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5 12:22
1. 사팍님이 알려주신 세번째 링크를 보니까 허핑턴 포스트에서 강간 문화를 이렇게 규정했네요.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
2. 제가 윗 세대 선배 한 분은 강간 당해서 결혼했습니다. 강간한 사람과 강간 당한 사람은 선을 봐서 만났고, 두번째 만났는데 납치해서 강간했어요. 아랫도리가 만신창이가 되어서 집에 돌아왔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였고 여자는 명예가 중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강간 사실이 알려지면 여자는 직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집안의 망신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선을 봐서 만났는데 마음이 없다면 왜 두 번을 만났느냐 라고 이야기들 할 거라고 생각했죠. 알리 오웹스의 허핑턴 포스트 기고에서 “대체 왜 밤에 그 동네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야?” 라고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것처럼, "그 여자는 왜 두 번이나 그런 남자를 만난 거야?"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은 그래서 강간한 남자와 결혼합니다.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강간당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다가, 그 남편이 사망하고 한참 지난 다음에 비로소 그 이야기를 해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좌중의 사람들은 아무도 경악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둘은 결혼했고, 아이를 셋 낳았고, 따라서 그 성폭력은 결혼으로 인해 '규범'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과부 보쌈이 성폭력이지만 결혼 이라는 사회의 '규범' 안에 들어와서 규범화 된 것처럼 말이예요.
저는 이런 사례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어요. 제가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저의 동료 한 명은 고등학교 때 자기가 여고생 한 명을 윤간했던 것을 술자리에서 아주 자세하게 말했어요. 그리고 또 다른 동료 한 명은, 술집이 있는데, 그 술집 주인이 늘 자기에게 맘에 드는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돼지 흥분제를 음료에 넣어주겠다고 한다고 말했어요. 전자는 자기가 공부만 잘 할 뿐 아니라 놀기도 잘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말했고, 후자는 자기가 남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가를 강조하기 위해 말한 것 같더군요. 이렇게 여자를 성폭행하는 걸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홍준표 의원의 자서전에서 잘 드러나요. 이에 대해서 이은솔씨는 "홍준표 '돼지흥분제' 논란...이건 끔찍한 '강간 문화'다"라는 기사를 씁니다.
그런데 말이예요. 2017년, 그러니까 올해 8월 3일에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가 나요. 2014년에, 26세 남자가 초등학교 6학년 만 12세인 김양을 미성년자 의제 강간했다고 말이예요.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13살이 안된 아동과 성관계 한 사람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어도 강간죄가 적용된다고 해요. 피임조차 안했는지, 만 13세도 안된 여자아이가 임신을 했는데, 이 29세 남자 최씨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아요. 왜냐하면 2015년 여름에 김양이 딸을 낳아서, 최씨가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이죠. 원래 국내 민법에 따르면 18세가 안된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가 있어도 혼인할 수 없다는데, 이 경우에는 같이 아이를 키우면서 동거를 해요. 만 12세에 강간을 당하고, 13세에 출산하고, 만 15세가 될 때까지, 딸아이가 만 두 살이 될 때까지 모진 시집살이를 겪죠. 이 시집살이로 인해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자 비로소 학교 교사가 신고하여 조사를 시작해요. 기사 읽어보면 검찰은 "이미 애를 낳아 키우면서 부부처럼 사는 상황을 감안해" " 나중에 결혼할 것을 서약한 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기소유예 배경으로 설명했다고 해요. 미성년자 강간조차 완전한 결혼도 아닌, 사실혼이라는 규범안에 들어오면 처벌받지 않는 사회라는 거죠. 이것이 2015년 한국 사회입니다.
2004년에는 경남 밀양에서 밀양 지역 남자 고교생 44명이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합니다. 기사에서 특히 놀라운 점은 강지원 변호사의 이 코멘트예요. "경찰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를 윽박지르고, 마치 ‘사고 친 아이’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골치 아픈 일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심지어는 가해자들의 가족에게 욕설도 듣게 했다." 이것이 바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용인하는 환경이라는 것이죠.
3. 문화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물과도 같아서, 그 안에 잠겨 있을 때는 있는지 잘 몰라요. 따라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의 눈으로 보면 한 문화의 특성이 잘 드러나기도 하죠. NZ Herald에 따르면, 2015년 9월에 호주 여성 에어드리 매트너는 한국에서 강간당해요. 이 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60 미닛 리포터 알리슨 랭던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말하는 순간이예요.
"There's a culture of victim-blaming, if you go out and drink or dance. "They have this culture where they don't take sex crime seriously. When the victim and perpetrator are not South Korean, police care even less." Western women are even known as "white whores" in some circles, added Langdon. 여자가 나가서 술마시고 춤을 추면,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들 (한국인들)은 성범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국인이 아니면 경찰들은 더 신경을 안써요. 랭던은 "서양 여성들은 어떤 그룹에선 "백인 창녀"라고 취급됩니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화란 단어가 나온 사건은 2013년에 또 있었어요.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기간에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어요. 2013년 5월 11일 윤창중씨는 서울 하림각에서 기자회견 중에 이렇게 말을 합니다. “돌이켜보건대 미국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배국남 기자는 이렇게 써요. "윤창중씨의 해명은 미국 교포 인턴의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이 한국은 여자에게 성희롱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이고 미국은 문화가 아니었기에 즉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일 뿐이라는 황당한 궤변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럼 이쯤에서 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번 보도록 하죠. "사람들은 격분하면서 한국은 인턴사원 엉덩이를 만져도 되는 나라는 말이냐고 비판했지만, 나의 의견은 좀 다르다. 물론 법적으로 미국과 한국은 모두 성추행이 용인되는 사회는 아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여자들이 경찰에 고발할 수 없는 사회정서가 있는 게 한국이다. 설혹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경찰부터가 무슨 그런 사소한 일로 신고를 하느냐 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여성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 상사의 성추행의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 여자 스스로 조심해야한다는 의식이 강한 나라이다. 그러니 황**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짓을 당해도 여자가 눈물을 삼키며 침묵하는 게 당연하며 오히려 현명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고, 미국은 여자의 신고를 용기있는 행위로 받아주는 사회이다. 미국에서는 설혹 호텔방까지 같이 갔더라도, 침대에서 여자가 No를 했음에도 성행위를 강행하면 성폭행이라 인정해주는 나라이다". 이런 걸 보면 사실은 한국인들도 알고 있는 거예요. 한국의 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문화라는 걸 말이에요.
4. 고려대학교 이야기를 해보죠.
2009년 노컷뉴스는 고려대 문과대 A교수가 술에 취한 제자를 인근 여관으로 끌고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보도합니다. 사건 발생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네요.
2012년 11월 1일 프레시안은 고려대 교수 H아무개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합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여기에.
2013년 8월 1일 시사인은 고려대 경영대 A교수가 몰카를 촬영했다고 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보도합니다.
2014년 11월 21일 한겨레는 고려대 교수 이아무개 (공대)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합니다. 이 교수는 사표를 제출했다고 해요. (제가 알기로 해고되면 연금 날아갑니다. 사표 내면 안 그럴 거예요) 주간조선 기사는 여기 있네요.
-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하면서 어떻게 기대했습니까.
“양성평등센터에서 조사해 교수를 처벌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을 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서울대는 사표수리 방침을 철회하고 성추행혐의자 강석진 교수를 조사받게 했고, 결국 구속기소가 됐는데요.
“그래도 서울대는 서울대라고 생각했어요. 서울대는 자존심이라도 있구나 하고. 그런데 고려대는 어린 여학생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거 같아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21/2014122100706.html
2017년 4월 21일, SBS는 고려대 교수 문아무개의 성폭행 사건을 보도합니다. 검찰이 이 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중단해놓아서 피해자가 아주 괴로웠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10분 정도 지각을 했는데. 워낙에 이 학과 자체에 군대 문화가 있었다. 이렇게 피해자는 얘기하고 있거든요. 평소에도 이 교수가 조교를 때린다거나, 발로 찬다거나, 욕설을 퍼붓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있었던 데다가. 이 날도 하필이면 10분을 늦어서 하루 종일 교수에게 혼이 났던 일이 있고. 그런데 교수가 퇴근 후에 갑자기 전화해서 지금 회식을 하고 있으니까 빨리 나와라. 이런 연락을 받았던 상황이었어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회식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가면서 미리 숙취해소제까지 사서 먹고서는, 그 영수증도 증거로 제출이 됐습니다만. 숙취해소제까지 먹고 갔지만 이 날 따라 술을 굉장히 많이 돌린다고 하죠, 계속 강권하는 교수 때문에 굉장히 만취하게 됐고.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교수의 연구실이었던 거죠. 몸이 너무 아파서 눈을 떴는데 교수가 본인을 성폭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 출처 SBS
2017년 6월 28일에 JTBC는 고려대 교수 정아무개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한겨레 21의 보도는 아주 자세해요.
정 교수는 술 마실 때면 종종 이씨를 술자리로 불러냈고, 이후 자신의 집으로 운전까지 시켰다.
술잔이 돌고 있었다. 정 교수, 정 교수의 또 다른 제자 고동식(가명)씨, 고려대에서 강의하던 단국대 조아무개 교수가 함께 있었다. 처음부터 정 교수의 말이 거칠었다. “이미혜는 남자였어야 해. (중략) 전 조교는 총각 교수(나)한테 오는 애가 밤에 일 시키려고 부르면 옷을 이상하게 입고 향수도 뿌리고 왔다. 걘 너무 여자로 어필해서 문제였는데 얘 (이씨)는 함부로 건드렸다간 검찰에 끌려갈 것 같아.” 정 교수의 이야기를 듣던 조 교수가 갑자기 욕을 했다. “개쌍년, 개씨팔년.” 쌍욕이 열댓 번 이어졌다. 이씨의 항의에도 조 교수는 희롱을 멈추지 않았다. “예쁘니 술을 받아라.” “술 못하면 교수가 못 된다.” 정 교수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 교수의 성희롱에 동조했다. “너희 교수(정 교수)가 결혼도 안 한 총각이니 가끔 만져주고 그래.” 조 교수의 말에 갑자기 정 교수가 이씨의 왼쪽 팔목을 덥석 잡더니 자기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딜 만져달라 그럴까, 여기 만질까? 여기?” 이씨는 팔목에 힘을 줘 정 교수의 몸을 건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술집 여자가 된 것처럼” 강한 수치심이 치밀었다."
"학교는 이미혜씨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양성평등센터는 물론 학과 교수들은 정 교수와 그를 분리시켜주지 않았다. 이씨를 제자로 삼겠다는 다른 교수도 있었지만 “교수 사이 화합이 깨진다” “형사사건이 끝나고 결정하자”며 학과 차원에서 ‘지도교수 변경’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
5. 조직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언제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추행이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만으로 조직의 문화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이릅니다. 하지만, 일단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것에서 조직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죠.
고려대에 강간 문화가 존재할까? 하고 사팍님이 생각하셨군요.
2017.12.05 12:41
2017.12.05 12:45
세 부류가 있죠. (1) 본인이 피해자의 입장에 놓일 일이 별로 없으니 그런 문화가 존재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모르는 것은 "없는 것"이라 강하게 확신하며, 있다고 말하는 상대를 비난하는 부류. (2) 그런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부정하거나 묵인하면서 그 문화에 대한 공론화를 불편해하고, 혹여라도 자신이 그 문화에 대해 예민해진 사람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 (3) 그 문화의 적극적 향유자이면서 겉으로 아닌 척하거나, 겉으로는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혹은 들켜도 상관 없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하는 부류. 이 게시판에서 계속 그 문화를 부정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은 어디에 속할까요?
2017.12.05 12:47
2017.12.05 13:02
2017.12.05 13:53
(2-1) 강간설정 일본 야동을 애정하다보니 뇌가 강간 당한 부류....;
2017.12.05 17:41
2017.12.05 14:34
2017.12.05 12:4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멍청이들이 너무 많아요.
2017.12.05 13:10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2.05 13:10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7.12.05 13:29
아 글에 쓰신 현대판 민며느리 (--;;; 저 표현은 제가 쓴게 아니고 기사 제목이었습니다) 사건 저도 기사로 읽고 너무 충격 받았어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742098
토나올 수도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세요.
검찰이 기소 유예했던 사건인데 얼마전에 다시 구속 기소했네요. 결과는 모릅니다..
2017.12.05 13:3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고발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 강간문화라는 지적이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2017.12.06 06:49
저는 개개 사람들의 반응 (individual response) 보다는 강간 사건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조직의 대응/반응 (organizational decision making)'이 '조직 문화'를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는 강간이 일어난 다음 1) 인력관리부 (HR) 의 조치, 2) 사장의 결정이 곧 조직 문화를 크게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조직원들의 반응도 문화를 설명해주지만요.
2017.12.05 13:3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2.05 13:39
고대 의대생 강간 사건도 있지 않았나요?
2017.12.06 06:31
있었죠. 일단 교수가 가해자인 사례로 한정했어요. 한국일보 기사 보면 학생들끼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힌트가 들어있네요.
“정대(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여러 성폭력 사건 고발 대자보가 붙었지만, 그렇게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은 수많은 2차 피해를 감내했다."
2017.12.05 13:48
2017.12.05 13:55
자료를 들어 증명하시다니 이건 반박을 원천봉쇄하는 나쁜 일입니... (쿨럭;)
2017.12.05 14:19
2017.12.05 14:29
2017.12.05 15:24
2017.12.05 15:34
님이 생각하는 강간문화와 강간범죄의 차이와 본문글이 강간문화하고 강간범죄를 구분 못한다고 보는 ‘근거’를 말해보세요.
2017.12.05 15:45
현행법상 범죄로서의 강간은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충분한 “저항”의 증거가 확보된 조건에서 “삽입”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어야 인정되는 거고요, 문화는 그 협소한 규정 안에 포괄되지 않다보니 법적 강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법적으로 범죄가 아니니 장땡이라 생각하는 인간이 많죠
2017.12.05 15:50
구분 못 하는 건 너님이에요.
2017.12.05 19:15
2017.12.05 16:01
강간이라는 단어를 쓰니 자세히 보지 않고 대뜸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2017.12.05 16:41
어떤 게시판에서 '시선 강간'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거부감 정도가 아니라 엄청 분노하더군요. 요약하자면 '강간은 너무너무너무너어어어무 끔찍한 범죄인데 어디 시선 강간이라는 택도 없는 말을 만드냐! 우리(?)가 보통 여자를 보는 시선까지 강간이라니 우리가 죄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냐! 끔찍한 메갈련들!'이었습니다. 피해자들 - 이 경우는 핥듯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남자들 때문에 기분이 나쁜 여자들이겠죠 - 보다 자신들이 더 더 기분이 나쁘고 그런 워딩을 해서(이 경우 '시선 강간') 상처받았다, 피해자다라...는 식이어서 놀랐습니다.
여전히 (일부?) 남자들의 그런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2017.12.05 17:44
저도 20대였을때는 그런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저런 단어를 고를 정도로 여자들에게는 크고 절박한 일인가보다 합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보수적인 가정교육을 받은 입장에서 그 상황을 100% 공감하고 상상하기 어려운게 아쉽죠.
신입사원때 여자 동기가 '난 아파트에서 모르는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면 상대가 먼저 버튼을 누를때까지 기다린다. 왜냐고? 그 남자가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인지, 나에게 어떤 해꼬지를 할지 어떻게 알아. 실수로 내가 먼저 버튼을 눌렀는데 그 남자가 버튼 안누르면 얼마나 무서운데' 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는데, 남자인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우리집,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그런 공포를 느껴야 한다는 상황이.
그래서 아마 죽을때까지 100% 공감하고 상상하긴 어렵겠고, 계속 알고 배워야 하겠구나 합니다.
어느 분이 ㅇㅇㅇ 관련 뮤트하니 타임라인이 조용해졌다고 하셨는데..
저도 보기 괴롭고, 때로는 경악스럽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계속 보고 알아야.. '요즘 세상에 정말 그래? 내 주변에는 없는데?' 라는 생각을 안하게 될 것 같아요.
2017.12.05 17:54
옳은 말씀입니다.
특히 막줄... 조금만 편하게(?) 살다보면 어느새 '내 주변에는 없는데?'가 되어버리기 십상인 것 같습니다.
2017.12.05 19:22
2017.12.06 06:45
영어 용어인 'Rape Culture'를 번역하다보니, 이 개념에 대한 한국 용어가 '강간 문화'가 되어버렸는가 봐요. '강간 문화'라고 하니까 우리가 매주 규칙적으로 강간이라도 한단 말이냐, 그런 식으로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성폭력 문화'나 '성추행 문화' 그러면 아마 남자들이 좀 더 두루두루 납득할 것 같기도 하네요.
2017.12.05 17:22
2017.12.05 17:37
2017.12.05 18:30
2017.12.05 21:43
2017.12.06 05:48
2017.12.06 06:39
사기, 배임, 횡령, 사기의 왕국이란 부분을 읽으니 생각나는 단어가 있네요. 그런 걸 점잖게 일컬어 저신뢰 사회 라고 부르지 않나요? 아시아 경제에서 특집기사를 낸 적이 있군요. 물론 저는 범죄 그 자체보다 범죄를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지적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람을 맨손으로 죽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쉽게 사람 죽일 수 있는 도구 (=총)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나라들이 살인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죠. 총기로 인한 살인이 반복되는데, 이걸 사회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계속 같은 문제를 되풀이 겪거든요. 이 배경에 문화 저항 (cultural resistance)이 있는 거구요. 이런 걸 또 점잖게 gun culture 라고 하더군요.
2017.12.06 14:13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살인, 사기를 용인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면, 당연히 살인 문화 사기 문화 이런 말을 써야죠. 살인, 사기를 줄이기 위해, 그 문화적, 사회적 요인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지금 강간문화 이야기하는데 왜 너희만 유난떠냐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걸까요? 성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런 식으로 폄하하려는 것 역시 강간문화의 일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2017.12.06 19:16
2017.12.06 19:57
2017.12.06 22:47
2017.12.06 23:52
어떤 논의를 시작하려면, 용어의 정의에 대해서 쌍방이 동의해야하는데, singlefacer님은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 이라는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군요. 그리고 "매일 남자인 내가 여자 너를 폭행과 협박으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한 후 성기
삽입행위를 하는 짓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을 강간 문화로 보시는 군요. 그 정의를 따른다면 강간 문화는 한국뿐 아니라, 강간이
만연한 인도나, 심지어 강간 문화 (Rape Culture)라는 용어가 나온 미국에도 존재하지 않겠네요. 일단 세상 모든 남자들이
매일 섹스할 체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미국에서는 마약 문화 (Drug
Culture)가 문제인데, 모든 미국인들이 매일 일상적으로 마약을 하느냐하면 그렇지 않아요. 제가 알기로 미국 대학생 중에서
18%만이 마약을 경험해요. 또한 미국의 총기 문화 (Gun Culture)가 문제인데, 모든 미국인들이 다 총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매주 총기 연습을 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또한 미국에서는 강간 문화 (Rape Culture)가 이슈인데, 미국 여대생의 21%가
대학교에 있는 중에 sexually assaulted 당해요 (sexual assault는 강간보다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실제 삽입은 그보다 적을 거라고 예측할 수 있어요). 지금 예로 든 마약 문화, 총기 문화, 강간 문화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이
매일 일상적으로 마약을 하거나, 총기를 쏘거나, 강간을 하거나 하진 않는데도 그렇게들 부른단 말이죠.
그런데, 미국에 마약 문화가 존재하느냐 하면 실제로 존재해요. 마약 문제가 터졌을 때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관대하고, 마리화나 정도는 대학교 때 해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죠. 이런 걸 사회적 norm (규범)이 되었다고 하죠. 예를 들어 오바마 같은 경우도 자서전에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해본 적 있다고 썼단 말이예요. 그리고도 이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 되었어요. 받아들여졌단 말이죠. 한국에서 홍준표 의원이 자서전에 약물 강간을 도와줬다고 써도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예요.
또, 미국에 총기 문화가 존재하느냐 하면 실제로 존재해요. 총기를 소유하고, 연습하고, 자기나 다른 사람을 쏘는 데 쓰는 사람은 미국인 전부가 아니예요. 퓨 리서치에 의하면 30%만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어요. 하지만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나머지 70%가 총기소유 규제법을 만들 수 있느냐,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미국의 역사, 수정헌법 2조 자경권 (自警權)에
기반한 문화, 그리고 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의 로비로 법안이 좌절되어 왔기 때문에, 총기소유
규제법은 어차피 안된다고 체념하기 때문이죠. 2017년에 라스베가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났는데, 이로 인해 최소 58명이
사망, 489명이 다쳤어요. 그런데도 사건 난 후 일주일 후에 라스베가스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라스베가스 한복판에서
주민들이 성금 모은다고 행진한 게 조금 달랐을 뿐이예요.
한국에서 간호사들은 대부분 여자고, 한국에서 여자들은 대부분 군대를 안가요. 그런데도 '간호사 군대문화'라고 구글에서 치면 주르륵 나와요. 평생 군복무 안하는 사람들도 군대문화에 젖을 수 있는 거예요. 평생 강간 안하는 사람도 강간문화에 젖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예요.
강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가 강간을 하지 않았고, 내가 총기를
소유하지 않았어도, 그 문화 안에서 내가 영향받으면서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일례로 저는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총기를 너무너무
반대한다고 아무데서나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총기소유는 곧 내 권리라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강력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그렇죠. 원수 만드는 지름길이예요.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나는 윤간을 했다는 말을 해도, 좌중에 앉은 사람들이 그건 범죄 아니냐고 지적 안하는 게 바로 문화의 힘이예요. 부경대에서는 단톡방에서 "선배에게 술을 먹여서 자빠트리고 싶다"고 한 일이 있었어요. 서울대 단톡방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과외 들어왔는데, 고딩이면 좋겠다, 고지 보딩 (아마도 고딩 보지, 즉 고등학생 보지), 잘 키워서,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충남대에서는 ‘나도 00이 주물럭 하고 싶어’ ‘00 허벅다리에 청양XX 비비고 싶다’ ‘청바지 입고 오는 날 일부러 옆에 가서 비빔' 이런 글이 올라왔죠. 이 중 술을 먹여서 자빠트린다는 건 약물강간을 강력하게 암시해요. 이런 말이 나왔을 때 나는 강간할 사람 아닐지라도, "야, 그런 말 하면 안돼. 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라고 말 못하고 눈치보게끔 하는 게 강간 문화의 힘이예요. 제 생각에, 강간 문화를 말하면, 선량한 남자들이 강간범 취급 받을 것이란 건 잘못된 생각이예요. 오히려 선량한 남자들이 어어어 하면서 나쁜 문화에 끌려가지 않도록, 불합리한 문화에서 자유로와지도록 용기를 줄 수 있겠죠.
그런데, 강간 문화에 대해서 세미나를 연다고 해서, "이게 이대로 진행되면 앞으로
잠재적 범죄행위자를 미리 잡아 족치게 된다" 한다는 예상이 나오다니 놀랍네요. 세미나 하나가 대단한 파장을 일으키네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언자도 만들고 수십만명 고문 이야기도 나오고 말이죠.
2017.12.07 11:26
2017.12.07 15:12
2015년 기준 한국인 인구 중에서 0.2%만이 유교를 믿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 문화를 세계 문화권에서 구분할 때는, 단박에 Confucian culture 라고 해요. 인구의 0.2%만이 유교도라고 해서 '한국 문화는 유교문화' 라고 말하는 게 잘못된 분류 같은가요? 내가 유교도가 아닐 지라도 유교문화를 따르고, 내가 강간범이 아닐 지라도 강간 문화에 맞춰 피해자를 성적대상화할 수 있어요. 참고로 지난달 한겨레에 따르면, 올해 한샘에서 연쇄 성폭력 사건이 났는데, 그 피해자가 이쁜지 보겠다고 사진을 구하는 글들이 주르륵 올라왔더군요.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이 보편적이라는 예로는 홍준표, 탁현민 여섯글자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홍준표 의원 자서전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다시 주목을 받은 다음에, 제 주변에 나이드신 남자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한마디로 말해 치우면서 홍의원을 옹호하시더군요. "우리땐 그런 거 흔했어"하고 말이예요. 이 분들이 돌아가신 분들이 아니라 살아서 투표하는 한국의 사람들이예요. 이게 보편적이 아닌가요? 제가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최음제 이야기를 듣고는 칵테일도 맘대로 마시지 못했어요. 제가 한국사회에서 지금 한 중간 나이 쯤 되는 나이대일 거예요. 이게 보편적이 아닌가요? 제가 2017년 12월 7일 방금 "물뽕 판매"라고 한글로 구글에서 치니까 엄청나게 많은 한글 검색 결과가 나와요. 구매자가 물뽕을 사서 방안에서 혼자 마시고 잠들지는 않을테고, 약물강간에 쓰려고 하는 거겠죠. 이게 보편적이 아닌가요?
10만명 당 36명이란 숫자의 출처는 제가 보기엔 OECD 데이터 같은데, 그 데이터라면, 강간이 경찰에 신고되어서 기록된 (police recorded) 경우를 의미할 거예요. 한국보다 여성지위가 높은 나라들에서 강간 신고율이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봐요. 당장 저만 해도 미국 조직에서 일하는 후배는 성추행만 당해도 바로 HR에 신고하라고 조언할 수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후배가 강간 위협을 당하면 어떤 조언을 해야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신고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최근에 모 대학에서 전공의가 교수에게 폭행당했다는데, 신고한 사람이 후회한다고 인터뷰를 했어요. 성적인 문제가 결부되지 않고 맞은 것인데도, 조직 안에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신고한 사람이 후회를 해요. 성적인 문제가 결부된 사건에 신고를 하면, 피해자는 과연 어떤 피해를 입겠어요? 맞은 사람은 조직에서는 찍힐 지언정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진 않아요. 하지만 강간당한 사람은 이 사회에서 즐겨 찍는 낙인이 있죠. 걸레라고.
미국의 경우 타이틀 나인 (Title IX)이 있어서, 학생들 끼리의 sexual assault가 있으면 학교의 타이틀 나인 담당자가 바로 대응하도록 되어 있어요. 한국보다 강간에 대해서 훨씬 민감하죠. 교수가 학생을 성폭행 했을 때의 조치도 훨씬 엄정해요. 이런 미국에서도 Rape Culture가 있다고 인정하는데, 식당만 가도 조선족 종업원 엉덩이 툭 치는 걸 그냥 봐야하는 한국에서 Rape Culture가 없다고요? 당장 몹쓸짓이라고 검색만 해봐도 가지가지 양형사례가 나오는 한국에 Rape Culture가 없다구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강간과 불쾌한 성적 농담은 구분해요. 왜냐하면 성적 농담의 경우에는 육체적으로 아랫도리에 들어오는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 저를 비롯해서 사람들이 강간과 불쾌한 성적 농담을 구분하지 않고 쓴다는 생각은 오해예요. 불쾌한 성적 농담을 했다고 해서 누가 사람을 '잡아다 족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피해망상이구요.
2017.12.06 14:46
2017.12.08 00:06
좋은글이란건 이런게 좋은글이죠. 허세에 찌든 페미니즘 저격글이 아니라. 그런데 이런 분명하고 쉬운글도 이해못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사실 이해를 못하는게 아니라 인정을 못하는거겠지요.
2017.12.08 22:36
와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7.12.13 22:46
정말 글 잘 읽었습니다. 전에 이 좋은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일주일 쯤 뒤에 다시 찾아왔는데, 그 사이에 좋은 리플도 많이 적어주셨군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