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제로인 사람들에 대한 환멸

2014.03.07 22:07

CsOAEA 조회 수:5479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꽤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건지 궁금해서 남겨봅니다.

 

전 자의식이 제로인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여기서 자의식이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이라고 간주하고 싶네요.

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 물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① 나에게 있어서 옳은 것은 무엇인가?

② 사회(세상)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옳은 것은 무엇인가?

③ ①, ②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 세 가지 물음을 가져봐야 "나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어떠어떠한 이유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납이 가능하고,

그것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라는 것에 대한 답,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자의식이 위에 번호처럼 두부 자르듯이 명확한 인식에 의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렴풋이라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성찰이 있어야 형성되는 것이겠죠)

 

저의 케이스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① 나에게 있어서 옳은 것 : 주변에서 날 좋아해주는 거(인간적으로), 약자들을 배려하고(배려해줬으면 좋겠고) 다양성을 존중하는거

② 사회 전체적으로 옳은 것 : 부의 공정한 분배, 약자 배려

③ 어떻게 조화? : 굳이 충돌하는 것 같지 않으므로 나와 사회의 이익을 조화롭게 추구

 

이런 식으로 대충 정리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간혹 자의식이 無인 사람들이 있어 이야기하다보면 정말 환멸감을 감출 수 없을 정도네요.

 

위에 ①, ②, ③에 따라 자의식의 정도가 몇 가지 케이스로 나뉘는데,

 

Case 1 > ①만 있는 경우 : 외곬수 같은 느낌이 듭니다.

Case 2 > ②만 있는 경우 : 자기 자신이 없어 불쌍하고 애처롭습니다.

Case 3 > ①과 ②는 있는데 ③이 없는 경우 : 상호 일치한다면 문제가 없는데, 충돌한다면 갈팡질팡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Case 4 > ①, ②, ③ 다 없는 경우 : 환멸스럽습니다.

 

여기서 제게 문제가 되는 건 Case 4입니다.

Case 4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도대체가 고민이 없고 정치에도 나몰라라 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관심거리는 남들보다 잘나 보이는 것 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이 얘기하다보면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하고 속물적인 자기 자랑거리만 놓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뚜렷한 목적에 의해서 하는 것이 없고 '남들이 다 하니까(결혼, 취업 등)'라는 기준, 판단의 기준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돈, 스펙 등)'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대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지고 나중에는 화난 표정이 되어버립니다.

이것 때문에 인간관계를 망친 적도 종종 있습니다. 결국 안보고 사는 것이 저로서는 속편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의식 없이 사회의 풍습을 따르기만 하고 처세에 목맸던 사람들이 결국 잘되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젠 환멸을 넘어 울화가 치미는거죠..

이런 생각 저만 하는 건가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아니면 제가 생각하기에 속물적이었던 사람들이 알고보면 저보다 더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성공한 것일까요..?

 

진정으로 궁금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27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5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941
122418 Richard Belzer 1944-2023 R.I.P. [2] 조성용 2023.02.20 144
122417 뒤로 갈수록 힘빠지는 '일타스캔들' [4] S.S.S. 2023.02.20 749
122416 영어 귀가 뚫리는 법 catgotmy 2023.02.20 417
122415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1] 물휴지 2023.02.20 117
122414 2023 BAFTA Award Winners [1] 조성용 2023.02.20 207
122413 이런저런 주식 잡담... 여은성 2023.02.20 389
122412 [왓챠바낭] 영화 만드는 영화는 거의 다 재밌죠. '크레이지 컴페티션' 잡담 [4] 로이배티 2023.02.19 358
122411 샘숭 갤럵시 23+ 후기 2 [1] 메피스토 2023.02.19 358
122410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catgotmy 2023.02.19 215
122409 George T. Miller 1947-2023 R.I.P. [1] 조성용 2023.02.19 227
122408 Gerald Fried 1928-2023 R.I.P. 조성용 2023.02.19 109
122407 2023 Directo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23.02.19 167
122406 [넷플릭스] Red rose...오우.....와우..... [3] S.S.S. 2023.02.19 679
122405 프레임드 #345 [2] Lunagazer 2023.02.19 87
122404 [넷플릭스바낭] 저는 확실히 망작 취향인가봐요 - '동감' 리메이크 잡담 [12] 로이배티 2023.02.19 671
122403 손예진 피클 [6] 가끔영화 2023.02.18 1153
122402 '초록밤'을 보고 [9] thoma 2023.02.18 346
122401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에피소드 4 & 5 짤막 잡담 [6] theforce 2023.02.18 315
122400 맑고 아름다운 영화인 박홍열, 황다은의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초강추해드려요. ^^ (극장 상영중이에요.) [5] crumley 2023.02.18 272
122399 [넷플릭스바낭] 퍼즐 미스테리 비슷한 영화 몇 편 본 김에 '글래스 어니언'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2.18 4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