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애크런 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는 알고 있지. 고무 회사야. 싼 임금으로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산골 놈들을 마구 잡아들였지. 그런데 산골에서 나온 이 자들이 일어서서 조합에 들어갔지 뭔가. 이게 탈이었구나. 그만 큰 소동이 벌어진거야. 장사치다, 재향군인이다 하는 이런 치들이 훈련으로 시작하군 꽥꽥 짖어대기 시작한 거지, "빨갱이다!" 하고 말이야. 그러곤 애크런에서 조합을 몰아내려 들기 시작한 거야. 목사가 그 일로 설교하고, 신문이 떠들어 대고, 고무 회사에서는 곡괭이 자루를 마련한다, 최루탄을 사들인다 야단법석이었지. 빌어먹을, 마치 그 산골 젊은이들이 진짜배기 악마이기나 한 것 같은 소동이었다구!"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공기돌을 주워서 퉁겼다.


"그런데 말야, 작년 3월이었어. 어느 일요일 날 5천 명이나 되는 그 산골놈들이 교외로 칠면조 사냥을 나간거야. 5천 명이 라이플 총을 어깨에 메고 거리를 행진해 갔다구. 그리고 칠면조 사냥을 마치고는 다시 시내로 돌아온 거야. 그자들이 한 일은 그것뿐이야. 그런데도 말이야, 들어보라구. 그런 뒤로 소동 하나 일어나지 않게 됐어. 시 위원회는 공괭이 자루를 치우고, 장사치는 가게를 열고, 아무도 곤봉으로 얻어맞는 일도 없고, 콜타르를 쳐발라 닭털을 붙이는 린치를 당하는 일도 없고 살해당하는 일도 없어졌단 말야."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검은 모자가 말했다.


"이 고장 놈들도 차차 더러운 짓을 하기 시작했어. 캠프를 불사르고, 사람들을 때리고 말야. 나는 생각하고 있어. 우리도 모두 총을 가졌잖아. 그러니까 우리도 칠면조 사냥 클럽이라도 만들어서 일요일마다 모여 보면 어떨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거야"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이어 땅바닥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꾸물꾸물 발을 옴지작거리고 몸의 무게를 한쪽 발에서 다른쪽 발로 옮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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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읽은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사실 저는 총기따위가 없으면 그 수많은 총기난사 사건들도 없을테고 그 수많은 총기 관련 사고들도 없을텐데 왜 그렇게 많은 미국인들이 총기 소유에 집착을 하는가 하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는데, 저 부분을 읽고 나니 뭔가 그들의 입장이나 논리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더군요. 미국이라는 사회가 성장해온 그 과정의 역사를 보면 단순히 총으로 일구어 낸 독립과 총으로 챙취한 서부라는 폭력성만으로 총기에의 집착을 읽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지나간 논쟁이지만 책을 보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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