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2 00:06
어제 아침 조간신문에서 '세 모녀의 동반 자살' 기사를 읽으면서 울컥한 기분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35세·32세 두 딸과 60세 어머니는 지난 26일 저녁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셋방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뭣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이들이 셋방 주인에게 남긴 5만원권 14장이 든 봉투였다. 봉투 겉봉엔 또박또박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죽음으로 들어서는 길에서 집주인에게 돌아가게 될 여러 번거로움을 사죄(謝罪)하는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그 70만원이 세 모녀에게는 얼마나 가치 있는 돈이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세 가족은 12년 전 가장이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가 식당 일로 버는 월 150만~180만원으로 근근이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1월 말 넘어져 오른팔을 다치면서 벌이가 끊겼다.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고, 작은딸도 신용 불량자인 탓에 편의점 '알바'나 겨우 하며 지내는 처지였다.
우리 대통령과 정당들이 "복지, 복지"를 외쳐온 지 벌써 여러 해다. 그런데도 정작 가족 생계를 챙겨온 식구 하나가 몸을 다치면서 가족 전체가 단번에 생활 능력을 잃게 된 세 모녀에게 긴급 구조(救助)의 손길조차 내밀지 못했다. 복지 예산이 100조원을 넘었다느니, 국민소득을 4만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해온 얘기들이 그들의 자살 앞에서 얼마나 허망한 말들인가 자책(自責)하지 않을 수 없다.
세 모녀는 자기들이 적극 신청만 했으면 최소한의 정부 구제는 받을 수 있었다. 3인 가족의 경우 벌이가 최저생계비인 133만원에 못 미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병원비를 거의 내지 않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전기요금·전화요금·TV수신료도 할인받을 수 있다. 전세 보증금 지원 혜택도 있다. 그러나 세 모녀가 이런 복지 혜택을 몰라서 그랬는지 주민센터에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웃들도 이들의 딱한 사연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최근 새로운 복지 업무가 급증하면서 일에 치여 살고 있다. 작년엔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복지 담당 공무원 세 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여의치 않은 여건이긴 해도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눈을 더 크게 뜨고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이라면 바깥나들이가 힘들어 주민센터에 찾아가기도 힘들다. 주민센터나 사회봉사 단체로부터 지원받는 방법을 몰라 배를 움켜쥐고 사는 빈곤층도 적지 않다. 정말 구조가 간절한 사람들을 구제(救濟)하지도 못하면서 기초연금,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이니 하는 제도들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은 배부른 다툼일 뿐이다.
적어도 정부가 주는 복지에 대한 정보를 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빈곤층 주거 지역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안내판을 세운다든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복지 안내문을 첨부하는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찾아오는 사람만 도와주는 데서 머물지 말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찾아가는 복지'를 해야 한다.
기사를 읽는 데,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일러줄 만한 자투리 정보:
소득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권이 없는 사람이라도 질병이나 사고등으로 수입이 일시적으로 끊겼을 경우
동사무소등에 신고 하면 긴급복지제도로 최대 3개월까지 주거/의료/급여 제공됨. 3인의 경우 월 85만원과 의료비지원이 해당.
2014.03.02 01:38
2014.03.02 10:42
전 세모녀가 그 어려운 와중에 주민자치센터를 한번 들르지 않은게 몰라서였다고 보지 않아요. 몇년전 생활고로 아이들과 함께 투신한 젊은 주부도 마찬가지였다고 보고요. 우리 사회는 가난하고 병든것을 본인탓이라고 생각해요. 도움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죠. 알았다해도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그 정도를 재어지는 절차가 굉장히 두려웠을거에요. 그게 안타깝습니다.
교회가 나쁘다 변질됐다 해도 신도가 커뮤니티가 되서 알음알음으로 돕는게 꽤 되거든요. 누가 나서서 교회나 주민자치센터로 강제로 데려가기라도 했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습니다.
2014.03.02 11:20
2014.03.02 11:16
2014.03.02 11:39
사회복지사의 처우도 별볼일 없는데 복지공무원이라도 인원충당 넉넉히 좀 해주던가 하면 좋겠어요. 저도 동사무소에서 복지담당 공무원 밑에서 공금받으며 알바해본 경험상, 그거 동 당 한명으로 처리될일들은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남녀비율도요. 혜택받는 사람이 여성일 경우 복지 담당 공무원이 남성인 경우 자기의 세세한 사정을 말하기 꺼려하는 경우를 제가 목격했기도 했어요.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그 기사 접하고.. 한참동안 마음이 안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