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라는 말

2024.04.10 15:55

돌도끼 조회 수:373

제가 '간지 난다'라는 말을 처음 본게 어렸을 때 본 '시티헌터'에서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시티헌터'에 미쳐있어서, 국내에 나오던 해적판이 일본에서 출간된 원본을 따라잡아버려 더 못나오게 되었을 때부터는 아예 일본책을 사다가 봤었더랬죠(그때는 환율이 높지 않았고, 일본은 책값이 싼 나라였어서 우리나라 책 사는 거랑 별 차이가 없거나 더 쌌었더랬습니다.)

'칸지 데루', '칸지 데테루' 등등의 표현이었고... '칸지'는 대충 '느낌(感)', '데루'는 '난다(出)'였죠. 사용되는 의미상 대충 '느낌이 좋다' '멋지다' 정도의 뜻이구나 싶었구요.

별 중요한 표현도 그렇게 자주 나오는 표현도 아니고 해서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난 다음에 한국 인터넷에서 이 말이 맹렬하게 유행하는 걸 보게된 거예요. 참 뜬금없었다 싶었습니다. 이제와서 이게 왜?
대충 '폼난다'라는 말을 쓸수 있는 상황에 '간지난다'를 쓰더군요. 그런데 맹렬히 쓰이더니 아예 사람들 언어생활에서 폼난다를 밀어내버리고 그자리를 간지난다가 차지해버리는 거였습니다.
글고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거리낌없이 나오게 되었죠. 뭐 방송국 놈들은 인터넷에서 뭐 하나 뜬다싶으면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바로 갖다쓰는 넘들이긴 합니다만...

'어 우리말 폼난다가 간지난다로 완전 바뀌어버렸네?' 보통 한국어에 스며든 일본어를 우리말로 되돌리자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우리말이 아무 저항없이 일본어로 대체되는 건 드문일인데...('츤데레' 같은건 우리말에는 대응되는 적절한 개념이 없으니 어쩔수 없다쳐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알고보니 폼도 우리말이 아니더라구요ㅎㅎ.  어렸을때부터 하도 자연스럽게 써와서 우리말이라고만 알고있었는데 그게 'form'이었다네요. 그러니 영어가 일본어로 대체된 거죠.
근데 그것도, 우리말에 스며들어있던 일본어가 영어로 대체된 경우는 아주 많아도 우리말에 스며든 영어가 일본어로 대체된 경우 역시 드문 일이긴 한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간지란 말을 안좋아합니다. 일본어라서는 아니고, 걍 그말의 어감이 마음에 안들어요('간뇌도지'가 생각나서)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56
126504 뉴진스의 Right Now 뮤직비디오를 보고 Sonny 2024.06.19 311
126503 Anthea Sylbert 1939 - 2024 R.I.P. 조성용 2024.06.19 78
126502 Lestat/Korn - system daviddain 2024.06.19 31
126501 모르텐 하르케 인터뷰 [3] catgotmy 2024.06.19 88
126500 Anouk Aimée 1932 - 2024 R.I.P. [5] 조성용 2024.06.19 143
126499 [왓챠바낭] 원래 하던대로 피칠갑 스릴러나 봤습니다. '킬러스' 잡담 [2] 로이배티 2024.06.18 240
126498 에피소드 #94 [4] Lunagazer 2024.06.18 71
126497 프레임드 #830 [4] Lunagazer 2024.06.18 126
126496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사면서(의지와 욕구가 만나 꼭 의욕이 되야 하나?) [5] 상수 2024.06.18 296
126495 크리스티나 레알리 토크쇼 catgotmy 2024.06.18 73
126494 [핵스포일러] '괴물'(2023)에 대한 투덜투덜 스포일러 덩어리 잡담입니다 [19] 로이배티 2024.06.17 605
126493 [디플탑골] 이게 ott에 있다고?! ‘로키 호러 픽쳐 쇼’ [6] 쏘맥 2024.06.17 305
126492 프레임드 #829 [4] Lunagazer 2024.06.17 44
126491 서울에서 프렌치 수프(포트푀Pot-au-feu) 파는 레스토랑 아시는 분?(노 스포일러) [11] ally 2024.06.17 389
126490 베네데타 포르카롤리 인터뷰 [3] catgotmy 2024.06.16 146
126489 [영화바낭]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4.06.16 598
126488 에어 보다가 든 생각 daviddain 2024.06.16 147
126487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앨범 1집 타이틀곡 Let It Flow 뮤직비디오 상수 2024.06.16 84
126486 [노스포] 인사이드 아웃2, 영화관람주기/비용 [2] 가라 2024.06.16 334
126485 매드맥스 시리즈의 연속성 [2] 돌도끼 2024.06.16 2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