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씨의 블로그를 가끔가다 둘러 봅니다.

10여년 전에는 책도 두어권 구입해서 본 적 있고 연세대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강연도 들어 본 적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분의 글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아사를 권하는 사회>도 그러합니다. 그분이 일하는 오슬로에까지 고 최고은 작가의 소식이 전해졌나 봅니다.

<아사를 권하는 사회>는 최고은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모티브가 되어 쓴 글인 듯 합니다.

물론 전체적인 맥락은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즉 전통사회에서는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사회보장을

담당을 하였고 아이가 노후보험의 역할을 하였지만 가족이 해체된 후의 대한민국은 대다수의 실업자들이 굶어죽기보다는,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면서 그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고 만약 아파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누구든지 최고은 작가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십분 공감을 합니다.

제가 불편했던 부분은 글 중간에 잠깐 언급된 북한에 관한 문구였습니다.

북한에도 아사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원과 기술적 발전의 한계 때문이라고 국한하고 있습니다.

즉 자원 부족과 기술적 발전의 한계일 뿐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란 것이죠.

 

그러한 부분은 예전에 썼던 글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작년 10월에 포스팅한 글의 주제는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였습니다.

<중국 반체제인사, 꼭 지지해야만 하는가>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 박노자씨는 류샤오보보다는 중국정부에

더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글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반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류샤오보를 존경하며 그 운동이 진보와 무관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는 전제를 깔긴하였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글의 맥락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박노자씨의 주장을 요약한다면 이렇습니다. 류샤오보가 주도하는 <08憲章> 내용 중 의회 민주주의 제도는 서구 사회에서

익히 보았듯이 현존의 일당집권보다 낫지 않으며  독재적인 지배세력인 공산당은 굳이 선거에 돈 쓸 일 없으니까 총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도

적어도 개별적 자본가들의 사리사욕을 어느 정도 억제하면서 나름대로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의회민주주의가 도입되어 경쟁선거에 돈을 쓸 일이 생기면 결국 그 돈을 대줄 대기업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겐 더 불리하다는 것이죠.

 

더 예전에 포스팅한 글에서도 노르웨이의 선량한 중산층이 중국 문화혁명 당시 폭력의 선단에 섰던 홍위군보다 더 악질적인 폭력을 자행한다는

문구를 본 적 있습니다.

 

즉 박노자씨에 관점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가장 폭력적인 그룹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선량한 그룹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가장 나쁜 형태의 사회주의체제라도 가장 좋은 형태의 자본주의체제보다 낫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박노자씨가 유소년 시절을 구 소비에트 체제에서 보낸 것이 이러한 신념을 형성하는데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가 있을까요?

 

아무튼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서라도 그 어떤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더라도 사회주의 체제라면 무조건 지지를 하는 박노자씨의 관점은

쉽게 지지할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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