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 두 작가의 수다

2022.12.10 10:03

thoma 조회 수:349


'헤어질 결심'을 어제 재감상했어요.(시리즈 온에서 7일 대여한 거라) 스포일러 있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 보면서 의아하던 게 조금 정리가 됩니다. 

남편1과 남편2는 같은 시계를 찼고 해준은 남편1과 같은 휴대용 술병을 사용하잖아요. 왜 저래?

남편1은 서래의 몸에 자기 이니셜을 새겼지요. 해준 표현대로라면 '가축처럼'. 서래 부부와 해준 부부가 시장에서 만났을 때 박용우가 본능적으로 손마디를 꺾습니다. 지 물건에 손대려는 놈과 싸울 준비하듯이요. 해준이 집 앞에서 이 실장과 떠나는 아내를 마주쳤을 때도 손마디를 꺾더라고요. 방금 산에서 서래를 만나고 왔으면서 저러고 싶을까? 

또 눈에 띄었던 것은 박용우의 명함에 박힌 상반신 사진이 그대로 해준의 실루엣으로 전환되는 장면입니다. 어째서 저렇게 찍었을까.

그리고 다들 눈이 강조됩니다. 남편1 시체의 부릅 뜬 눈, 남편2의 죽었는데 갑자기 떠지는 눈, 해준의 안약을 상비해야 하는 눈. 

다시 보니 두 남편은 쓰레기이고 해준은 사랑의 대상으로 온전히 믿음직한 남자,가 아니었어요. 서래는 산에서 두 남편과 해준을 구별해서 자신의 조상에게 '꽤 믿음직한 남자 데려왔다'라고 표현하지만 이 대사가 '믿음직한' 보다는 '꽤'에 방점이 찍혀야 되는 것이구나, 해준이 남편들과 구별되는 캐릭터는 아니었구나, 그것이 바다로 가며 나눈 통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해준은 기회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두 남편과 다른 점이라면 죽기 전에 똑바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영화에 사용된 음악을 듣다가 위의 두 작가의 대화를 보았습니다. 정서경 작가는 마지막 바다 장면이 자신이 쓴 글이지만 저런 파도로, 바다의 모습으로 영상화 된 것을 보니 아주 좋았나 봅니다. 아니나다를까 박찬욱 감독은 후반 산에서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전체 분량에서 타이밍상 지루할 지점이어서 어떻게 손을 보나 고민을 했다는 말씀.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2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5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91
122202 [긴급 듀나인] [18] breathless 2010.08.10 2647
122201 다음에서 괜찮게 보는 만화 연금술사 2010.08.10 2773
122200 새게시판도 포인트 쌓기가 있었다면 누가 포킹이 됐을까(내용 별로 없습니다) [9] 가끔영화 2010.08.10 2036
122199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1] run 2010.08.10 2488
122198 활기가 필요할 때 듣는 노래(Blondie - Dreaming) catcher 2010.08.10 1858
122197 [듀지식나인] 일제시대 관련 영문 자료들이 있는 인터넷 아카이브를 찾습니다 [2] 당퐁당퐁 2010.08.10 1741
122196 W 매거진 9월호 - 젊은 여배우들 화보 [7] 보쿠리코 2010.08.10 4809
122195 요즘 눈에 들어오는 처자 [17] 아.도.나이 2010.08.10 4495
122194 우중산책, 우중산행 [2] soboo 2010.08.10 2228
122193 진심 부러운 작업실... [12] 서리* 2010.08.10 4684
122192 일본의 유명한 자동차 괴담 [2] Wolverine 2010.08.10 3668
122191 하하하, 통영 여행기 [10] 큰숲 2010.08.10 4444
122190 [커피] 하루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 [4] 서리* 2010.08.10 2605
122189 듀in)불면증 [2] 동면 2010.08.10 1469
122188 '아저씨'의 여세를 몰아 '원빈' 바탕화면 만들어보았어요 [1] 연금술사 2010.08.10 4686
122187 폭력을 용인하는 것이 폭력을 낳는다. [12] 노을 2010.08.10 2423
122186 하하하, 통영 여행기 2탄 [11] 큰숲 2010.08.10 3557
122185 라스트 에어벤더 땅 불 바람 물 마음 [10] morcheeba 2010.08.10 3096
122184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시면서 왜 이렇게... [11] 파리마리 2010.08.10 3162
122183 토요일 에버랜드 많이 복잡하겠죠...? [7] 실마리 2010.08.10 26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