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0 01:10
"오하이오 애크런 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는 알고 있지. 고무 회사야. 싼 임금으로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산골 놈들을 마구 잡아들였지. 그런데 산골에서 나온 이 자들이 일어서서 조합에 들어갔지 뭔가. 이게 탈이었구나. 그만 큰 소동이 벌어진거야. 장사치다, 재향군인이다 하는 이런 치들이 훈련으로 시작하군 꽥꽥 짖어대기 시작한 거지, "빨갱이다!" 하고 말이야. 그러곤 애크런에서 조합을 몰아내려 들기 시작한 거야. 목사가 그 일로 설교하고, 신문이 떠들어 대고, 고무 회사에서는 곡괭이 자루를 마련한다, 최루탄을 사들인다 야단법석이었지. 빌어먹을, 마치 그 산골 젊은이들이 진짜배기 악마이기나 한 것 같은 소동이었다구!"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공기돌을 주워서 퉁겼다.
"그런데 말야, 작년 3월이었어. 어느 일요일 날 5천 명이나 되는 그 산골놈들이 교외로 칠면조 사냥을 나간거야. 5천 명이 라이플 총을 어깨에 메고 거리를 행진해 갔다구. 그리고 칠면조 사냥을 마치고는 다시 시내로 돌아온 거야. 그자들이 한 일은 그것뿐이야. 그런데도 말이야, 들어보라구. 그런 뒤로 소동 하나 일어나지 않게 됐어. 시 위원회는 공괭이 자루를 치우고, 장사치는 가게를 열고, 아무도 곤봉으로 얻어맞는 일도 없고, 콜타르를 쳐발라 닭털을 붙이는 린치를 당하는 일도 없고 살해당하는 일도 없어졌단 말야."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검은 모자가 말했다.
"이 고장 놈들도 차차 더러운 짓을 하기 시작했어. 캠프를 불사르고, 사람들을 때리고 말야. 나는 생각하고 있어. 우리도 모두 총을 가졌잖아. 그러니까 우리도 칠면조 사냥 클럽이라도 만들어서 일요일마다 모여 보면 어떨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거야"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이어 땅바닥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꾸물꾸물 발을 옴지작거리고 몸의 무게를 한쪽 발에서 다른쪽 발로 옮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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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읽은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사실 저는 총기따위가 없으면 그 수많은 총기난사 사건들도 없을테고 그 수많은 총기 관련 사고들도 없을텐데 왜 그렇게 많은 미국인들이 총기 소유에 집착을 하는가 하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는데, 저 부분을 읽고 나니 뭔가 그들의 입장이나 논리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더군요. 미국이라는 사회가 성장해온 그 과정의 역사를 보면 단순히 총으로 일구어 낸 독립과 총으로 챙취한 서부라는 폭력성만으로 총기에의 집착을 읽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지나간 논쟁이지만 책을 보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2014.06.20 01:15
2014.06.20 01:17
2
2014.06.20 01:19
그랬군요. 당시에는 그 논쟁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단 총기 소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보여서 자세히 볼 필요를 못느껴서)거의 제목만 보고 넘겼던지라 못봤네요.
2014.06.20 01:17
근데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 시점에서 미국은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한다 해도 총기를 없앨 수 없을 거에요 아마.
2014.06.20 01:22
이미 총기를 없애는거는 불가능하고, 기관총 같은거나 제발 민간인에게 팔지 않게 관리나 잘 했으면 싶죠.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미친 짓도 제발 좀...
2014.06.20 01:25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린애들한테 총 주는 건 결국 총기소지자 책임인데 이 맛탱이 간 레드넥들을 가르친다고 뭐가 될 거 같지도 않고
2014.06.20 07:12
2014.06.20 07:27
높은 데만 놔둬도 접근성은 확 떨어지는데 머리 나쁜 인간들은 그냥 대놓고 선물로 주기까지 한다니 문제죠.
2014.06.20 09:05
유래야 그렇다쳐도 지금이 저 상황도 아니고,문제가 많죠.미국 어린이들이 방탄방석인지 외투인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진을 본 적 있어요.총기난사에 대비해서 지급됐다고...그 이전에 총기규제를 하는게 옳은 것 아닌가 싶네요.
2014.06.20 10:17
안녕하세요 으하하하
이 부분을 눈여겨 보신 분이 또 계시군요.
저는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할 때,
가능한 한 역사적 배경, 환경 등을 생각해 보고,
'내가 그 상황에서, 저 커뮤니티 안에 있는 필부필녀 가운데 하나라면?'
하면 결론이 나오더군요.
그렇게 생각해 본 뒤 제 결론이,
'나는 총을 쥐겠다' 였거든요.
2014.06.20 12:14
2014.06.20 12:16
...미국이 국경 밖에서 총질 안했으면
조선은 여태 일본제국 조선 식민지였을 텐데요.
2014.06.20 12:31
뭔 미친논리인가요? 그게 우리를 위해서 한거에요? 그리고 외세개입이 없었다면 독립을 못했을거라고 생각하세요?
2014.06.20 13:14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일본과 전쟁한건 아니라는건 동의하지만.. 일본이 미국, 소련과 전쟁하지 않았으면 '비명을 찾아서'가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하지 않고 만주와 조선, 동남아 정도에서 만족하고 내선일체를 강화했으면 자주독립 못했을지도 모르죠..
2014.06.20 13:26
예, 못했다고 확신합니다.
조선도 대만도
자력 독립 가능성은....
1억분의 1?
2014.06.20 16:31
그렇게 싫어하시면서,또 그렇게 싫어서 외국으로 가셨으면서 뭐하러 한국에 있는 커뮤니티에 글은 남기세요?그것도 한국어로?꼴사납게시리.
2014.06.20 17:27
오, 님한테는 한국어 쓰는 게 꼴사나운 거군요?
그럼 님은 왜 한국어로 한국 커뮤니티 쓰세요? ㅇㅅㅇ
2014.06.20 18:14
2014.06.20 18:49
님한테 한국어 쓰는 게 전혀 꼴사나운 게 아니듯
저한테도 그렇습니다.
전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라 우연히 그렇게 태어났고,
한국어도 모국어로 주어졌거든요.
제가 고를 수 있었다면 당연히 저는 한국과 한국어를 고르지 않았겠지요, ^^;
2014.06.20 13:37
저는 기초자치단체 공천제 논란과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원칙적으로는 양쪽 모두 무공천하는 것이 맞지만, 상대가 이미 약속을 깰 것임을 선언한 상태에서 나 혼자 약속을 지키겠다며 공천하지 않는 건 그냥 미친 짓이죠. 게다가 이건 어쨌든 약속이라도 있었으니 상대를 비난할 명분이 있지만, 미국의 총기소유는 양측 사이에서 아직 아무 합의점을 이끌어내지도 못했죠. 국토가 넓다보니 어지간한 도시 지역이 아닐 경우 유사시 공권력의 즉각적인 구조를 바라기도 어렵고,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자들은 이미 총기로 무장한 상황이라면 저도 정치적 성향이나 선악과 상관없이 일단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총을 쥘 겁니다.
미국의 총기문제는 이미 해결 단계를 벗어난 것 같아요. 총이 얼마 안 깔렸을 때는 정부에서 일괄로 압수한 뒤 전면 금지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수많은 총기가 깔려있고, 이걸 일괄 압수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 진입하는 사람에게만 총기를 금지하겠다는 건 차별이죠. 명백하게 호신 목적을 벗어나는 자동화기나 대구경 화기만이라도 회수 및 구입금지하고, 이미 깔려있는 총기는 등록을 철저히 한 뒤 미등록 총기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는 것 정도가 현실적인 대안이겠지만, 공격용 탄창 금지 & 총기 등록제조차 결사반대하는 게 현실이니 대책 없음.
총기문제가 일부 시대착오적인 카우보이 & 군수업체 로비 차원이라면 장기적이라도 극복이 가능하겠지만, '총기소지야 말로 미국의 자유' + '내몸은 내가 지켜야지 정부 못 믿는다' + '주위사람 모두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만 맨손이면 불리한 거 아니야?' + '여기는 아직도 밤이면 늑대와 곰이 나온다니까'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항이라 카오스 오브 카오스...=_=;;
얼마 전에 지나간 논쟁에서 파릇포실님이 이 구절을 그대로 인용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