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고통스러운 두 시간 이십분이었습니다. 왜냐면 정말 대사의 거의 절반이 알아 듣기 힘들거나 아예 불가능했거든요.

 그냥 원래 이런 게 한국 영화들의 고질병이기도 하고, 또 조선족 억양을 쓰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이렇게 된 거였겠거니... 했는데 영화 다 보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검색 해 보니 이게 무려 감독의 의도였군요. 허허. 근데 저에겐 안 통했어요. 그냥 짜증만 났습니다.

 애초에 영화가 좀 불친절하기도 해요. 구체적 설명 없이 장면 전환과 동시에 툭툭 일이 터지고 추가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버리고 이런 식의 연출이 반복되는데 그 와중에 대사까지 안 들리니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감독의 의도고 뭐고 볼륨 최대한 높이고 되감기를 반복해가며 보느라 몰입도 대폭 하락... ㅠㅜ



- 설경구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멘틀을 뚫고 내려간지 꽤 오래됐죠. 전 뭐 아무 생각 없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이 분 출연한 영화를 되게 오랜만에 보게 됐는데... 여전히 연기는 잘 한다고 느꼈습니다. 심지어 이 분이 흥행 배우로 잘 나가던 시절의 연기들보다 더 제 취향에 맞는 연기였습니다만, 영화도 캐릭터도 별로라서 헛고생 느낌. 한석규, 천우희 연기도 다 괜찮았어요. 하지만 역시 영화도 캐릭터도 별로 내지는 최악이라서...



- 보는 내내 가장 신기했던 건 이 영화의 감독이 '한공주'의 그 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영화 자체도 잘 만든 영화였지만 그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이야기도 가치있고 훌륭했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양반이 이렇게 '공포의 살인 집단 조선족!!!'이 활약(?)하는 영화를 만들다니요. 뭐 어차피 그냥 한국인들도 한 명 정도 빼고는 다 인격에 하자가 넘치는 문제 투성이 사이코처럼 나오긴 하지만 그건 변명이 못 되는 것 같구요.



- 대애충은 감독이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게 효율적으로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사회 고발성 장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 영화인데. 사회 고발로 진지하게 봐 주자니 얄팍한 깊이와 장르적 과장이 발목을 잡고, 장르물로 즐기려고 하면 또 장르적 완성도의 모자람과 자꾸 강조되는 감독의 메시지가 발목을 잡습니다. 그리고 정말 꾸준히 대사가 안 들리 메시지와 재미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를 깎아 먹는다는 느낌이었네요. 그래서 결과물은 이도 저도 아닌 그냥 괴상한 영화.


 그리고 뭔가 쓸 데 없는 디테일이 너무 많았어요.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다 별 거 아니다보니 오히려 이야기 흐름 이해에 방해만 되더라구요. 이 의미심장한 장면은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끝나고 생각해 보면 걍 의미 없음. 이런 게 지나치게 많았구요.



- 그리고 캐릭터들이 워낙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그려져서 살짝 묻히는 단점이긴 합니다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캐릭터들이 되게 납득이 안 되는 선택들을 정말 자주 합니다. 그게 애초부터 모자란 캐릭터인 설경구나 애초부터 환타지 캐릭터인 천우희까진 납득을 해줄 수 있는 셈 쳐주더라도 한석규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흠. 작가가 그러라고 시켰으니 그렇게 해야징~ 이런 느낌이 들어서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더 힘들었구요. 물론 대사가 안 들리구요



- 대충 마무리하자면.

 스릴로러서도 사회 고발물로서도 딱히 큰 가치는 없는 영화 같았습니다. 특히 '한공주' 감독의 후속작이라는 것에 기대를 품은 사람들에겐 더더욱 아쉬운 물건일 수 있겠구요.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중 한 명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이 분들 나오는 영화라면 뭐든 보고싶은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다만 천우희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




그리고 사족 둘.


- 요즘들어 이런 느낌 자주 받는데요. 요즘 15세는 기준이 어떻게 주어지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 과정에 대한 묘사는 없다지만 피칠갑 사지절단 장면들도 자주 나오구요. 성매매 업소 나오는 장면을 길게 끌고 가면서 일하는 사람들과 손님(...)들이 주저리주저리하는 장면도 나오고. 심지어 막판엔 업소의 유사 성행위 장면까지 나오는데. 거기에다 조선족 혐오까지 듬뿍 토핑해 놓은 영화의 관람 등급이 깔끔하게 15세.

 요즘 15세들은 예전보다 훨씬 성숙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저 모르게 이루어져 버리고 만 것인가요. 얼른 투표권 줘야겠어요.



- '공포의 조선족!'을 두 시간 동안 보고 나니 갑자기 '황해' 생각이 났는데... 전 이 영화를 아직도 안 봤거든요. 근데 이게 올레tv vod엔 없더군요. 유명한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유명한 영화인데 의외였습니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6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9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401
109138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 오늘 3시 충무아트센터에서 단편상영전(무료) [2] 하마사탕 2019.07.13 392
109137 kbs2 대화의 희열2 - 호사카 유지 교수 편 [2] 보들이 2019.07.13 1185
109136 중국의 친일파 [2] soboo 2019.07.12 990
109135 복날이군요 [3] 메피스토 2019.07.12 551
109134 [윔블던 테니스 준결승] 페더러 대 나달 [14] underground 2019.07.12 864
109133 매우 마음 아픈 영화가 있는데 볼까말까 [1] 가끔영화 2019.07.12 559
109132 이런저런 일기...(메뚜기떼, 비싼 여자) [3] 안유미 2019.07.12 887
109131 식빵 한 조각 먹기를 망설이다니, 여전히 다이어트 중 [14] 산호초2010 2019.07.12 1387
109130 오늘의 메모지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7.12 343
109129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다시 생각해보기 [3] Sonny 2019.07.12 1252
109128 와디즈의 영화 펀딩(사자, 88년생 김지영, 천문) 회사원A 2019.07.11 810
109127 잡담 - 에이틴, 모래내판타지 [1] 연등 2019.07.11 387
109126 딸은 아빠 몰래 한국 갔다···요즘 일본 '혐한 세대갈등' [2] 귀장 2019.07.11 1531
109125 오늘의 영화 엽서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7.11 255
109124 이런저런 일기...(잠, 운동, 빈말) 안유미 2019.07.11 472
109123 [넷플릭스바낭] 아메리칸 반달 이라는 드라마를 봤네요 [2] 로이배티 2019.07.11 1039
109122 Valentina Cortese 1923-2019 R.I.P. [1] 조성용 2019.07.11 342
109121 Paul Benjamin 1938-2019 R.I.P. 조성용 2019.07.11 255
109120 Freddie Jones 1927-2019 R.I.P. 조성용 2019.07.11 261
109119 게시판 로그인 유지하는 방법이 있나요? [3] james 2019.07.11 4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