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글을 쓰니 좀 부끄럽네요;

아래 연애 상담을 받은 분의 글에 용기를 얻어 글 씁니다.

 

저랑 남자친구는 2년 여 간 만나왔어요.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캐시와 히스클리프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동경하는 저와 (오글거려도 제 성향이 그렇습니다;;)

믿음과 신뢰(물론 애정을 기반으로 한)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남자친구 사이에서는 잦은 마찰이 있었습니다.

주로 제가 시비를 걸었다고 할까요?

연애 초기부터 전 '왜 오빤 히스클리프처럼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라고 긁어왔고

잦은 투닥거림 끝에 오빤 '히스클리프' 보단 '린튼'이 더 어울린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애정을 의심하진 않았어요. 그는 오히려 제게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워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변덕이 심하고 매사에 감정적이고 늘 과도한 애정을 갈구하는 저를 많이 받아주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지금까지의 그 어떤 관계에서보다 제 변덕과 애정결핍은 둥글둥글 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상황'이 자꾸자꾸 나빠져갔습니다.

무엇보다 연애 초반엔 오빠가 미취업/ 저는 취업인 상태였고, 많은 스케줄을 제 위주로 배려해줬었어요.

그러다 오빠-저 모두 일을 하게되고 , 여기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죠. 한동안은 투닥거렸고 몇 번은 크게 싸웠지만,

대체적으로 '서로에게 애정이 있다'는 이유로 무마되었습니다.

 

헌데 요즘 저도 이직을 준비하고 오빠도 재취업을 해야하는 상태가 되었어요.

서로 직장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좀 예민한 상태이다 보니 짜증도 많이 내게 되었고,

무엇보다 오빠가 '공부'해야 할 게 많아서 절 소홀히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해한다고 말로만 그러고 더 보챘던 것 같아요.

 

사람 좋게 받아주던 그도 '제 기분을 거스를 까봐 눈치 보는 자신이 싫고 너무 한심해보인다'고

자기 상황을 잘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 제가 부담스러워졌대요 ㅜ 아직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요즘 너무 힘들답니다.

이해해주는 척 했지만 결국 며칠 전 밤에 또 울컥이는 맘을 못이기고 전화해서 투정+짜증+불만을 토로했어요.

오빠의 인내심 혹은 애정을 이겨나갈 만한 '긍정의 파워'가 다 떨어졌나봐요.

그럼 왜 자기를 만나냐고, 이제는 힘들다고 그만하자고 하네요.

 

일단 제 마음은 '헤어지려고 그런말 한게 아니다. 서운한 점을 표현하려고 한 건데 오빠는 그만하자고 하니 씁쓸하다. 슬프다.' 였어요. 그대로 전했고요.

오빠는 '너가 아직도 좋지만 앞으로 이런 패턴이 또 반복될 거 같은데 현재 이겨낼 마음가짐이 안되어 있다.' 였고요.

 

우선 내일 얼굴 보고 만나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아요. 감정가는 대로 툭툭 말을 뱉는 저와 달리

말 한마디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신중한 타입이거든요, 오빠는.

정말로 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많이 슬퍼요.

하지만 저 역시 이 패턴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못하겠어요. 이제는 정말 제가 유별나게 오빠를 못살게 구는 건지

아니면 둘의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나가서 어떤 말을 듣게 될까요, 전 또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너무 답답합니다. 왠지 긍정적인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네요..

많이 흔들리고 괴로울 것 같아요. 후회도 미련도 많은 스타일이라.. (그러면서 저지르는 건 왜 그렇게 즉흥적이고 또 잘하는지;;;)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습니다.

2년 간 제 생활의 많은 부분이 오빠여서 예전처럼 살갑게 만나는 친구도 없어요.

누굴 만나 터놓고 이런 얘기 할 수가 없어서 듀게에 털어놓습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내일 진심어린 대화를 해야겠죠? 뭔가를 기대하는 제 자신이 서럽네요 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98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95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266
184 우울증 그리고 심야의 커밍아웃. [12] shyness 2011.06.18 6969
183 외대, 이문동에 사시는 분들께. 맛집추천 부탁합니다. [29] chobo 2014.07.16 6601
182 살다보면 황당한 일을 격게 되지요..ㅜㅜ [17] clancy 2012.06.25 6056
181 오늘자 다이어터 - 무염식 저탄수화물 식사의 위험성, 저나트륨혈증 [5] 라곱순 2011.08.05 5661
» 2년 간의 연애에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ㅜ [26] nyanko 2010.11.18 5360
179 모임 참석여부를 문자로 알려달라고 왔는데 답장이 살짝 이해가 안갑니다. [11] chobo 2014.06.02 5272
178 교정 교열 알바 해보신 분들, 보통 얼마 정도 받나요? [7] Paul. 2011.03.16 5194
177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말년에 사고(응?!)를 쳤다? [32] chobo 2014.06.20 5188
176 다리 좀 덜 짧아보이는 여성 운동화 없을까요? [13] 라면먹고갈래요? 2011.03.04 4876
175 도미노 갈릭 히든엣지 피자 후기 [9] 프레데릭 2011.06.18 4744
174 스마트폰 패턴 잠금의 부적절한 사용의 예? [7] chobo 2013.03.04 4729
173 쇼핑몰 프리미엄 후기라는 것의 진실성. [20] mockingbird 2011.01.31 4700
172 참 이상한 김슨상 관련 국내언론사들의 태도 [38] soboo 2010.10.03 4656
171 [바낭]아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16] catcher 2012.01.07 4363
170 오늘 제대로 돈낭비 했습니다. 신경선형술 받았습니다. [10] chobo 2013.11.21 4320
169 혼자 여행을 계획하니 숙소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18] 토토랑 2010.08.05 4315
168 [아이돌] 카메라 마사지의 힘을 느껴 보아요 - 인피니트 She's back 일본판 MV [9] 로이배티 2012.07.27 4282
167 다운튼 애비 3시즌 + 크리스마스 스페셜까지 다 본분 계신가요? 멘붕 공유해요. (당연 스포일러) [15] 애플마티니 2013.01.13 4256
166 (디아블로3) 야만전사는 망한 캐릭터일까요? [9] chobo 2012.05.21 4158
165 [듀나인]허벅지 굵은데 슬림핏 면바지 입으면 어떨까요? [7] Atreyu 2010.08.05 40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