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은 나이예요. 그래도 지금이나마 미대에 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미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너무 많이 반대하셔서 그러지 못했었죠.

미술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정말 많이 방황하고 힘들었습니다. 끝내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미술 학원을 몇 달 다녔지만 결국 어머니가 학원에 찾아가셔서 대판 싸우신 뒤로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어요. 당연히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전 카페를 전전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예술가는 대부분 다 가난하다. 나는 내 딸을 가난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는 게 저희 어머니의 논리였어요. 그분은 제가 공무원이 되어서 안정적으로 살아야만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계셨거든요.  그렇지만 전 공무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고...제가 하고 싶은 건 결국 그림이었어요.

 

공무원 시험에 몇 번 떨어지고 난 뒤에, 전 그런 시험 같은 건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고 학원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아서 제가 하고싶은 그림을 하고 말겠다고 선언했어요. 처음에 부모님은 엄청 화내시고 실망하셨지만...이젠 제가 그림을 해야만 하는 애라는 걸 깨달으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여태까지는 그렇게 반대하시던 어머니가....결국은 허락을 하셨어요.

네가 그렇게 그림을 하고 싶어한다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대에 보내주겠다, 엄마가 그 동안 너무 미안했다...고 하시면서 펑펑 우셨어요. 저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요...


얼마 전에 취직했던 학원은 이 달까지만 출근하고, 이제 입시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다시 수능 공부를 하고 입시미술학원에도 등록할 거예요. 미대에 가서는 서양화를 하고 싶어요.

저희 집안 사정상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비싸서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까운 국립대 미대에만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저에겐 너무 기쁜 일이에요. 


올해 제 나이가 스물 일곱이니, 내년에 입학하게 되면 졸업할 때쯤엔 이미 서른 둘이 되어 있겠죠. 대학을 다시 가기에는 사실 많이 늦었다는 거 잘 알아요. 부모님께도 사실 많이 죄송하고요. 그렇지만...그런 만큼 정말 열심히 해볼거예요. 인생이란 건 결국 한번뿐이니까요. 


---------------------------

아래는 요즘 그렸던 스케치들입니다.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좋은 그림들을 그리고 싶어요. 아니, 꼭 그래야만 하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78
126066 에피소드 #86 [4] Lunagazer 2024.04.25 75
126065 프레임드 #776 [4] Lunagazer 2024.04.25 81
126064 ‘미친년’ vs ‘개저씨들‘ [1] soboo 2024.04.25 984
126063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daviddain 2024.04.25 65
126062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catgotmy 2024.04.25 130
126061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2] 상수 2024.04.25 361
126060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13] Sonny 2024.04.25 1469
126059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daviddain 2024.04.25 155
126058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247
126057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435
126056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상수 2024.04.25 343
126055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204
126054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254
126053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121
126052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60
126051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catgotmy 2024.04.24 255
126050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4.04.24 602
126049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68
126048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83
126047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7] ND 2024.04.24 50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