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이 큰물에서 놀게된 첫번째 영화 [에이리언2]의 상영시간은 2시간 17분. 그 당시 영화 치고는 살짝 긴 편입니다. 그렇지만 대체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한 영화였죠.

후속작품인 [어비스]의 상영시간은 더 길어진 2시간 25분. 이 영화는 실패했습니다.
[어비스]를 마치고 조금 지나서, 카메론은 [에이리언2]의 극장상영판에서는 편집했었던 장면을 추가해 17분이 더 길어진 '특별판'을 VHS와 LD 등의 홈비디오로 공개했습니다.

이 특별판은 반응이 아주 좋았고, 재미들렸는지 카메론은 그 뒤로 계속 특별판을 내게 됩니다.
무려 26분이 길어져 세시간이 넘어가는 [어비스] 특별판에, 2시간 17분짜리 [터미네이터 2]에다 16분을 더 추가한 특별판...
만드는 영화마다 죄다 특별판이 다 나왔다고 봐도 될 정도죠.

흔히들 카메론이 내놓은 이 확장판들을 감독판이라고도 부릅니다만, 카메론은 확장판을 낼 때 특별판이라고 했지 감독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블레이드 러너]가 감독판이란 말을 유행시킨 뒤로 '감독판'이 마법의 세일즈문구처럼 되어버려 개나소나 다 쓰게 되었지만 신중하게 써야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론은 이 특별판을 홈비디오용 버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메론은 영화를 볼 때는 현재에 보고있는 환경에서 최적의 상태로 보는것이 좋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비나 구도같은 것에도 그렇게 연연하지도 않죠.
4:3 아날로그 시절, 마틴 스코세이지는 영화를 원래 구도대로 와이드로 봐야한다고 호소했지만 카메론은 자기 영화를 4:3에 맞춘 팬앤스캔으로 보라고 권장했습니다. 화면비 맞추겠다고 손바닥만하게 줄어든 화면으로 보느니 화면에 꽉차게 보는게 낫다는 겁니다. 영화팬들 중에 거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꽤 있겠지만 어쨌거나 카메론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상영시간에도 극장에 적합한 것과 가정에 적합한 것이 있다는 거였죠.

극장은 사람을 꼼짝못하게 붙잡아두고 강제로 시청을 하게 만드는 거니 보고있는 사람의 상태에 대한 배려를 해야만합니다. 너무 긴 것도 곤란하고 관객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호흡에 신경써야 합니다.
그와 달리 집에서 영화를 볼 때는 보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다가 일이 급하면 잠깐 끊고 화장실 다녀와도 되고 좀 지루하다 싶으면 한잠 자고나서 다음날 봐도 되는 거죠. 극장용 영화처럼 타이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극장용은 영화의 리듬을 고려해서 아쉽더라도 쳐내야만 하지만 홈비디오 버전에서는 그럴 필요 없이 여유를 두고 천천히 진행해도 된다는 게 카메론이 말한 특별판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생각이 바뀐 모양입니다.
[타이타닉]은 극장판 상영시간이 이미 세시간이 넘어갑니다. 극장판이 세시간이니 (틀림없이 나올ㅎㅎ) 특별판은 한 네시간 되는거 아니냐고 팬들이 수근거렸죠ㅎㅎ 하지만 카메론은 확장판 없다고 못을 박았고, 안나왔습니다.
글구서는 카메론은 더이상 가정용 상영시간과 극장용 상영시간을 나누지 않았죠. 그냥, 길~게 만듭니다.

[아바타2] 때는 뭐 중간에 화장실 가서 놓치는 장면 있으면 극장에서 한번 더 보라고 했다던가...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8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67
125399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 드라마 "역로"의 마지막에 삽입된 음악 [4] 도너기 2010.06.23 5234
125398 방학맞이 식단 공개 [42] 벚꽃동산 2010.06.23 6550
125397 오늘 축구 이렇게 끝나면 [7] 감동 2010.06.24 5533
125396 연애 이야기-못된 여자애 [5] 츠키아카리 2010.06.24 4489
125395 마이클 잭슨의 새 앨범이 가을에 나오나보네요. [4] mithrandir 2010.06.24 2483
125394 잉여의 제왕 [6] 01410 2010.06.24 3902
125393 저도 그냥 식단 공개 [20] 푸른새벽 2010.06.24 4519
125392 생각해 보면 끔찍한 직장생활 [14] 금은 2010.06.24 4996
125391 외국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사진 [18] 푸른새벽 2010.06.24 9643
125390 소식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 [9] Jade 2010.06.24 3238
125389 주절 주절... [5] 셜록 2010.06.24 2845
125388 우리나라 8강가도 해볼만하군요 [23] 감동 2010.06.24 5018
125387 와 제빵왕 김탁구 장난 아닌데요. [6] 달빛처럼 2010.06.24 6061
125386 듀나in)아이폰 인터넷 접속이 안되요....ㅜ.ㅡ [3] 역시천재 2010.06.24 2787
125385 잠만 자고 일어나면 편도선이 퉁퉁 부어서 침을 삼킬수가 없네요. [4] 버드아이스 2010.06.24 4650
125384 차두리 16강전 선발 출전하려나요? GREY 2010.06.24 2148
125383 [bap] 달이 보고 싶으시다면.. [5] bap 2010.06.24 2500
125382 <브라이트 스타>의 제인 캠피온 인터뷰 [1] crumley 2010.06.24 2437
125381 미군 소재의 드라마를 보며 항상 궁금한 점 [11] zivilrecht 2010.06.24 3584
125380 정유미 = 윤아 + 심은하 [14] 더운겨울 2010.06.24 77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