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투기를 샀어요

2024.01.12 13:07

돌도끼 조회 수:205

전에 샀던 아카데미 1/72 F-16 킷이 의외로 잘뽑혀서 인상이 좋았던 차에
충동적으로 또 하나 사버렸습니다.

1/72 KF-21
한국공군에서 현재에도 개발중이라는 전투기.
당연하게도 아직까진 국내업체 말고는 세계 어디서도 모형으로 안나온 기체죠.
작년에 에어쇼에서 실물이 공개되면서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한몫잡아보세 하고는,
공개된 현장에서 판매된 킷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접때 샀던 F-16(아... 그것도 KF-16이었습니다)은 완전 초보용이라, 만들어 놓고 보면 모형으로 전시하긴 좋지만 만드는 과정이 너무 단순해서, '조립하는 재미'는 덜한 킷이었어요.

이 KF-21은 그 KF-16보다 부품수도 훨씬 많고, 설명서 없이 만들기는 곤란한, 진짜 뭔가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킷입니다.

그리고 역시 색칠이 필요없다하고(대신 거의 전체를 다 덮는 스티커를 발라야합니다) 끼워 맞추기만 하면 되는 스냅킷.

전에 만든 KF-16이 딱딱 잘들어맞고 잘 끼워지는 걸 보고 이정도면 아카데미도 반다이를 추월할 때가 오겠다 싶었더랬는데...

이 물건은... 잘 끼워지지가 않습니다. 너무 빡빡해서 구멍에 잘 들어가질 않네요.

글구요... 몇몇 부품은 핀셋으로 집어야 할 정도로 작은데, 여기에 빡빡해서 잘 끼워지지 않는 문제가 겹치니 참 난감한 상황이 생깁니다. 너무 작아 손으로는 부품을 위치에 맞추기가 힘들고, 핀셋으로 집으면 힘을 못쓰잖아요. 그러니 위치는 제대로 잡았다고 해도 구멍에 끼워넣을 수가 없는거예요.
접착제를 쓰는 거였으면 핀셋으로 집어다 위치에 맞춰 살짝 대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건 그것도 안되요. 스냅타이트인 주제에 접착제 쓰는 모형보다 만들기가 더 고역이라는...

어찌어찌 개고생해서 끼워맞추고 해서 일단 완성했습니다.
완성했을때 모양은 괜찮아요. 전 밀덕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했는가 같은 거엔 애초에 관심 없고. 무장도 풍부하고(스텔스람서 이렇게 날개 밑에 주렁주렁 달아도 되나?) 랜딩기어도 있습니다. 랜딩기어도 있는데 스탠드까지 넣어줬습니다. 이정도면 아카데미는 뭐 남는게 있나 싶을 정도로 혜자스런 킷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려고 하는데....

손만 대면 여기저기 우수수 떨어집니다.
손에 들고 방향만 틀어도 꼬리날개나 랜딩기어 문같은게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진 부품을 주워다 끼우면 끼울때의 그 충격(...)으로 다른 부품이 떨어집니다.
스탠드에 끼우고서 기체를 손으로 들면 스탠드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스탠드롤 손에 들고 각도를 기울이면 기체가 툭 떨어지고... 이거 전용으로 새로 만든 스탠드 같은데 이래요.

이건 그야말로 접착제 없이는 '가조립'만 가능한 수준.
스냅킷을 조립완료하는 걸 흔히 가조립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나중에 본드칠해서 고정하고 전체색칠까지 할거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이죠. 끼워서 조립만 하는 걸로는 미완성이라는 의미.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게 '완성'이예요. 반다이가 비싼 돈들여서 신기술 계속 개발하는게 킷 산 사람들이 가조립 미완성품이나 만들라고 하는게 아니죠. 그렇게 조립 끝내는 게 완성인 거예요. 그래서 전 가조립이란 말을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이 물건은 진짜로 가조립밖엔 안되는 물건이네요.
정신건강을 위해 접착제가 필수인 킷입니다.



겨우 두개밖에 안사봤지만 저번에 샀던 스냅킷은 '아카데미의 실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려고 할 정도...
소문에는 이 물건은 공개 시기에 맞추기 위해서 좀 급하게 내놓은 거라는 말이 있군요. 그래서 어쩌면 충분한 테스트를 못해본 걸지도... 뭐... 접착을 전제로 한다면 나쁘지 않은 킷인 것 같아요.

아직은 아카데미의 기술을 믿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다음번에 또 킷을 사게되는 건 아마 한참 뒤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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