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봤어요

2023.06.21 21:47

돌도끼 조회 수:428

전작은 나름 최상의 관람환경을 찾는다고 LED 스크린에서 봤었습니다. 색감이나 디테일은 작살났지만 눈이 좀 많이 피로하고 어지럽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영사기 방식은 영사되는 과정에서 나름의 아날로그적인 필터가 생기는데 '초대형 모니터'인 LED 스크린은 원본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원래부터 눈이 좀 피로하고 어지러운걸로 소문난 영화였잖아요ㅎㅎ 글고 인간적으로 LED 스크린 너무 작아요...

요새는 그런 거 따지는 것도 귀찮아진 상태라 그냥 무난한 동네 극장에서 봤어요.(어차피 우리 동네엔 돌비도 없고...) 화질보단 역시 화면 크기가 깡패예요. 그 쪼끄만 LED 스크린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화질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고 눈도 덜 피곤하고ㅎㅎ...  다만 사운드가 너무 심심해서 보는 도중 나가서 사운드 이상하다고 항의할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이맥스에서 봤다는 사람들까지도 사운드가 심심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상영관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소니가 디즈니 따라가기로 한건가...?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던 '출판만화를 흉내내는 효과'들이 이번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번엔 제목대로 여러 유니버스를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각각의 유니버스에 따라 미술 스타일이 다 달라져요. 그래서 출판만화식 망점이 없는 유니버스들이 많이 나옵니다.

원래 좀 정신없는 영화이긴 한데 더 정신없어졌습니다. 안그래도 수다쟁이인 걸로 유명한 스파이더맨이, 여럿이 한꺼번에 나와서 일제히 떠들어대니 정말 정신없습니다. 거기다 화면 여기저기 주석 자막이 나오고, 한국어 자막은 대사 따라가기도 버거워서 동시에 나오는 주석 자막은 건너뛰는 일이 많습니다. 시각정보 대사정보도 과잉인데 거기에 문자정보까지 겹쳐지니,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도 한번만에 모든 정보를 다 소화하진 못할 거 같아요.

거기다 팬서비스가 너무 과하다싶을 정도로 나와요. 스파이더맨이 진짜로 수백명쯤 떼거리로 나오는데, 마블이 돈에 환장해서 정말로 많이도 찍어냈구나 싶기도 하고, 최소한 미국의 코믹스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초지식 정도라도 갖고 있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전작도 그런 영화이긴 했지만 이번엔 더 심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초중반에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각적으로는 정말로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서 가능한 표현과 액션들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요즘 실사영화들이 막무가내로 만화의 액션을 그대로 흉내내다 보니 정신없다는 느낌밖에 못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진짜로 만화니까, 만화보는 쾌감을 극대화해서 보여줍니다.

스토리도 본격궤도에 오르면 꽤 드라마틱해져서, 이정도면 역대 슈퍼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도 수위로 꼽을수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들고있을 무렵에...
'다음에 또 만나요~~~' 하고는 끝나버리네요.

아니, 만화같은 게 갑자기 연재중단 되었을 때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고 끝난다고들 하잖아요. 이 영화가 진짜로 그러고 끝납니다. 그니까 뭐 정말로 역대급이었는지 어땠는지는 다음작품이 나와봐야 알수있겠네요. 이러다 다음편에서 다 말아먹으면 꽝이잖아요.


요새 헐리우드에서 유행하고 있는 클리프행어식 엔딩입니다. 얼마전 분노의 질주 때도 당했는데... 그때는 그래도 미완이란 걸 미리 알고 갔지만 이번엔 별다른 정보 없이 당해서 약간의 대미지를 입었네요. 근데 극장 나오면서 세워져있는 미션 임파서블 홍보물을 보니 떡하니 'part one'이란 문구가... 다음달에 이꼴을 또 당해야한다는 소리잖아요. 개인적으로 극장영화가 클리프행어로 끝나는 건 정말 재수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편의 영화로서 지금하고 있던 이야기/챕터를 일단락은 지어야죠. 이건 그냥 중간에 끊어버리니....


뭐 어쨌든... 결말 때문에 좀 김이 빠지긴 했어도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중에서는 제일 괜찮게 봤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가 몇개 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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