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02:17
그냥 같이 듣자는 포스팅입니다
오...
이 모든 게 끝나거든 나를 깨워줄래
저 얼음들이 모두 녹아 사라진 후에...
다시 깨어나 굶주림이 나를 엄습할 즈음엔
무사히, 아무 달라진 것 없이, 그저 나이만 들어 있도록
어쩌면 곰들보다 두 배는 더 늙어 있겠지
그 정도 각오는 했으니
그런데
그대는 어디에 있었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지
내가 땅 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을 때
내가 동굴 속에 매몰되어
기도서를 한 장씩 찢어 입 속에 넣고 있을 때
그게 내 겨울 식량이었어
한 장 씩, 결국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찢어 삼켰지
마치 움직이는 그림
혹은 소리없는 영상처럼
움직이는 그림이나
무성 영화의 장면처럼
이 모든 건 단지 깨어나지 못한 꿈이었을까
나의 심장은 천천히 잦아들어
점점 더 느려지다가
이제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저 밖에서 비추이는 섬광은
사랑인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최소한 아름다운 무엇일 거라고
하지만 문득 돌아봤을 때
가늘게 뜬 두 눈 사이로 들어온 것은
내게로 돌진하는 헤드라이트였지
진실이란
그토록 가혹하고도 급작스레
두 자락 그림자를 드리운 동물들을 엄습한다
스러진 윤곽을 따라 하얀 점선이 그어지면
가엾은 몸뚱어리는 그 안에 갇혀 벗어날 수도 없겠지
그대는 어디 있었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어
내가 땅 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었을 때
내가 동굴 바닥에서 찾아낸 기도서를
갈갈이 찢어 뜯어먹고 있을 때 말야
생존을 위해 난 성경이 아니라 그 무어라도
찢어 삼킬 수 있었어
거대한 침묵 속에서
마치 움직이는 그림이나 소리없는 영상처럼
먹먹한 침묵 속에서
그저 서서히 움직이는 영상이 되어
moving pictures, silent films / great lake swimmers
translated by lonegun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