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열시 무렵 주문했던 여섯 권의 책들이 오늘 아침 열시에 도착했어요. 주말 꼈으니 월요일쯤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살면서 여지껏 해온 인터넷 주문 중 가장 빠른 배송이었어요.  저번 주문 텀에 사려다 만 책들 두 권을 샀죠. 『1Q84』3권과

김영하의 신작을요. 그 외에 필립 로스라는 처음 보는 작가의『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라는 소설과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라는 포토에세이집, 그리고 매 주문마다 부록처럼 한두 권씩 끼워넣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한 권.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 그리고 구간 중에서 천명관의 『고래』를 샀어요. 신작도 사고싶었지만 돈이 없고( ..) 소장해서 다시 한 번 읽고파서.

 

   아무튼 책보따리를 풀고 빗소리를 감상하면서 침대에 엎드려 네시간 동안 『1Q84』를 읽었어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일본 소설이 지금처럼 서점에 흘러넘치지 않는 때였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들은 친구들은 '물 위의 하룻밤?' 이라고 반문했죠.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아무튼 대충 이승희씨 붐이 일 때였드랬죠....그랬나봐요....네...... _-.......

아무튼 열네 살때 저의 문학적 허세+새로운 종류의 성지식(ㅍㄾㅇ라는 단어 상실의 시대 보고 처음 알았어요, 그래봤자 '개념과 이미지'의

습득 수준이었지만)을 충족시켜 주었던 하루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형용불가한 존재로 자리잡았죠.

   일단 제가 접했을 때는 이미 그가 전에 써발겨놓은-_-;;; 소설이며 에세이의 양이 꽤 많아서 전작에 도전하겠어! 라는 의욕을 불러일으켰지만

꽤 읽어 치웠다고 생각했을 즈음엔 왠지 그의 글에서 더이상의 매력을 발견할 수 없게 되어서 그만두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변의 카프카』니 『어둠의 저편』이니, 신간이 나오면 꼬박꼬박 사서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쿨하게 무시하기엔 문청의 자존심을

건드릴만큼 지나치게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히고 많이 거론되는 애증의 이름, 그거슨 하루키.............................으드드드드.

 

  『1Q84』는 정말 한숨이 나올 만큼 말이 많은 소설이죠. 사실 2권 분량으로 마무리했어도 '아, 길었다' 싶을 정도이지 않아요?

하지만 3권이 10월부터 12월까지를 다룬 이야기라길래 드디어 3권에서는 끝이 나는 거겠지, 하면서 신나게 읽었단 말이에요.

딱히 '완전 재밌어! 므시쪄!' 이런 건 아닌데 일단 잘 읽히잖아요. 구석구석 꼬리꼬리하게 끼워넣어둔 잡소리 같은 것들도 은근히

깨알같고(프루스트니 체홉이니 셰익스피어니 하는 사적인 취향부터 그놈의 유방이니 음모니 다리니 하는 타령들 말이죠).

아 근데.....................................아오마메랑 덴고가 만났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페이지수는 끝나 가는데 얘기가 마무리가 안 되고 있는 듯한...

노부인이랑, '선구'랑, 후카에리랑, 애 문제랑, 아직 하나도 깔끔하게 처리가 안 됐잖아요. 이게 뭐지? 싶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BOOK3 끝)

 

완전 한마디밖에 안나왔어요, 헐. 이라고. 이렇게 되면 다음 권이 있다는 얘기죠? 근데 이미 1Q84년 얘기가 아니게 되잖아요. 뭐지?

...이러면 오기로라도 끝까지 사서 책장에 채워 넣어야 하는데, ...하루키 할배, 이거 좀 민폐인 듯요.

가뜩이나 책 놓을 곳 부족한 좁은 방에 이만한 볼륨의 소설이 네 권이나 있게 되다니. 아니 일단, 네 권으로 끝나긴 하는 건가? 대하소설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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