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월이 되면 수영을 시작한지 꼭 2년이 됩니다. 그동안 몇 번의 슬럼프도 있었지만 저의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슬럼프는 "Back to basic"이란 평소의 생각과 적절한 사부를 찾은 것으로 극복이 되었지만 두번째 슬럼프는 제주도에서 다이빙을 체험하고 나서 그 잠수의 경험으로 극복 중입니다. 그래서 이미 수영을 하고 계신 분들께는 그 경험을 공유하고 듀게분들 중 수영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는 "이제 재는 거 고마하고 물에 뛰어 드세요" 라는 심정으로 이 경험을 소개할까 합니다.(가을부터 다음 해 초봄까지가 최고의 수영연습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잠영을 시도해 보세요. 수영의 다른 영역이 보일 겁니다.

 

제주도에서 다이빙을 배우고 나서 육지로 돌아 온 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늘 매일 가는 수영장에서 다이빙에 필요한 스킬들을 최대한 연습할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당연히 잠영이었고 그전에도 간간이 연습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하는 거지요. 그런데 잠영을 계속 시도하면서 다른 부분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호흡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와 호흡과 수영 동작의 연관성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잠영을 하면서 호흡을 관찰하면 내 몸에서 힘이 안 빠졌던 부분과 동작 중 쓸데없이 힘이 들어갔던 부분을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서 제 몸의 90% 이상에서 힘을 빼버렸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흔히 수영에는 "힘빼는 데 3년 힘 다시 넣는데 3년"이라는 속설이 있는 데 이 체험을 통해 1년이상 단축한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잠영을 하는 방법은 호흡과 실제 동작 2가지로 나뉘는데 이 쓰레드에선 너무 양이 많을 듯하여 다음에 별도로 소개할까 합니다.

 

3. 올해 여름 동안 옆지기와 조카가 제주도에서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 참관만 했지만 그들의 바다 깊은 물에 대한 공포는 같이 한 스킨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 동안 저를 붙들고 있던 화두는 공포 이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Facing fear"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일 겁니다. 저의 경험은  공포를 견디는 한계치는 오로지 연습 즉 '공포를 잘게 나누어서 씹어 먹는' 방법으로만 올라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물론 다른 길이 있지만 그건 범인에겐 불가능할 겁니다) 공포에 먹히는 것이 아니라 잘게 나누어서 오히려 씹어 먹어버리는 거지요.

 

올해 듀게엔 소위 'Hot trend'로 다이빙이 떴습니다. 아무리 안전해 졌다고 하지만 명색이 익스트림 스포츠인 다이빙이 대번에 이렇게 번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우려의 마음도 큽니다.

 

영상 소개 합니다. 공포에 질린 어느 여자 다이버가 어떻게 행동하는 가를 보십시오.

 

 

이 여자 다이버는 좀 까불대다가 맞춤 마우스 피스가 빠져 버리자 자신의 보조 호흡기를 쓸 생각도  못하고 버디의 호흡기를 잡아 채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4-5초의 패닉에 정신이 나간 거지요. 제어할 수 없는 공포에 패닉에 빠져서 본능에 휩쓸려 타인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저 눈을 보십시오.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올해 울산과 미사리 전국 수영 대회에서 2명이 익사했습니다(20대와 50대 남자). 두 사람 다 수영에 능숙한 사람이었지만 그 자신의 불운과 주최 측의 미비한 운영으로 돌아 올 수 없는 길로 떠났습니다. 올봄에는 2명의 베테랑 스쿠버 다이버들(50대 남자)이 죽었구요, 어제는 제주도 표선에서 40대 남자가 스킨다이빙을 하다가  하강 조류에 휘말려 익사했습니다.

 

예전 어느 글에도 썼지만 사람이 자기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99구비를 넘는 불운이 겹쳐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불운 중 가장 큰 것은 자기 자신의 무모함입니다. 20대의 무모함은 무지와 패기에서 비롯되지만 나이 든 자들의 무모함은 타인의 눈을 의식한 허세와 이미 늙어가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젊음에 대한 욕심에서 나옵니다.

 

부디 듀게에서 다이빙하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고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셨으면 합니다. 공포는 준비하고 조심하고 훈련을 통해서 잘게 씹어먹는 자만이 넘어 갈 수 있습니다. 

 

4. 공포의 두 얼굴 - 지옥의 문지기와 천국의 수문장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 뿌리는 '공포와 사랑' 의 두가지 체험이라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겐 이 두가지 뿌리가 서로 머리와 꼬리를 물고 있는 원형의 뱀 두마리 형상으로 자꾸 이미지화됩니다. 어쩌면 이 두가지는 낮과 밤처럼 분리될 수 없는 어떤 하나의 현상적 계기일지 모릅니다.

 

공포를 넘어서 환희에 다다른 어떤 다이버의 극한 Ice diving을 소개하면서 이 난삽한 글을 마칠까 합니다. 19금 영상이라 그냥 소스만 따옵니다. Natalia Avseenko 라는 러시아 여성 프리다이버의 "On the edge"라는 이름의 동영상입니다(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gEXwTK38pkw

 

그가 어디에 도달했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한국에서 했던 강연의 제목이 "Facing fear" 더군요. 흠.

 

편안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듀게가 간만에 정상화(?)된듯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ps)곱순님 반가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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