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7 16:30
많은 분들이 정부와 검경 합작의 인민 심판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피의사실을 흘리면 그걸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의 옐로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인터넷 유저로서 이선균씨를 판단하는 발언을 했던 저도 어느 정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듀게에서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선 딱 잘라서 이선균씨에 대한 실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는데요. 막상 이선균씨가 고인이 되니 제가 너무 냉혹한 말을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죗값이 책임을 초과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폭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선균씨의 잘못이 죽을만큼 잘못한 일이냐고 한다면 그건 결단코 아니었습니다. 한 주체의 의도로 누군가를 비난하게끔 짜여진 틀 안에서 그에 대한 실망이나 비판을 표현하는 것이 별로 현명한 일은 아니었다는 후회를 합니다. 그게 설령 저 개인의 솔직한 소회라고 쳐도, 그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이라 더욱 더 그렇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보태고 있던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그를 싫어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거대한 폭력을 외면할 이유가 되는지 좀 성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때로 개인적인 실망과 분노는 그것이 합당하다고 해도 다른 폭력에 공모하는 것이 된다는 걸 실감합니다. 어떤 사안들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결국 당사자는 저같은 일개 네티즌의 말에도 필요이상의 괴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떤 사실은 사실 이상의 전후 맥락이 있고 그걸 만들어가는 것은 저같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솔직함일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들이 정확한 슬픔의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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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의 분노가 이해가 안 돼요. 이선균씨의 선택 때문에 본인들이 져야할 책임이 생긴 것도 아닌데 왜 화가 나는지?
자신이 유가족이었다면 화났을 거라고 하는데, 그분들 입장에 처해보지 않고 그걸 어떻게 확신하며, 어찌 됐건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이실텐데, 무슨 자격으로 그분들 대신 자신들이 화를 낼까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깝고 슬퍼하는 것보다 분노하고 한심스러워하는게 쉬운 일인가 싶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