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고 지하철 역을 향해서 걷고 있었어요.

바쁘게 걷다가 응? 싶어서 옆을 보니까 웬 변태가 한 명 서 있더라고요.

 

상가들이 양 옆으로 많고 그 사이사이 아주 조그만 골목이 많은 그런 번화가였는데

그 골목 중 하나에 서 있었고 상가들과 나란히 서 있는 게 아니라 메인거리의 방향으로 서 있어서 (설명이 너무 이상하네요;;)

다행히 전 앞모습은 아니고 옆모습을 흘깃 보게 됐지요.

 

하여튼 아침 출근길 정면은 아니지만 기분이 확 상했고

여기가 대학교 앞이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고 그래서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그 때 시간이 아침 8시 27분.

이런 일로 신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약간 떨렸지만 침착하려고 애를 썼어요.

경찰이 전화를 받아서 제가 변태가 있어서 신고한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바로 위치를 설명했고요.

위치를 확인하려고 변태를 발견하고 지하철 역쪽으로 계속 걸으면서 잠깐 고개를 돌려 변태가 서 있던 건물의 큰 간판을 하나 외웠거든요.

 

경찰이 좀 태연하게 전화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한테 옷차림을 물어보더라고요.

전 순간 벌써 출동해서 신고한 제 옷차림을 묻는 줄알았어요;;;

그래서 '저요?' 라고 물었더니

경찰관이 '아니요, 변태가 있어서 신고하신다면서요. 변태가 뭐 입고 있었냐고요' 라고 답을 하더라고요.

어...음...좀 황당했어요. 하지만 남색옷을 입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변태가 노숙인이어서 옷이 아주 많이 꾀죄죄해 색깔이라고 할 것도 없는 차림이었죠.

근데 경찰이 재차 물어보더라고요. 다른 거 또 없냐고.

그래서 제가 남색옷을 입었다고 답을 하지 않았냐고 제가 신고를 하기 위해서 변태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더 자세히 묘사를 해드려야 되는 거냐고 했더니

알겠다고 출동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더군요.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8시 35분, 다시 전화가 왔어요.

전화를 받았더니 경찰이고 지금 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게 물었어요.

"주소는 모르시죠?"

음....자기 집주소도 아니고 변태가 서 있는 건물의 주소를 아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_-

전 다시 만원 지하철 안 에서 '000이 있는 건물의 골목길이라고요"라고 답을 했죠.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보는지 전화기 너머로 '어어 여기있네'하는 소리가 다 들리더군요.

그리고 또 황당한 질문 하나 더. "아직 거기 계십니까?"

이제는 황당해서 웃겼는데 어쨌든 대답은 했습니다. "아니요. 지금 출근길인데 어떻게 거기 계속 있어요?"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면서 '지금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어요.

 

제가 신고를 한 시각과 다시 전화가 걸려온 시각은 8분의 차이가 있어요.

경찰서(파출소 아니고 구 경찰서가 근처에 있어요)에서 변태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와도 8분이면 족할 정도로 가까운데

그제서야 가고 있다면서 신고자에게 다시 위치를 물어보는데 화가 나더군요.

변태 잡는 게 그리 시급한 사건은 아니죠.

하지만 아침 등교하는 사람도 많고, 제가 위치까지 특정해줬는데도 몇 번이나 그런 식으로 확인을 하고 물어보는 게 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도 없고 화도 났어요.

 

다음부터는 변태를 보고 신고할 때 상세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주고 위치도 내가 검색해서 주소로 알려줘야하나

지각할 거 각오하고 변태가 도망 못가게 멀리서 지켜 보며 경찰이 출동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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