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22:22
민희진과 방시혁의 갈등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일방적 피해자라기에 민희진이 어떤 계획을 꾸몄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뉴진스를 언급하며 민희진이 흘린 눈물은 어떤 사람들을 건드렸다. 방시혁이 마녀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누군가는 거기서 '엄마'를 보았다. 이제 민희진의 옳고 그름은 두번째 문제였다. 이것은 구도의 문제였다. 민희진을 껄끄러워하는 사람들조차 뉴진스가 연좌제를 당해선 안된다고 믿었다. 뉴진스가 아무리 씩씩해도 누군가는 이들의 그림자를 걱정했다.
방시혁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민희진을 원하는 대로 욕보이고, 쫓아내고, 뉴진스를 자기가 거둬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민희진이 마녀라는 기사를 터트리는 순간, 방시혁은 민희진뿐 아니라 뉴진스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말았다. 마녀를 엄마로 둔 딸들, 엄마가 마녀라는 이유로 헤어져야 하는 딸들, 그리고 곧 유폐되거나 날개를 뜯겨야 하는 딸들. 이 순간 방시혁은 억압자가 되었고 뉴진스는 핍박받는 딸들이 되었다.
민희진은 직접 소리내어 말했다. 자기가 콩쥐라고. 이것은 당연히 뉴진스에게도 연계되는 정체성이었다. 뉴진스가 콩쥐였다. 세상 어느 누구도 차별을 받으며 씩씩하게 일하는 콩쥐를 미워할 수 없다. 그리고 뉴진스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정교한 소녀 페티시즘을 가진 (소아성애가 아니다. 이 글을 오해할까봐 못박아놓는다) 민희진이 직접 발탁하고 길러낸 아이들이다. 뉴진스는 한국에서 제일 예쁘고 재능있고 성실하고 착한 콩쥐들이다. 뉴진스는 거구의 악당에게 위협을 당할 때조차 반짝임을 잃지 않는 요정이 되었다. 방시혁은 자신의 분노를 민희진과 뉴진스에 관심없는 몇몇 남자들에게만 설득할 수 있었다.
죽이지 못한 것은, 죽을 수 없던 것으로 되돌아온다. 무덤에 완전히 묻지 못하면 그것은 흙더미를 깨부수며 기어올라온다. 방시혁은 뉴진스를 동정받는 존재로 만들었고 민희진을 불사의 존재로 만들었다. 민희진이 살아돌아오자 수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이 케이팝의 세계에 관련없는 남자들만이 욕지거리와 침을 뱉었다. 방시혁은 스스로 최악의 악몽을 그려내고 말았다. 거구의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들을 하대하며 괴롭히다가 자신만 망신을 당한다는, 이런 이야기는 너무 완벽한 디즈니 스타일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이브 대 민희진의 갈등에서 사람들은 크고 힘센 남자와 그에 굴복하지 않는 여자들의 구도를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딸들이 엄마와 재회하는 구도에 스스로 빠져든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아름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민희진과 방시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서있는 것이 뉴진스라면? 뉴진스는 원래도 현 세대 걸그룹 중 제일 인기있는 그룹이었다. 뉴진스가 별일 없이 그 상태를 유지했다면, 지금처럼 '애틋한' 존재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미적 표현에 불과하던 뮤직비디오의 노스텔지어는 이제 뉴진스의 존재로 증명한 실화 기반의 질감마저 부여한다. 50대와 60대조차도 애지중지 귀하게 여기는 존재가 되려고 뉴진스에게 지금 이 시련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대학축제마다 뉴진스를 향한 수많은 떼창이 이어지고 몇만명의 인원이 결집한다. 우리가 지켜주고 싶어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서사의 주인공이다. 뉴진스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두번째 챕터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은 아닐까.
2024.06.03 23:12
2024.06.04 10:57
어떤 존재가 더 치고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등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번 사건이 뉴진스를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애착'을 형성하게 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4.06.03 23:30
모르시면 숟가락을 얹어서는 안 돼요. '김호중'과 '뉴진스'의 차이는 아시는지요? '김호중이 저지른 일'과 '뉴진스가 저지른 일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는 아시는지요? 사소한 댓글도 단순한 감정발산이 아니라 최소한의 '팩트' 확인은 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2024.06.03 23:43
아, 저도 실례가 많았습니다. '눈가가 촉촉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진위 여부와 상관 없이 차별적인 발언을 하시는 분이었군요. 게다가 여기엔 촉촉해 보이는 영상이나 이미지도 없는 단지 '글'이었을 뿐인 데도 '기이'하고 '의아'해 보시는 님의 재빠른 감정선이 많이 부럽습니다.
2024.06.04 00:09
죄송합니다. 글은 삭제했습니다.
2024.06.03 23:27
감정이입해서 이전 글과 함께 열심히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단지 'bubble gum' 뮤직비디어 release때와 다르게 'how sweet' 이후의 숫자적인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해서 조큼 속상해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해외 성과가 BTS 그늘에서 이루어졌다는 의견이 팽배해서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궁금증만이 늘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저는 '뉴진스'가 '사상 최고의 팀'이 될 거라는 데 미래를 걸고 싶습니다!)
2024.06.04 11:05
사실 그 초동판매량 부분도 하이브 측의 조작으로 많이들 의심을 하더군요.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는 방법은 앨범 주문을 했을 때 송장이 등록되어야하는데, 주문은 되었지만 송장 등록이 안된 사례가 너무 많다고 뉴진스 팬측에서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BTS 그늘이라는 해석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뉴진스는 bts와 뭘 같이 한 게 없어요. 릴스를 같이 찍은 것도 뉴진스가 이미 자체적으로 대박을 터트린 훨씬 이후입니다. 음악적으로 딱히 작업을 같이 한 것도 거의 없고...
2024.06.04 02:25
2024.06.04 11:05
하하 그냥 뉴진스의 현재 가도를 서사적 측면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2024.06.04 22:35
케이팝, 아이돌 분야에 완전 문외한인데 이번 사태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도 생기고 이거저거 찾아보고 특히 Sonny님 글들 덕분에 많이 배웠네요.
'개저씨' 한마디에 욱한 건 지네들이면서 감성팔이만 한다 객관적 팩트로 승부하자 어쩌자 하더니 정작 결과 나오고 나서 감정적으로 툴툴대고 있는 건 ㅋㅋ
2024.06.05 08:54
저도 법이나 이런 건 잘 모르는데 전문가분들이 하도 말을 많이 얹어서(?) 많이 배웠습니다ㅎㅎ
법적으로 쇼부 걸어놓고 법에서 대판 졌으면 이제 할 말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상하게도 그게 안되는 분들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