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안 적겠습니다... 만,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는 걍 밝히려구요. 그걸 숨겨 버리면 제가 할 말이 너무 없어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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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뽀샤쉬한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 아 이거 또 포스터로 사기 치네... 했는데 정말 이런 영화(?)였다는 게 반전이었습니다.)


 

 - 흑백으로 시작해요. 영화 제목에 어울리게 시기는 1999년 12월 말이구요. 한 중소 기업에서 경리 일을 하는 영미라는 처자가 주인공인데요. 딱 한국 독립 영화에 나올 법한 방향으로 암울한 청춘입니다. 사회성이 보통보다 많이 떨어지는 분인데 그게 대체로 호구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탓이랄까... 그렇습니다. 아들래미 부부가 멀쩡히 눈을 뜨고 살아 있는 알콜 중독 큰어머니를 혼자 모시고 살구요. 형편이 어려워서 멋부리고 인생 즐기는 건 꿈도 못 꾸는 처지에 자기 내버린 아들래미만 생각하는 진상 할매를 정성으로 챙김은 물론... 회사의 훈남 직원 하나를 짝사랑하며 그 인간이 횡령하는 돈을 매일 밤 부업을 해가며 남 몰래 대신 메꿔준다는 환타스틱한 뻘짓을 하며 살고 있어요. ㅋㅋ


 그러다 12월 31일에 큰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구요. 영미가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걸 눈치 챈 훈남 직원이 빈소에 찾아왔는데... 이 분이 왔다 간 후에 바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그 직원은 체포되었고 지금 너님도 횡령 방조의 책임을 물고 감옥 가셔야 한대요. 그래서 다녀옵니다. 막 출소를 했는데 갑자기 도도한 비주얼의 한 녀성이 들이닥쳐서 자기가 그 직원의 와이프라네요. 유부남이었던 것... 인데. 세상 혼자 사는 듯이 거만하고 싸가지 없는 그 여자는 놀랍게도 손, 발 하나 까딱 못하는 1급 장애인이었고. 어찌저찌 하다 보니 그 집에 얹혀 살며 수발을 들게 된 호구의 별 영미씨입니다. 과연 이 스토리는 또 어떤 길로 흘러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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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 영미의 암울했던 시절은 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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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희망의 21세기는 컬러. 그것도 살짝 과장을 넣은 컬러풀한 색감... 이런 식입니다.)



 - 아... 뭐 사실 이것도 뻔하네요. ㅋㅋ 당연히 그 싸가지 여인에겐 첫 인상과 영미의 기본 배경 지식과는 다른 스토리가 숨겨져 있을 것이고. 상황은 처음 영미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겠죠. 그리고 영미는 싸가지 여인 유진의 곁에 머물며 호구질을 하면서 그런 사실들을 조금씩 알게 되고. 결국 조금씩 서로 마음을 열게 되겠고... 궁금증을 남길 것은 엔딩을 과연 어떻게 맺을 것인가 정도. 뭐 그러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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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짝사랑하던 남자의 아내와 단 둘이 지내며 수발을 드는 관계가 됐는데 그녀는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니 당연히 사이코 스릴러로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인공 표정 좀 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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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ㅋㅋㅋㅋ)



 - 당연히 런닝 타임 내내 영미와 유진에겐 안 좋은 일들만 계속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숨겨져 있는 이들의 과거지사도 하나 같이 박복하고 불운하기 그지 없는 것들 뿐이구요. 그 와중에 호구 스타 vs 안하무인 싸가지 여인... 이라는 조합으로 둘이 맺어져 있으니 둘 사이의 투닥거림도 보기에 그렇게 편안한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긴 한데요...


 보다 보면 영화가 생각보다 많이 유합니다? ㅋㅋ 그러니까 자꾸 나쁜 놈들이 주인공들을 괴롭히지만 그 나쁜 놈들의 악행이 막 끝장을 보는 정도까진 가지 않아요. 그리고 주인공들의 각성(?)이 생각보단 조금 빨리 이루어져서 자기들 나름대론 반격도 해서 보는 사람들의 막힌 속을 살짝 뚫어주고요. 뭣보다 주인공 둘이 모두 첫인상과 다르게 꽤 단단하고 심지어 바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갈굼에 그렇게 쉽게 무너지고 굽히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각 캐릭터의 호감 포인트로 연결됨과 동시에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줍니다. 얘들은 어떻게든 잘 될 것 같아... 라는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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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가 아니라 지랄 1급'이라는 대사로 설명되는 캐릭터입니다만. 가슴 속에 3천원도 있고 알고 보면 내 사람에겐 따뜻하고 뭐 그러합니다.)



 - 그렇게 두 캐릭터의 매력에 크게 기대며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캐릭터들도 잘 빚어져 있을 뿐더러 배우들이 소화도 잘 해줍니다. 


 일단 주인공인 영미는... 딱 보는 순간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 캐릭터가 떠오릅니다만. 그보단 많이 순한 맛이에요. 늘 무기력하고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저자세로 굽실굽실하면서 딱히 엽기적인 짓을 저지르지도 않구요. 하지만 가만 보면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좀 비정상적인 방식이긴 해도 원하는 걸 하며 살려고 애도 쓰는 인물이죠.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고 이입도 쉽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에도 적었듯이 각성이 생각보다 훨씬 빨라요. 그리고 각성 이후로는 주변 사람은 물론 자신을 위해서도 단호하게 바른 결정을 내리고 즉각 실행에 옮기고... 해서 적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줘요. 이런 모습이 영화 도입부의 그 한국 인디스런 암울함과 대비가 되어서 더 시원한 느낌을 주고요. 이 캐릭터를 맡은 이유영은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잘 살려주네요. 지금도 잘 나가지만 더 많이 잘 됐음 하는 배우고요.


 영미와 콤비를 이루는 유진의 캐릭터는 애초부터 대비를 위해 설계된 느낌입니다. 본인이 수 틀리면 상황이나 입장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직설적이고 과하게 질러대며 트러블을 일으키는 인물인데요. 대신 이 '수 틀림'의 기준이 은근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방향이어서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되죠. 그리고 과거지사가 공개되면 될 수록 압도적으로 암울한 개인사가 드러나면서 영미보다도 더 짠한 인물이 돼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위엄을 놓지 않아서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 없이 응원하게 만들어줍니다. 이 캐릭터를 맡은 임선우 배우는 지금껏 본 게 '침입자'에서 단역 가까운 역할 하나 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연기는 처음 본 셈인데 역시 참 잘 하시네요.


 암튼 이 영화의 재미와 감동 포인트는 이 두 캐릭터 각각의 매력과 화학 작용에 거의 대부분을 의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게 다 잘 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가 캐리하는, 그리고 캐릭터들의 어울림에서 재미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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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부실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잘 어울린다... 고 이해를 해주심 되겠습니다. ㅋㅋ)



 - 기본적으로는 코미디입니다. 박장대소할만한 장면은 전무합니다만. 그래도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워낙 스펙터클한지라 보다 보면 피식이든 허허든 웃음은 나와요. 혈압 오르고 복장 터지는 장면들도 많지만, 어쨌든 긍정적 정서를 깔면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니 그런 부분들도 견딜만 하구요. 사실 쓸 데 없이 냉정하게 말하자면 '음? 이게 이렇게 쉽게 풀리나?' 같은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코미디가 바탕에 깔려 있으니 굳이 트집 잡을 생각은 안 들더군요. 사실 이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문제들을 그냥 궁서체로 진지하게, 사실주의 톤으로만 풀어낸다면 해피엔딩 따위는 불가능하거든요(...) 고난은 살벌하게, 극복은 좀 유하게. 하지만 참으로 애틋하게... 대충 이런 톤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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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치명적인 옴므 파탈 폼 좀 보세요. ㅋㅋㅋㅋㅋ)



 - 그러니까 결국 사회로부터 아웃사이더, 혹은 루저 취급 받으며 갑갑한 삶을 살던 두 여성이 기구한 사연으로 얽혀서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깁니다. 사회, 세상에 대한 분노와 비판보다는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고단함을 비추며 응원하고, 희망을 주는 게 목적이구요.

 한국 인디적 암울함에 내성이 약한 분이라고 해도 충분히 즐길만한 수위(?)의 이야기니까 두려워 마시고 ㅋㅋ 관심 가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보실만 해요. 이 풍진 세상이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라는 거 누가 모릅니까. 그걸 세세하게 후벼 파는 영화가 필요하다면 이런 식으로 살짝이나마 희망을 주는 영화들도 필요하고 그런 거죠. ㅋㅋ 전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 참고로 이 영화에서 영미는 '못생겼다'라는 게 포인트 중 하나인 캐릭터입니다만 그걸 맡은 배우님 비주얼이... ㅋㅋㅋ 그래도 초반엔 적당한 분장과 적절한 표정 연기의 힘으로 무리라는 느낌은 안 들게 잘 표현해줍니다. 후반엔 결국 예뻐지는데, 그것까지도 연출 의도대로인 듯 하니 뭐 된 걸로.


 ++ 왓챠에도 있고 웨이브에도 있고 티빙에도 있고 국내 OTT엔 다 있지만 외국 OTT엔 없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자막을 띄울 수 없다는 겁니다. ㅋㅋ 사람들이 좀 조곤조곤 말하는 장면들이 많은 편이라 힘들었네요. ㅠㅜ 근데 그래서 넷플릭스를 검색하다 이 감독님의 전작 '69세'는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찜해두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쌩뚱맞은 한국 영화들이 발견되곤 하는 넷플릭스입니다. 


 +++ 극중에서 영미와 유진의 나이는 딱히 언급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배우 나이로 치면 이유영이 30대 중반에 임선우가 40대 초반. 그리고 영화의 배경은 1999~2000년이니 2024년엔 환갑이 되어 계실 캐릭터들이었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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