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이렇습니다. 제가 작년에 하던 일을 다른 분께 넘겼습니다. 저보다 회사 짬밥이 훨씬 오래되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셨기에 이쪽 일은 잘 모르시죠. 인수인계를 다 해드리고 슬슬 발을 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야에서 올해 좀 큰 일이 있어요. 이 분이 맡아서 진행하는 데 입사 루트와 사내 커리어가 일반 사무직이셨던 분이 아닌지라 아무래도 진도가 잘 안나가자 불안해진 팀장님이 절 잠시 투입하셨습니다. 상황 파악하고 문제점 처리하고 결재받고 계약까지 마쳐놓고 일을 돌려드렸습니다.

 

그렇다보니 일이 좀 애매해졌습니다. 상대방측은 관련된 자료를 보내거나 전화로 의견을 물을 때 모두 그분에게 합니다. 전 그분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요. 메일 수신자로 제가 같이 찍힌 경우엔 일부 파일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만, 주요 자료는 그분이 모두 가지고 계시죠. 그런데 언뜻 보니 이 일이 다시 진도가 느려졌고, 이 분이 들어오는 각종 제안서나 진행상황 정리 파일, 관련 계약서 및 품의서 등을 순서대로 잘 출력해서 철해놓는 일을 전혀 안하고 계십니다. 이러다가는 일이 잘 될지도 의문이고, 어째어째 끝은 났는데 관련 서류가 깔끔하게 정리된 화일철은 아예 없고, 관련 컴퓨터 파일도 그 분의 하드 여기저기에 산재해버릴 위기입니다. 오죽하면 날인한 계약서 원본을 제가 가지고 있는데 그걸 달라는 말씀도 안하세요. ㅠㅠ

 

팀장님은 은근히 제가 이 일을, 최소한 문제가 되는 그 '큰 일' 파트라도 다시 맡았으면 하시는 것 같은데, 일을 통째로 다시 뺏어오자니 저도 업무 부담도 크고, 당신 일 못해서 일 못맡기겠소 하는 꼴이니 그 분 자존심에 완전 스크래치 내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전산 파일 한 폴더에 모으세요, 들어오는 자료 다 출력해서 펀치뚫고 화일에 철해두세요 이런 잔소리까지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어쨌건 담당자는 그분이니까요. 저보다 후배면 담당을 떠나 회사의 일반 업무처리 프로세스라고 잔소리를 하겠는데, 엄연히 선배란 말이죠. 그렇다고 나몰라라 하자니, 이러다 사업이 좌초될 위기가 되면 팀장님은 분명히 절 다시 투입할거란 말이죠. ㅠㅠ

 

일단 제가 나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도 다 출력해서 나름 철을 만들고 있는데, 계속 저 혼자 이렇게 노력해야할지, 철을 어느 정도 만든 후에 다시 드리면서 여기서부턴 직접 하세요 하면 뭔가 깨닫고 열심히 철하실지, 아우 고민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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