // 쓰다가 생각이 난 것인데, 가축 돌림병-광우병 등등 매년 터져나오는,이 한편으론 고통스럽게 살았던 동물들의 복수의 출몰의 은유인거 같기도 해요. 전 사람은 억울하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건 동물도 똑같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런 생각은 진짜 100퍼센트 채식주의 하지 않는 이상 더 오만한 생각이란 느낌이 들어요. 어차피 고기를 먹을거면 그냥 먹는게 낫습니다. 오히려 결국은 고기를 먹을거면서 살짜쿵 동정을 느끼는게 인간이 더 어리석은 존재인듯한 뭐 그런거죠.... 아 글쓴님 저격은 아니구요. 그냥 육식에 대한 제 생각이요. 먹던지 아니면 아예 안먹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서요.

불별 / 인간의 지능적인 잔인함은 그것에 견줄 수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