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9 11:08
http://www.brainygamer.com/the_brainy_gamer/2010/09/unplayable.html
해석에 오류가 있을 겁니다.
교사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는 2년 전에 15명의 학생에게 폴아웃을 하도록 시켰는데, 학생들이 게임에 대한 저항감을 이겨내고 뭘 해야할지 찾아내고 폴아웃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 후로 계속 새로운 게임을 학생들에게 시도했어요. 아케이드 고전인 Defender나 인터랙티브 픽션인 Planetfall이나 던전크롤러인 Rogue같은 학생들이 편안하게 느끼지 않을만한 게임들이죠
하지만 지난 6년간 제대로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은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어려워했습니다. 그게 울티마4입니다. 확실히 Planetfall같은 게임도 어려워하긴 하지만 그 게임의 문법을 이해하기만 하면 그 후론 그저 퍼즐풀이에 불과했어요. Defender도 처음엔 어떻게 할 줄 몰랐지만 현세대의 게임을 했던 것처럼 금세 적응했습니다.
울티마4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교실 외에서 토론이 가능하도록 포럼을 만들었는데 그 포럼에서의 샘플을 소개합니다.
“게임 전체적으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몇시간이고 앉아서 뭘 해야할지 시도해봤는데 저에겐 이해할 수 없는 게임이었어요”
“전 게임을 할 때면 공략없이 헤쳐나가요. 하지만, 울티마의 경우는 그게 불가능했어요. 친구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FAQ나 공략도 보고, <같이 울티마를 해보자>는 유튜브 영상도 봤지만 아직도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게임의 목표가 뭔지 모르겠어요. Ankh의 목적이 뭔지 알아내야할 것 같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게임을 순전히 제 경험으로 만들고싶어서 공략없이 해보려고 했지만 한 시간도 못돼서 포기했어요. 컨트롤이 이상하고 스토리에 몰입도 안돼요. 구렸던 룬스케이프가 생각나는 게임이었어요.”
“게임의 컨셉을 이해 못하겠어요. 컨트롤이 나쁘고, 제가 게임안에서 하는 행동이나 움직이는게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것도 이상해요. 롤플레잉 게임이 익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아요. 앞으로 진행하고 싶지만 지금까진 못하고 있어요”
“죽은 다음에 어떻게 해야되죠?”
학생들은 5일 동안 울티마4를 했는데, 가능한 많이 진행해보라고 요구했습니다. 교실에서 경과를 들었을 때 소수의 학생만이 성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게임에 당황한 상태였습니다. 한 학생의 말을 옮기면, “우리 세대의 게이머에겐 울티마4는 지겹고 플레이 불가능한 게임 같아요.” 가슴에 꽂힌 화살을 빼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대부분 유저 인터페이스나, 내비게이션, 전투, 전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미스틱 위즈덤에 대한 책>이나 <브리타니아의 역사>를 pdf 문서로 줬지만 단 한명의 학생도 그걸 읽지 않았습니다.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그거 그냥 패키지에 넣어놓은 물건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패키지에 넣어놓은 건 유저가 그걸 읽기를 원해서야”
“와우”
학생들이 그렇게 고생한건 제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걸 준비하도록 더 잘 가르칠수도 있었어요.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저 브리타니아에 그들을 놓고 알아서 헤쳐나가도록 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19살의 콜오브듀티 유저에게 울티마는 어려운 게임이겠지만 그렇게 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최소한 그게 제가 전에 했던 생각입니다. 지금은 기초적인 문맹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요. 게임에 욕심이 많은 이 학생들은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지만, 울티마4 같은 경우엔 게임이 요구하는 스킬과 기초적인 부분들이 너무 낯설고 플레이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긴 싫지만, 포션을 만들고, 마을 사람 모두에게 말을 걸고 메모장에 그들이 말한걸 적는 게 학생들에겐 재미없는 일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화면 구석에 미니맵을 원했고, 미션 로그를 원했어요. 재밌는 전투와 인게임 튜토리얼도 있었으면 했죠. 일하는 것 같은 게임을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울티마4를 가르치는걸 계속할겁니다. 이 게임은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근간이 되는 게임이에요. 새로운 교육 방법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오늘날의 게이머와 종이에 지도를 그려가며 플레이했던 게이머의 차이는 간극을 메울 수 없다는걸 인정해야겠습니다. 물론 이 위대한 고전 게임들은 여전히 가치있어요. 이 게임들을 그냥 휴지통에 버려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역사를 보존하고, 학생들에게 이 게임이 왜 의미있는지 가르치려 한다면 단순히 “이 게임을 해봐. 그리고 알아서 헤쳐나가봐”라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안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게임을 배우는데 있어서 기초적인 도움을 얼마나 줄지에 대한 밸런스입니다.
울티마4 같은 위대한 고전 게임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게임이 그 자체로 위대함을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도 울티마4 하는 건 좀 겁이 납니다. 제대로 못할것 같거든요. 울티마 7은 한패도 있으니
울티마7을 하고 맘에 들면 울티마4를 하게되는 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파이날 판타지3은 쉬운 게임이었어요. 꽤 잘만들기도 했죠.
2015.01.29 12:00
2015.01.29 12:07
고전 rpg는 추억보정을 넘어서 그대로의 고유한 가치가 있다는 관점이라면 이해 못할건 없겠죠. 저도 오래된 rpg라면 홍길동전이나 파판류만 해봤기 때문에 설명할수는 없습니다.
2015.01.29 12:35
2015.01.29 12:41
기술의 발전보다 게임이 너무 빨랐나보네요. 제가 해본 울티마는 9편 뿐인데 이건 좀 별로였어요.
2015.01.29 12:47
저는 어떤 맥락인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요즘 게임 게시판을 보면 저런 비슷한 일이 종종 발생하거든요.
전 세계적인 게임 경향은 모르겠지만.. 일단 최근에 제가 느낀 한국의 게임 현실은 이렇습니다.
현재 3-40대 한국 게이머들에게 게임이란 RPG가 기본입니다. 그 이후 세대들에게 RPG는 낯선 게임이에요. 이들에게 게임은 AOS와 FPS지요.
RPG는 읽어야할 것도, 배워야할 것도 많습니다. 유저간 커뮤니티성도 중요해서 개인의 사회적 능력이 게임 전반의 성취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에 비해 AOS나 FPS는 접근성 하나는 훨씬 라이트합니다. 내가 아무리 형편없어도 게임에 참가하는 것 자체를 방해받는 일은 없으니까요.
커뮤니티성도 마찬가지. RPG는 일종의 가상사회를 형성합니다. AOS나 FPS는 그런 사회적인 부담이 없습니다.
그래서 AOS나 FPS류를 주로 하던 게이머들이 RPG를 접하게 되면 뭔가 여기저기서 문턱에 걸리는 기분이 듭니다.
읽어야할 것도 많고 알아야할 것도 많습니다.
게임사가 제공해주지 않는 규칙이 유저 사이에 가득합니다.
어디를 가려니 파티를 맺어야 하는데 내 스펙이 안 되고 내가 공략을 몰라서 안 끼워준댑니다.
구 게이머 입장에선 거의 이렇게 보이죠. "아, 널리고 널린 정보인데 좀 찾아서 읽어라. 너네들은 글에 알레르기가 있냐, 텍스트에 면역이냐???"
그들도 할 말은 있죠. "아니, 게임 따위 그냥 하면서 익히게 만들어야지, 왜 내가 굳이 정보 찾아가며 해야하는 거냐."
사실 정확히 말해서 이건 어린 세대들의 특징만은 아닙니다. 라이트 유저의 특징이지요.
이전 세대에게 있어 게임이란 좀 더 덕후(Geek)스러운 그 무언가였죠. 게임이란 원래 쉬운 게 아니었고 뭔가 '학습해야'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이제 게임은 누구나 하는 겁니다. 이전 덕후들이 20년 전에 PC에서 했던 심즈류 게임을 이젠 젊은 세대들 대다수가 스마트폰에서 하고 있죠.
그러니까 게임 유저의 핵심층이 덕후에서 라이트유저로 내려온 겁니다.
원글의 작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겁니다. "내버려두어라, 그들은 우리의 게임에 굶주리지 않았다"
애초에 다른 성향의 유저층한테 우리 게임 재밌다 해봐라 채근할 필요는 낫씽
지금 마영전 업데 기다리는 중인데 지루하네요 낄낄
2015.01.29 18:23
게임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 게임을 만드는데 돈이 더 드는 만큼 그런 쪽으로 갈수밖에 없었겠죠.
마영전 그래도 꾸준히 업데이트하네요. 전 초반에 했었는데 지금 가보면 아무것도 모를것 같네요.
2015.01.29 13:40
게이미피케이션을 읽어 보면 유저 성향 별 게임이 접근해야 할 방법론이 있죠. 제가 봐도 저건 젊은 세대가 아니라 라이트 유저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2015.01.29 18:24
폴아웃 같은 경우엔 성공적이었나봅니다. 지금은 예전 폴아웃을 라이트한 게임이라고 하진 않으니까요. 그걸 뛰어넘은 갭 같은걸 느끼나봅니다.
2015.01.29 15:49
2015.01.29 18:27
말랑말랑한 게임은 아닌가봅니다.
그러고보니 파판3도 마지막 던진이 꽤 기네요. 울티마4의 마지막 던전은 무섭군요.
2015.01.30 01:24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해석해 봅니다.
현재의 게임들이 예전스타일의 게임들이 보완 발전을 거친 결과물이라는것에는 동의 하지만 이 보완 발전이라는게 꼭 좋은쪽으로만 된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의 편리함을,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다 보니 어느새인가 플레이어들은 개발자들이 떠먹여 주는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게임들이 플레이어가 알아서 떠먹어야 하는 조건이라면 현재의 새로운 떠먹여 주는것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겐 입을 벌리고 있는데 들어오는게 없으니 당연히 예전게임들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것이지요.
예전에는 그 알아서 떠먹는 행위가 재미라면 또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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