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7 21:32
개인사를 적은 글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패스 부탁드려요. 아니, 모두 패스해주세요. 얘기할 데가 없어서 적습니다.
갑갑합니다.
여느 때처럼 병원에 갔죠.
목에 난 자국을 보고 뭐냐고 물으시더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안돼, 당장 입원해' 라는 겁니다.
당황했죠.
하지만 제가 갑자기 입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입원비가 걱정되는 건 물론이고,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마저 없으면 어디서 돈이 날 리도 없었죠.
가뜩이나 매달 빚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니 알면서 더 폐를 끼칠 수 있을 리가 없었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의사 선생은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며 어머니한테까지 전화를 하라 하더군요.
응급실에 가서 피를 뽑고 내내 무위도식하는 부랑자마냥 누워 있었더니 저녁에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어머니에겐 감추고 있었는데, 무신경하게 어머니에게 따님이 자살을 시도했다며 몇 번이고 말하는 의사가 야속하더군요. 좀 그만 말해줄 수 없나.
하지만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입원하라니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억지로 퇴원해 집으로 왔습니다.
약이 없어서 오늘 병원에 갔더니 한사코 입원해야 한다며 약을 주질 않습니다.
약이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약을 달라고 했는데도요.
그러더니 내일 다시 오라고 하네요.
자꾸 무의미하게 나가는 병원비가 신경이 쓰여 어쩔 수가 없습니다.
돈, 돈, 돈...
돈만 있으면 제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데 정작 그 돈이 없어서 이러는군요.
자꾸만 입원하라고 하는 병원 때문에 더 이상 병원에도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그냥 살아갈 자신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해낼 자신이 없고 능력도 없어요.
삶은 무섭기만 해요.
모든 게 다 변명이고 다 도망이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어머니 말씀처럼 그냥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는 것이 왜 이리 무거울까요.
무서워요.
2014.05.27 21:38
2014.05.27 21:45
병원비때문이라면 병원 사회사업가에게 연락을 해보시는게 어떨지.. 간호원에게 문의하면 될거에요.
입원권유가 그렇게 심하다면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요. 돈은 갚을 수 있지만 목숨은 그렇지 않잖아요.
퇴원하시더라도 아르바이트는 또 구하실 수 있어요. 인생은 몸이 건강해진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2014.05.27 21:48
2014.05.27 21:55
쓸데 없는 소리 그만 하고 당장 입원해요.
어차피 이대로 가면 돈벌기도 글른거 아닌가요?
벌면 얼마나 번다고 그갓 돈 때문에 의사 말을 안들어요.
돈은 나중에 좀 나아지고 나서라도 벌면 되요.
2014.05.27 22:02
.
2014.05.27 22:12
듀게에서 모금이라도 한다면 오만원 정도 낼 용의가 있습니다.
2014.05.27 22:15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 일상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의 다른 질병을 앓고 있을때와 동일한 상황으로 조언드리는 겁니다.
돈 문제의 해결방법은 가족의 도움이나 대출도 있겠지만 위에 다른분 댓글처럼 해당병원 간호사나 원무과와 상의를 해보고 찾아 봐야죠.
당장 돈을 못번다고 생명이 위태로운 질병을 그냥 방치한다는건 말도 안되자나요.
게시판에 글 올리고 사람들이 위로해주는 정도의 선을 넘어선거 같아 하는 말입니다.
2014.05.27 21:57
2014.05.27 22:12
2014.05.27 22:14
병원을 어떤 주기로 가시는지는 모르지만, 꽤 가까운 시일에 자살시도를 하셨나보군요. 이 글을 올리시면서 어떤 댓글을 바라실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더 이상 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니, 넓은 범위에서의 제 지인들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위로의 글이나 조언의 글이 효과가 없었다는 경험이었으니까요.
개인의 감정은 내부와 외부 둘의 영향을 동시에 받습니다. 전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드릴 수 밖에 없네요. 자기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할 수 있을만큼 포기하세요. 감정에 대한 내부의 영향을 조절할 수 없다면, 환경을 포함한 외부를 조작해야만 합니다. 누구도 혼자 모든걸 결정하고, 모든걸 책임질 수 없어요. 돌릴 수 있는 것은 외부의 것들로 돌리고, 책임도 권리도 분산시키세요. 남은 내부의 것은 용납할 만한 것, 그것 그대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에요. 변명도, 도망도 아닙니다.
저는 양가적인 해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 공감과 동시에 구원 요청으로 말입니다. 전자는 표면에 확실하게 드러나고 이에 대해서는 '입원하지 말아요! 에아렌딜님은 좋아지실 수 있어요, 알바를 다니면서 통원치료를 하는 것에 노력해보세요.'라고 해야겠지만, 금전 문제보다 작은 일처럼 서술되는 자기 상해에 대해서 '입원 하세요! 외부 통제를 받아들이시고 더 확실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말씀 드릴 수 밖에 없겠습니다.
2014.05.27 22:15
2014.05.27 22:19
2014.05.27 22:28
제가 에아렌딜님이나 상황을 아는 것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지만, 꼭 입원을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에아렌딜님께서도 입원하면 나아지겠다고 생각하시면 하셔야 합니다.)
그 동안 에아렌딜님 글 보면서 느낀 건, 에아렌딜님께선 충분히 이겨내시고 더 밝게 웃으면서 사실 수 있는 분이라는 거예요.
어쨌든 포기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힘내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강해지라'는 말은 저도 꽤 듣기 싫어하지만, 강해지셨으면 음 그러니까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이 말도 저 말도 잘 들리면서 잘 안 들리시겠지만, 힘내시길 바랍니다. 에아렌딜님의 앞 날은 밝아요.
2014.05.27 22:33
약물 치료 외에 인간관계, 특히 목소리로 터놓고 대화를 나눌 지인이 얼마나 있으신지 걱정입니다. 작은 화면 내에서 글로만 전달하는 걸로만은 소통이라 하기에 너무 빈약해요. 개신교는 심한 우울증에 너무 공격적이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종교 활동을 통한 관계형성을 권하기도 너무 어렵고, 어머님과는 부정적 피드백만 느껴집니다. 동성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꼭 찾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성인 저로써는 여기까지가 최선이네요.
2014.05.27 22:36
또다시 힘든 감정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번 고비는 잘 넘기시길 바랄게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다보니까 살고 있는 걸겁니다.
2014.05.27 22:51
에아렌딜님, 이런 경우에는 입원하시는 게 맞습니다. 병원비가 걱정되시면 지역 정신보건센터에 문의해보세요. 국가에서 정신보건사업을 실시하면서 사정에 따라 입원 및 치료비를 일정 기간 동안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구글에 에아렌딜님 사시는 지역 이름과 함께 <정신보건센터>를 검색해보세요. 상담전화번호가 나올 겁니다. 입원 외에도,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비용이 적게 드는 상담 또는 상담봉사를 통한 무료상담을 소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에아렌딜님, 찾아보면 방법은 없지 않아요. 포기하지 마시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주저하지도 마세요. 에아렌딜님이 지금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어머님이나 이곳 듀게에서 에아렌딜님을 걱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로 에아렌딜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에아렌딜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2014.05.27 22:54
2014.05.27 23:21
2014.05.27 23:27
2014.05.27 23:31
2014.05.27 23:40
마음의 병이건 육신의 병이건 가장 좋은 것은 의사말을 듣는 것이지만 모든 것엔 비용이 들어가죠. 어려운 형편때문에 그 비용을 지불 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 충분히 이해합니다.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실행가능한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2014.05.27 23:40
2014.05.28 00:04
2014.05.27 23:46
정말로 돈 이야기만 하자면... 1) 어차피 그 상태로는 아르바이트도 자의든 타의든 계속하기 어렵습니다. 2) 병원비보다 장례비가 더 들어요. 고급 관을 쓰고 좋은 절차를 밟아서가 아니라 정말로 시신을 '처리'하는 비용만도 상당합니다. 유언장 쓰면서 진지하게 계산해보다가 말 그대로 장례비가 없어서 못 죽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포기했던 전력이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뚱이를 끌고 사는 이상 우리는 마지막까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지금은 (금전적 상황만 생각하더라도)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그나마 폐를 조금이나마 적게 끼치는 길이니 마음 편히 잡수시고 입원하시면 좋겠습니다.
돈 이야기 아닌 이야기도 할게요. 처음 에아렌딜님을 보고 저 예쁜 닉네임은 어떤 사람이 쓰는 걸까 궁금했어요. 에아렌딜의 뜻을 찾아보고는 더욱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그 동안 에아렌딜님만의 은은한 반짝임이 묻어나는 글들을 빠지지 않고 다 읽으면서 위로받고 함께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얼굴도 모르는 온라인 인연이지만 에아렌딜님께 받은 위로와 용기를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샛별님, 손 놓지 말아요.
2014.05.28 00:12
입원 하시는걸 추천 합니다.
그리고 돈문제는 포기하세요, 어차피 지금도 빚 갚아 나가고 있다고 하셨던거 같은데 단시일내에 갚을 돈이 아니라면 어차피 이자만 메꾸시는건데
좀 더 빌린다고 뭐가 확 바뀔것 같지는 않습니다.
암울하기는 합니다만 살사람은 살아야합니다 그리고 살다보면 좋은날은 옵니다. 10년, 20년 이상을 고생해도 남은 4-50년이 좋은날이라면 견뎌볼만 하잖아요.
2014.05.28 00:21
님이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저도 한때 그랬어서 알거든요. 한번 만나서 밥이라도 사주고 싶어요.
괜찮으시면 쪽지주세요.
2014.05.28 00:23
그냥 언제나 넘어갔지만 이젠 제가 알고있고 경험해 본 상황이 보이니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지인의 마지막을 보았고 또 그 때문에 충분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게 되었기에 정말로 꼭 말해야겠습니다.
인터넷과 이 게시판을 당장 끊으세요.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남을 이유가 무언지를 포장하거나 다독기리기 위해서 드리는 말이 아니예요.
2014.05.28 00:40
2014.05.28 00:41
그러게요, 보통 모든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주시는데 오늘은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더 걱정스럽습니다.....
2014.05.28 00:48
2014.05.28 01:24
아으아아...... 아마 글 쓰신 후에 잠드셨거나 일 때문에 나가셨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연락처 적어주신 분이나 만나고픈 분들 보면서 제 두번째 조언이 어떻게든 실행될거라 믿고 말이죠...
2014.05.28 13:22
2014.05.28 00:37
저도 최근 일 때려치우고 정신과 내과 한 3달 쯤 다니는 중인 초보인데,
잘 맞는 진정제 수면유도제는 아직 없는듯하고, 수면제 공포증이라고 해야하나 수면제 먹으면 바로 토하고 그러는지라 오늘도 잠은 여간해선 올것같지 않네요.
매일 잠 못들고 지친 밤이 너무 무서워서 오랜만에 미세먼지 걷힌 어느 날은 지금이라면 깔끔하게 죽을수도 있겠단 생각에, 죽을 만한 산자리를 보러 다니다 지쳐 잠든 적이 있습니다.
초보 자살시도자의 추레한 해프닝 정도겠군요.
이건 제 경우만 해당일수도 있겠지만,
전 불효막심하게도 엄마 등골도 제대로 빼먹는 중인데 요즘 사이도 돈독해지고 세상이 한결 덜 무서워진것 같아요. 의지라고 해야 되나? 책임감같은게 생기는게 살아야겠더라고요.
근데 그래도 암울하고 무섭긴 하네요 인생 ㅠㅠ
주절주절했는데 다른건 아니고 이 글 보니까 같이 좀 더 살아가고 싶네요.
2014.05.28 02:10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에아랜딜님의 글재주는 남다릅니다 두서없는 머리속의 글일텐데도 언제나 기승전결이 딱 맞게 끝맺음 하거든요 이건 누구란테 배워서가 아닌 타고난 님의 재능같아요 수필이든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머든간에 우울과 외로움이 다가올때면 써보시고 남기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그 재능의 흔적을 후세에도 사람들이 봤으면 하네요 이왕 쓸거면 제대로 멋지게. 단언컨데 글에 있어서는 에아랜딜님 재능이 있습니다 후일에 님의 책을 꼭 사고싶네요
2014.05.28 02:28
2014.05.28 06:32
지금상황에서 자꾸 현실을 되새김질 할 필요는 없는것 같은데, 차라리 현실을 잊고 이상주의자가 되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어떤식으로든 본인의 우울감을 잠시나마 잊을수 있는 뭔가가 필요합니다, 산책, 음악감상, 일주일에 한끼라도 맛있는거 먹기, 간식퍼먹기등등,
자꾸 약으로만 해결할게 아니라 다른 뭔가가 필요합니다, 본인이 해결할수 없는 현실을 계속 머리속에 담아두게되면 절망외에는 답이 없어요,
해결할수 없다면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현실을 잊고 사세요,
2014.05.28 09:11
빚이 많으면 개인회생이건 파산신청이라도 하세요. 이미 빚 많은데 조금 더 늘어난다고 그리 큰 일이 생기진 않습니다.
2014.05.28 09:15
2014.05.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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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라는게 맘 먹은데로 안되지만 잠깐 힘을 내서 또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