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1 14:40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켜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킬빌 part 1'이 눈에 띄어서 잠깐 재생했다가... 그냥 쭉 봐버렸네요.
시작부터 사람을 확 잡아 끄는 것이 지금 봐도 참 재밌게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아직은 ‘악동’ 소리를 듣던 시절의 타란티노 스타일을 오랜만에 접하니 반갑고 좋은 것도 있었구요. 뭐 이제는 ‘거장’ 대우를 받고 있고 여러모로 더 성숙해지고 깊이 있어졌다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요즘 타란티노 영화들도 여전히 짓궂긴 하지만 이 시절처럼 팔랑팔랑 경박해 보일 정도로 과장되고 뻔뻔스러운 느낌은 아니죠. 요즘엔 모르겠지만 한 때 절친이었던 로드리게즈 영화 느낌이 날 정도로 현란하게 안무를 짠 액션씬들 같은 것도 그렇구요.
최소한 가볍게 낄낄거리고 웃으며 즐기기엔 오히려 타란티노의 요즘 영화들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음악이었네요.
타란티노 영화야 처음부터 늘 선곡 센스 좋고 OST 좋기로 유명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음악을 쓰는 스타일이 요즘과 좀 다릅니다.
이건 타란티노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화판 경향의 차이 같은데, 킬빌이 나오던 이 시절의 영화 음악은 뭔가 좀 음악 자체가 존재감을 뽐내는 경향이 강했죠. 이 영화도 보면 중요한 장면이 시작될 때마다 귀에 팍팍 꽂히는 임팩트 강한 곡 하나가 풀버전으로 흘러 나오는 식의 연출이 많은데 그래서 짤막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최근의 트렌드는 음악이 좀 효과음스럽게 쓰이고, 너무 드러나지 않게 극의 흐름에 조용히 어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그런 스타일도 세련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또 오랜만에 이런 과시적인 음악 사용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오히려 신선하고 좋더라구요.
특히 위에 올린 저 곡과 저 장면은 정말. ㅋㅋㅋㅋ 웃음이 날 정도의 고색창연 오버액션인데 그게 또 간지가 나고. 뭐 그래서 웃으면서 감탄하고 그랬네요.
그리고...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 심지어 마이클 매드슨까지 정말 말 그대로 '뽀송뽀송'하네요. 마이클 매드슨까지도!!! ㅋㅋㅋㅋ
1편 초반에 나오는 흑인 꼬마애를 주인공으로 킬빌 part3을 만들 수도 있지만 안 만들 수도 있고 뭐 그렇다는 떡밥이 오랜 세월 오락가락했었는데. 이제 타란티노가 공언했던 은퇴 카운트다운이 1밖에 안 남았으니 설마 은퇴작으로 킬빌 3부를 만들진 않겠죠. 아쉽네요.
2019.05.31 14:57
2019.05.31 20:21
2019.05.31 16:17
복수극은 언제봐도 재미있어요
2019.05.31 20:21
2019.05.31 16:30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의 연기가 인상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보란듯이 대놓고 만든 B급 영화라 놀랐고, 'B급이지만 왠지 신선해, 이 병맛 영화는 뭐지'하며 즐겼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후에 그 미친 연기자가 영화감독이라고 해서 또 놀래고,,,,
그가 만든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본것 같아요.
2019.05.31 20:23
2019.05.31 16:59
2019.05.31 20:28
2019.05.31 17:36
이 영화에서 처음 듣고 아직까지 종종 듣고 있는 노래가 Meiko Kaji가 부른 修羅の花 (The Flower of Carnage) 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이 영화에 지대한 지분이 있는 영화 <Lady Snowblood> 에 처음으로 삽입됐던 곡이더군요. <Lady Snowblood>도 최근에 봤는데 명작이더라구요.
2019.05.31 20:31
2019.05.31 19:15
2019.05.31 20:33
2019.06.01 00:18
2019.06.01 08:43
저도 그런 스토리 얘길 들었던 걸로. ㅋㅋㅋ
타란티노가 예고한 은퇴가 이제 딱 한 편만 남겨 놓은 시점이라 킬빌 3편이 나오려면 은퇴작이 킬빌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음... 뭐 그런 예고는 안 지켜도 싫어할 사람 없긴 하겠지만요. ㅋㅋ
2019.06.04 23:52
지금은 뭐랄까... 나쁘지는 않은데 폭력성이 강한 영화는 보기 힘든 구석이 있네요.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