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사입니다 오늘도 아버지가 무서워 가출한 학생 인생이 힘들어서 담배 한대 폈다는 학생 지도하고 다독거리고 일곱시 훌쩍 넘어 퇴근했어요 그러고 와서 듀게를 보는데 교사와 학생에 관한 논쟁 글이 듀게를 뜨겁게 달구고 있네요 사실 다 보지않아서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교사가 학생한테 물 떠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모양이네요 .. 전 스스로 굉장히 흔한 보통의 교사라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것도 아니고 대충 하는 것도 아닌 .. 딱 보통 교사들처럼 일하고 보통 교사들처럼 아이들 생각하는 ..
언젠가 더운 여름에 남학생 반에서 수업을 한 일이 있었어요 그 시간이 아마 체육 다음시간이었나봐요 체육수업이 늦게 끝나서 아이들이 목이 마른데도 수업 때문에 수돗가에서 물도 한잔 못마시고 교실에 다들 지친 채로 앉아있었어요 유난히 그날따라 모든 아이들이 다들 목 말라했어요 교실에 애들이 가진 물도 별로 없었구요 그렇다고 애들이 다 물 마시러 왔다갔다 하면 다른 반 수업에 방해될 것 같고 그대로 수업하자니 애들이 목이말라 공부도 안될 것 같더라구요 .. 그래서 애들한테 책을 읽히고 제가 물병 몇개 챙겨서 수돗가 가서 물을 떠다가 애들 먹으라고 가져다 줬어요 제가 한번에 떠올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조용조용 천천히 여러번 물을 떠다 반 애들 모두에게 물을 마시게 했어요 애들은 싸우지도 않고 조용조용 제가 떠오는 물을 사이좋게 나눠마셨지요 애들은 굉장히 미안해했어요 고마워하기도 했고 .. 전 물을 먹이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그 장면이 저에겐 굉장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 이런 기억도 있습니다 일년이 지나 한학년이 다 끝날 무렵 저는 몇번 아이들에ㄱ 코코아를 타 준 적이 있어요 외국에서 사온 차를 타주기도 하고요 수업시간 한 반 아이들 모두에게 타줘요 집에서 주전자 가져와서 교실에서 물 끓여서 .. 아이들이 가져온 컵에 제가 가져온 코코아나 차를 한잔한잔 타서 다 같이 나눠 마셔요 그 연기가 모락모락 나던 따뜻한 시간들이 정말 좋았어요 .. 우리학교도 아이들이 교무실 청소를 해요 제가 마신 컵 애들이 씻어주고 .. 전 애들이 컵 씻느라 가져갈 때 마다 고마워 미안해 라고 합니다 아침에 우리반 애들이 책 읽는 시간 전 교실을 돌아보면서 빗자루로 먼지를 쓸고 쓰레기를 주워요 아이들은 조용조용 책읽고 전 교실 청소하고 ... 주번을 시켜도 되지만 책 읽는 아이 시키는게 미안해 그냥 제가 합니다 그 먼지나 쓰레기 모두 애들이 만들고 버린거지만 한번도 교실은 애들이 쓰는 곳인데 내가 왜 청소해 그런 생각 한적 없어요 앞서 말했듯이 전 그냥 평범한 교사예요 제가 만나고 아는 제 동료교사들 대부분은 저보다 훨씬 더 아이들을 생각하셔요 물론 아닌분도 있죠 하지만 그런 분들은 정말 드물다고 생각해요 .. 아이들은 교사들의 심부름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교사들은 아이들을 아랫사람으로 부리려는 게 아니예요 그냥 다같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너무 삭막하고 힘들고 지칠테니깐 .. 일부의 일이 전부로 여겨질까봐 그래서 많은 교사들의 노력이 힘을 잃을까봐 그냥 두서없이 써봤습니다 저도 뭔얘긴지 쓰다보니 모르겠어요 ㅋ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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