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6 19:40
일단 채소에서 벗어나 봅니다.
미역국을 좋아합니다.
정통이라 할 수 있는 소고기 미역국 제일 좋아하고 황태채 넣은 미역국도 괜찮아요.
어느 날 바지락 살을 넣어 봤는데 미역국의 새로운 맛이 펼쳐졌고 그래서 굴, 홍합을 넣어 보기도 했는데 역시 좋았습니다.
미역국이 맛있으려면 미역이 중요해요. 마트에 파는 가느다란 미역 말고 두께감이 있는 게 좋습니다. 줄기도 좀 포함된 걸로요.
재료는 미역, 참기름, 고기나 황태채나 조개류 중 하나와 간장 이렇게만 있으면 되고요, 요리 과정은 별 것 없고 단순하지만 미역을 불리고 씻어서 물기를 빼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미역 씻을 때 좀 박박 문질러 씻는 게 맛이 좋다네요. 엇, 이런 건 너튜브에 다 있으니...
하여간 미역국은 저는 질리지 않고 먹을 자신이 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날이 추워지면 생미역도 좋죠.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 먹으면 맛있습니다.
생미역을 씻어서 잘라요. 그냥 먹어도 되겠지만 혹시 몰라서 저는 뜨거운 물을 한 번 부어요. 익지 않도록, 바다 냄새 남아 있도록 재빨리 그냥 슬쩍 지나가듯이요.(제가 쓰지만 표현이 그럴 듯하지 이런 거 쉽지 않죠. 손이나 안 데이게 조심해얍죠. 음식일 하면 자주 다칩니다) 그리고 찬물에 헹구고 짜내면 끝입니다.
입맛에 맞는 재료 이거저거 넣어 초고추장 만들어 찍어 먹으면 참 맛있죠.
한겨울엔 생배추랑 과메기하고 같이 먹으면 최고고요. 거기에 소주나 쏘맥(ㅎㅎ) 같은 거 같이 하면 더욱 좋지만 저는 술은 끊은지 오랩니다. 과메기까지 먹게 된다면 사이다나 한 잔 곁들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이들면서 안 먹는 음식이 급격히 줄었는데 여전히 잘 안 먹는 음식 중에 미역으로 만든 게 포함됩니다.
그것은 바로 미역 줄기 무침. 미역 줄기를 가늘게 찢어서 만든 거요.
어릴 때 집에서 안 먹어 본 음식입니다. 집에서 미역국은 그렇게 자주 해 줬는데 미역 줄기로 된 반찬은 먹은 기억이 없어요.
이 찬을 만난 것은 대학 때입니다. 학교 앞 막걸리 집에서요. 막걸리를 시키면 기본 안주로 따라나오는 것이 김치, 무채, 미역 줄기 무침이었습니다.
요즘 대학 앞 상황이 어떤지는 모릅니다만 제가 다닐 때는 술집들이 지저분했어요. 탁자와 의자도 허름하고 바닥도 지저분하고 언제나 술 냄새는 찌들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만나는 미역 줄기 무침의 인상이 안 좋았던 거 같아요. 이후로도 뭔가 막걸리의 향이 늘상 따라다니는(미역 줄기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양해하시길) 음식이 되어버렸고 이를 깨부술 눈이 확 떠지는 맛있는 미역 줄기 무침을 다시 못 만났던 것입니다.
지금도 스스로 하는 일은 절대 없고 어디 가서 미역 줄기 무침이 나와도 손이 안 갑니다. 아쉬운 인연입니다.
음식에 조예도 없는 사람인데 진짜 이제 이런 뻔뻔한 잡담은 그만 해야겠습니다.ㅋ
언젠가 빵 얘기는 한 번 하고 싶지만요.
2023.11.06 20:27
2023.11.06 21:18
조개류 넣어서 꼭 해 보시길. 바다바다 맛이 나고 구수했어요.
과메기 안 드셔 보셨으면 이번 겨울에 꼭 드셔 보시길. 저는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한번 씩 먹으면 별미고 보신 되는 거 같고 그래요.
영양가 없는 글을 계속 잇기 좀 그래서 나중에 잡담 땡길 때 또 음식 얘기 떠올려 볼라고요.ㅎㅎ 쏘맥 님 식성이 저하고 공통점이 좀 있네요.
2023.11.06 22:55
2023.11.07 12:35
저도 언젠가부터 속을 편하게 하는 음식에 호감을 더 갖게 되네요. 미역국 흡족하게 드셨길.ㅎ
2023.11.06 23:23
이것도 역시 살림하다가 친해진 음식입니다. 미역국이란 게 그렇게 만들기 쉽다는 걸 (아니 물론 '맛있게'라는 옵션이 붙으면 달라집니다만 ㅋㅋ) 몰랐거든요.
끓이고 식혔다가 또 끓이고 식히고 약한 불로 마구 계속 끓여서 흐물흐물해진 미역국이 좋아요. 해물도 괜찮지만 소고기파구요. 괜한 정성으로 양지를 덩어리로 사서 찐 다음에 썰고 볶아서 넣는 뻘한 수고를 해가며 미역국에 집착했던 시절이... ㅋㅋㅋ 요즘엔 가끔 어머니 생신 때나 끓이는데 이젠 정성 다 죽어서 그냥 잘린 양지를 사서 참기름에 볶아 버리죠. 근데 맛 차이는 거의 없어서 예전엔 왜 그리 고생을 했나 싶기도 하구요. 하하.
다만 저를 제외한 가족 멤버들이 대체로 안 좋아해서 요즘엔 자주 안 먹습니다. 어디 식당 갔을 때 국물삼아 주면 그거나 먹고 가족 생일 때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는 것만 먹고... 그렇네요.
아. 그리고 최근에 뻘하게 이것저것 검색하다 알게 된 건데. 미역이 사실은 식물이 아니라구요? ㅋㅋ 식물과 동물 사이 중간쯤에 있는 그 무엇이라고 하는데요. 그 글을 읽는 순간 뭔가 크툴루스런 상상이 펼쳐지며 미역국이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2023.11.07 08:57
2023.11.07 12:42
오 로이배티 님의 살림 경력도 꽤 됩니다? 소고기 미역국 제일 좋아합니다만 가끔 소화가 좀 안 되어 황태나 해물도 선호합니다.
저는 전에 어린이가 집에 있을 때는 다른 가족의 식성 중심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음식하는 사람 식성을 따라야 한다는 막가파가 되었습니다.ㅎ
미역은 프랑크톤 같은 생물과 비슷하게 생각됩니다. 저는 놀라지 않았고 미역의 신비한 효능에 더 수긍을 합니다.
2023.11.07 13:07
미역국 완전 좋아합니다!! 어패류를 안좋아해서 소고기 미역국과 새우미역국으로 좀 한정이 되지만... 아직 한번도 해본 적은 없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에요.
서양에서 태어났으면 이 맛을 몰랐겠지 하며 감사히 먹습니다 ㅋ
저도 미역줄기는 손이 안가더라고요. 인터넷에서는 "밥도둑"의 반의어에 해당하는 "밥경찰"이라고 부르던데 ㅋㅋ
2023.11.07 16:35
미역국은 미역과 소고기만 준비하고 미역 불려 박박 씻어 물기만 빼면 너어무나 쉬운 국입니다. 그런데 혼자 생활자는 해먹기가 그래요. 조금 하려고 해도 조금 하기가 어려운 것이 미역국.
미역줄기 저만 두려운 반찬이 아니었군요. 밥경찰이라니. 만약 밥과 미역줄기 반찬만 있다면 정말 밥을 잘 지켜줄 듯.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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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고기랑 닭가슴살, 황태만 넣어봤어요.
홍합이랑 굴 미역국도 해먹어보겠어요!!
국은 대용량을 푹푹 오래 끓여야하는데 독거노인인지라 늘 그게 아쉽고 그럽니다.
과메기가 맛있군요!!! 이것도 한번도 안 먹어봤는데 닉값을 위해서라도 올 겨울에 한번 먹어볼게요!!
끝내지 말고 계속 해주세요!!! 음식 얘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