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하면서 쓰는 글

2015.08.31 22:04

칼리토 조회 수:2164

아마도 저는 알콜 중독의 초입쯤에 서있는 것 같아요. 월 마감이 있는 날이라 끝나고 회사에서 뭔가 술자리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약속을 안잡았더니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다는게 판명될때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술 동무를 찾았으나 아무도 응해주지 않았습니다. 살짝 실망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 얼마전에 왕창 세일할때 산 바나나 리퍼블릭 옷들을 뜯으며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수트에 티셔츠에 페도라에 겨울에 입을 브이넥 티셔츠까지 질렀음. 그래도 180불이라는 놀라운 가격.. 와우..) 샤워를 한후에 뭘 먹을까? 아니지.. 뭘 마실까.. 하다가 맥주대신 안동소주 칵테일을 마십니다. 


사놓은지 일년이 넘은 안동소주에 얼음 넣고 탄산수 가득 붓고 안주로는 어제인가.. 제가 구워둔 베이컨과 소세지를 야금야금 데우지도 않고 뜯어 먹고 있어요. 그러네요. 이런게 행복임. 그러므로 저는 알콜중독이 맞는것 같기도. 다만.. 주량은 그리 세지 않아서 집에서 먹으면 소주 두잔 정도가 한계인게 다행입니다. 같이 마셔줄 사람이 없으면 길게도 마시지 못하고 많이도 마시지 못합니다. 어찌보면 사람들과 마시면 지기 싫어서 그렇게 꿀떡 꿀떡 마시는지도 모르겠어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무의식이랄까요. 덩치가 크니.. 당신은 주량도 세겠군요에 대한 대답 같은것이랄까. 


차게 식은 베이컨을 먹습니다. 짭짤하고 같이 구운 파의 향기가 배어있네요. 지방은 참 맛있는 것 같아요. 먹을때마다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거기에 안동소주의 맵싸한 향과 탄산의 상큼함, 혹은 시큼함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음.. 


먹는 이야기를 쓸때면 신이 납니다. 좋아하는 이야기거든요. 하지만 뭔가 복잡하고 논리적인 글들에는 거의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보면 지금 듀게가 당면한 진지하고 학구적이고 읽을만한 글은 적어지고 일상의 잡담, 아이 키우는 이야기, 원초적인 욕구에 대한 방담등이 늘어난데는 저도 일조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랄까. 듀게스러움. 듀게로움.. 을 회복하자면 저도 제거되어야 할 대상일지도. 


그런 생각의 한편에 듀게스러운 것, 듀게 답다는 것의 정체는 뭘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듀게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규정할 수 있는 것이 과거가 아닌 현재라면 듀게는 지금 올라오는 글들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구요. 이런식이면 조만간 유부남녀의 신세 한탄이나 육아를 논하는 커뮤니티가 될지도 모르니.. 총명하신 분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ㅎㅎ


아이는 일찍 잠이 들었고.. 한달의 일은 마무리가 되었고.. 다가오는 9월에는 이런저런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술은 기분좋게 취기가 오르고.. 요즘 읽는 혹은 읽어야 하는 책들은 상당히 재미있는 책들이라 출퇴근 시간이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가족중에 아픈 사람도 없고 감정적으로 혹은 상식적으로 고민되는 일도 많지 않으니 지금이 화양연화로구나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처럼 저에게도 나름의 고민이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혹은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왜 없겠습니까만 그래도 이정도면 행복합니다. 아마.. 한잔 술이 주는 가짜 행복일지도 모르겠지만요. ㅎㅎ 


내일은 치킨 사준다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 저녁에 치킨을 먹을겁니다. 작은 것이지만.. 사소하게 기쁜 하루가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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