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영화인 김수용 감독
- ▲ 김수용 감독
올해 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 감독은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충무로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동 감독이 나의 1965년 작품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아역배우로 출연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할머니가 몸을 팔아 외손자의 위자료를 갚아준다는 기막힌 시나리오는 최고이지만, 카메라 워크를 비롯한 이 영화 연출은 대학생만도 못하다"면서 "이 감독은 카메라를 너무 몰라서 더 좋은 카메라맨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도입부에서 교복을 입고 죽은 채 강에 떠내려 오는 여중생 장면을 예로 들면서 "나 같으면 그 장면은 옷을 모두 벗은 아름다운 여체가 떠내려오는 식으로 찍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속 시민들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증명사진 찍는 것도 아니고 루이스 부뉘엘처럼 추상적으로 찍든가, 그게 뭐냐"고 평했다. 윤정희의 연기에 대해서도 "김희라와의 정사신에서 좀 더 과감하게 연기했어야 하는데 체면 때문에 너무 소극적으로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밀양'의 경우, 등장인물의 주관과 카메라의 객관이 뒤섞인 촬영이 영화문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요즘도 "화제가 되는 한국 영화는 대한극장에서 첫 회 상영을 본다"는 김 감독은 "영상미가 뛰어난 최근 한국 영화로는 '마더(봉준호 감독)'와 '박쥐(박찬욱 감독)'가 있다"며 "이런 영상과 이창동 감독의 시나리오가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1958년 영화 '공처가'로 연출 데뷔한 김 감독은 '토지' '산불' '만추' '침향' 등 문학성 짙은 영화 100여편을 연출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