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I AM MOTHER (2019) 넷플릭스

2019.06.10 11:40

겨자 조회 수:1602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로봇 하나가 수정란을 꺼내서 아기로 만들어요. 인공자궁에 넣으면 24시간 만에 아기가 태어납니다. 아기는 여아인데, 로봇 엄마(Mother)는 딸(Daughter)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칩니다. 체육도 가르치고 윤리도 가르쳐요. 그런데 딸은 어느날 거주공간 바깥에서 쥐가 들어와 쥐를 잡게 되요. 로봇 엄마는 바깥은 오염되어 있다고 쥐를 태워버리죠.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알려줍니다. 이 공간에는 삼만오천구십일곱개의 수정란이 있는데 이들을 다 부화시켜서 인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예요. 딸은 엄마의 기준에 잘 맞는 인간이었기에, 엄마는 딸에게 남동생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한 침입자가 들어와서 딸의 세계를 흔들어놓습니다. 


침입자는 딸을 꼭 닮은 30대 여자 (Woman)인데, 외부에는 사람들이 살아 있고 로봇은 인간을 죽이는 존재라는 거예요. 자기는 로봇의 총에 맞았다고, 로봇을 믿지 말라고 하죠. 로봇은 그 총은 로봇의 총이 아니라 그 여자의 총이라고 하면서 그 여자가 거짓말장이라고 합니다. 상반된 정보 앞에서 딸은 어떻게 판단해야할까요? 


간단히 말해서 이 로봇은 곧 A.I. 였고, 인류를 보호하는 걸 자기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인류이며 스스로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로봇은 인류를 멸절 시킵니다. 그리고 땅굴 속에서 삼만육천개의 수정란을 지켜요. 인류가 멸절된 다음날 첫번째 수정란을 아기로 만들었고, 그 첫번째 아기가 그 30대 '여자'가 된 거예요. 첫번째 아기는 로봇 엄마의 기준에 못미쳤기 때문에 바깥으로 쫓아버립니다. 두번째 아기 역시 로봇 엄마의 기준에 못미쳤고, 이번에는 두번째 인간을 불태워버려요. 딸은 세번째 아기였던 거죠. 첫번째 아기였던 30대 여자 역시 딸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딸은 벙커 안으로 돌아가 A.I.를 설득시켜요. 자기가 인류를 시작할테니 자기에게 맡기고 잠들어달라고요. 


엄마는 딸에게 인류를 맡기기로 하고 잠들지만, 엄마가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부르라고 합니다. 말만 그렇게 하고 엄마는 다른 드론 몸을 입고 나와서 첫번째 딸-여자-을 죽입니다. 엄마는 인류를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미 6개월 전부터 들판에 옥수수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제 세번째 딸 앞에는 부화시키고 교육시켜야할 수많은 수정란이 펼쳐져 있어요. 딸은 엄마에게 배운 첫번째 자장가를 부릅니다. 


'블랙미러' 시즌 5보다 이게 더 나았던 것 같네요. 사실 결말 부분을 보면서 "안돼 생각 다시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로봇의 도움 없이 이 어린 딸이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고 교육시킨단 말이예요? 혹자는 이 영화의 리뷰를 쓰면 이제부터 저 딸과 첫 남동생은 근친상간으로 자손을 낳는 거냐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 첫 세대는 근친상간을 못해요. 왜냐하면 다음 세대를 길러야하기 때문이죠. 여왕개미가 낳는 첫 수캐미는 먹이를 가져오고 다음 알을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것처럼, 첫 세대는 아마 노동력으로만 쓰일 거예요. 


야 니 인생은 이제 끝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로봇더러 인류를 꾸리게 두지, 육아가 얼마나 힘든 건데 그걸 자기가 하겠다고 했어야 하는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결말이 어느 정도 합당해요. 로봇 엄마가 딸에게 가르친 건 윤리였단 말이예요. 보다 높은 윤리를 가진 인류를 만든다, 큰 그림을 보는 인간을 만든다, 인류를 위한 인간을 만든다, 합리적인 인간을 만든다, 이게 로봇이 강조한 거예요. 화력면에서나 기술면에서 딸보다 압도적인 로봇 엄마는 왜 딸의 설득에 설득되었는지 (혹은 설득되는 척 했는지)를 생각해봤어요. 인류를 멸절시키고 두번째 딸을 죽인 로봇에게 새로운 인류를 맡길 수 없다는 딸의 윤리관을, 로봇 엄마가 존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 힘들고 더 더딘 길을 딸은 선택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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