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7 21:29
0.
설마 스포일러 신경 쓰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ㅋㅋㅋㅋㅋ
1.
비 때문에 집 밖에 못 나가고 좀이 쑤셔 하는 자식놈들 달래려고 넷플릭스나 틀어주려다가,
생각해보니 이제 둘째도 9살인데 자막 나오는 영화라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이티 블루레이를 틀어줬어요.
둘 다 열심히 잘 보긴 했는데 둘째는 이티가 죽었다 살아나는 대목에서 몸을 배배 꼬더군요.
다 본 후 둘의 감상은 대략 이랬습니다.
첫째 : 재밌었어요. (정말 이게 다였습니다. 아들이란!!)
둘째 : 근데... 이티가 생각보다 훨씬 더 못 생겨서... 흉측해서....... 그렇게 재밌진...
ㅋㅋㅋㅋㅋㅋㅋ
2.
제 또래 많은 어린이들처럼 제게도 첫 극장 관람 영화라는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보고 나온 직후의 제 감상은 사실 잘 기억도 안 나요. 그냥 첫 극장 체험이었기에 시작부터 끝까지 다 강렬하고 그랬는데 제가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는 기억이. ㅋㅋ 그보단 제가 이걸 봤던 극장이 수원의 터줏대감이자 만남의 광장이었던 '중앙극장' 이었는데. 멀티플렉스에 밀려 사라지게 되었을 때의 씁쓸함이 되살아나구요.
또 한 가지. 제 극장 관람 인생의 첫 대관(?) 영화이기도 합니다.
20주년 재개봉 때 친구 셋이랑 극장에 가서 봤는데 관객이 딱 저희들 밖에 없었어요. 하하.
덕택에 아주아주 신나게 봤던 기억과 더불어 지금은 다 연락 끊긴 그 녀석들 잘 사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3.
몇 년에 한 번씩은 계속 다시 봐서 몇 번이나 봤는지 헤아릴 수 없는 영화입니다만.
그럼에도 보면 볼 때마다 울컥하고 눈물 고이는 타이밍이 있어요.
그러니까 엘리엇과 형이 이티를 데리고 구급차로 탈출하고. 엄마와 경찰, 정부 요원들이 놀이터에 버려진 그 차에 다가가 빈 걸 확인하는 순간 장면이 바뀌며 촥! 하고 자전거 군단이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추격전의 테마 음악이 시작되는 부분 있거든요. 여기서 늘 1차로 울컥하구요. 그 다음엔 당연히 다 함께 날아 오르는 장면. 날아오르는 순간도 강렬하지만 그 후에 형과 친구들을 한 명씩 클로즈업 잡아 주면서 갸들이 놀라고 기뻐하는 표정 보여주는 게 격하게 이입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모두 다 빠이빠이하고 우주선이 슝~ 날아가면서 하늘에 무지개 그리는 장면. 뭐 이런데요.
정말 완벽한 연출에 완벽한 리듬에 완벽한 음악이 어우러진 완벽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자전거 체이싱 시작부터 엔드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1초도 버릴 장면이 없는.
스감독님. 그리고 존 윌리엄스옹. 감사합니다. ㅠ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찾아서 올려둬 봅니다만.
혹시나 재생해 보실 생각이면 볼륨을 가능한한 높이셔야 합니다. 저도 일부러 영화 볼 때 옆집에서 뛰어오지만 않을 정도로 최대한 볼륨 키우고 봤어요. 하하하.
2023.05.27 21:49
2023.05.27 21:55
공교롭게 무전기가 아니라 산탄총이 나오는 오리지널 영상을 들고 오셨군요. 지금 기억으로...ET 개봉 만큼 한국 전체가 영화 한편으로 도배된 적은 없는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아바타 1정도일까요. 모여라 꿈동산 ET, 한국 짝퉁 영화 ET, 보물섬 연재 만화 ET, 개발새발 번역된 ET 소설, 조잡했던 문방구의 ET 장난감들, ET...ET...ET....손창호 영화에도 나와서 외계인 소식을 알려주던 ET, 그리고 세월이 흘러 ET 체형이 되어버린 우리 아저씨들
2023.05.27 23:45
이 노래도 빼놓을 수 없죠. 지금에야 알았는데 이거 부른 밴드가 무려 산울림이었네요ㅋㅋㅋㅋㅋㅋ
2023.05.28 13:09
걍 영상 화질과 편집이 의도에 가장 잘 맞아서일 뿐입니다. ㅋㅋ
지금은 영화란 것 자체가 그때 만큼의 파급력은 없죠. 세상에 재밌는 게 별로 없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초 초 대유행이었던 것 같아요.
2023.05.27 22:09
2023.05.28 11:59
짧은 광고지만 나름 스필버그옹이 인정해준 공식 속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ㅎㅎ
2023.05.28 13:11
와, 이건 자랑하실만한 업적(?)인데요. 저도 남들 다 본 영화들 중에 안 본 거 되게 많은 사람이지만 이티라니!! 제가 졌습니다. 하하.
저도 그런 속편 해 본 적은 있는데, 안 만들길 잘 했고 영원히 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속편이든 리메이크든 걍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ㅋㅋ 사실 그거 만들자고 하면 만들려는 사람들도 압박 장난 아닐 것 같구요. 스필버그옹 본인은 절대 안 하겠죠.
2023.05.27 23:52
오늘은 '동심과 추억' 모드시네요 :) 이 영화도 극장에서 놓쳤어요.
<오즈의 마법사> 같이 어어하다가 못보게된 경우가 종종 있어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요.
"...E.T.의 주제곡인 ''Someone In the Dark는 마이클 잭슨이 불렀는데 작사와 작곡은 다른 사람이 했다.
근데 이 노래는 정작 영화에서 단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잭슨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굉장한 팬이였고
E.T.의 OST를 맡아달란 말을 들었을때 주저하지 않고 승락했다고 한다.
영화 E.T.의 성공으로 이 곡 역시 상업적인 싱글 발매를 할 예정으로 오디오북을 포함한 앨범을 발매하려고 했지만,
계약 위반으로 싱글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스토리북은 전량 회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미 풀린 스토리북은 구매한 사람들이 꽤 있었고 이것이 현재 잭슨 컬렉팅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E.T. Story Book이다. 원판은 eBay 등지에서 나타나기만 해도 콜렉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가지려 하니 포기하면 편하고,
DVD판이 나중에 나오긴 했어도 이조차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 그나마 몇몇 용자들이 유튜브에 저작권을 위반하면서까지
공개를 감행한 게 다행이랄까..."
2023.05.28 13:17
마이클 잭슨의 주제가라고? 하고 검색해보니 앨범 커버 사진은 그 당시에도 잡지 같은 데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이티 손 잡고 있는 마이클 잭슨 사진이 아주 낯이 익어요. 들어보니 곡도 좋지만 영화에는 안 들어간 게 다행 같기도 하구요.
산울림 노랜 그 당시에 여기저기 엄청 많이 들었는데, 동요인 줄 알았습니다. ㅋㅋ 산울림 팬이기엔 전 넘나 어린이였던 것...
2023.05.28 20:03
이 영화에 '영감'을 받아 만든 당시에 꽤 히트한 노래여요. 5위까지 올랐네요.
지금 기준으로는 조금 느끼하지만 다시 들어봐도 명곡 맞네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지금 검색해 보았더니
가수와 전설의 콤비 작사, 작곡가 Carole Bayer Sager, Burt Bacharach가 공동으로 만들었네요.
들으면 결이 달라요.
Heartlight - Neil Diamond - HQ Video Music
2023.05.28 00:10
저도 극장에서 최초로 본 영화가 E.T.였습니다. 당시 한국에선 '무려 레이건이 보고 눈물 흘린 영화!'라는 것도 광고 문구로 쓰였던지 아니면 신문기사에 났던지 그랬던 것 같구요ㅋㅋㅋ
여담이지만 영화 초반에 형들이 하는 와중에 엘리엇이 자기도 끼워달라고 하는 게임이 바로 D&D죠. TRPG는 지금도 마이너한데 당시 한국에선 알아보는 사람 거의 없었을 듯 합니다.
2023.05.28 13:19
제 친구들은 보통 그 전에 동네 무슨무슨 문화회관 같은 데 가서 태권브이든 똘이장군이든 뭐든 보고 와 본 녀석들이 많았는데 전 그런 데도 못 가 본 상황에서 뙇! 하고 이걸 봐서 그런지 그 날 극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앉았던 자리가 어디였는지 등등 별 쓸 데 없는 게 다 생각나요. 아마 이런 것도 제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감동하는 데에 저도 모르게 작용하고 있겠죠. ㅋㅋ
말씀대로 그 시절엔 거의 몰랐겠죠 당연히 저도 몰랐구요. 스필버그 어린이 모험물 컨셉으로 대박을 친 '기묘한 이야기'에 그 D&D가 계속 중요 소재로 나오는 것도 이 영화 때문인 것 같구요...
2023.05.28 09:55
고백하자면 저도 영화에서 이티를 첨 봤을 땐 외모 땜에 거리감이 있었어요.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서 적응했지만요. 따님도 2,3회차가 되면 다른 감상일 것 같습니다.ㅎ
이제 자녀들이 자라면서 함께 즐길 영화들이 더 늘어날 거 같네요. 영화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아빠를 가졌다니.
2023.05.28 13:25
전 그 시절엔 아무 거부감이 없었는데 (어차피 외계인이니까!!) 어제 애들이랑 다시 보니까 음... 이것 보단 좀 더 보기 편하게 디자인 할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ㅋ 특히 나중에 죽어가느라 허예졌을 땐 좀 호러에요.
이티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제 취향 영화들을 같이 보려면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습니다. 제 취향의 문제로... ㅋㅋㅋ 다음엔 백 투 더 퓨쳐라도 보여줄까 싶네요.
2023.05.28 12:57
2023.05.28 13:30
만화, 인형극 다 생각 나요. ㅋㅋㅋ 정말 어마어마한 히트였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드류 배리모어는 한동안 '자라면서 인생도 망하고 영화도 망해서 사라진 배우' 상태였죠. 극적인 컴백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는 또 하필 '포이즌 아이비' 같은 거라서 뭔가 애잔한 분위기였는데 참 잘 극복한 것 같아요. 그걸 또 스필버그가 도왔다는 소문에 사람들 훈훈해하고 막... ㅋㅋ
당시에는 참 화제 거리가 없었는지 별의 별 것이 다 화제였죠.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는 뭐뭐 하는 특수 효과가 나온다더라!!! 이런 것도 엄청 화제가 되고 또 한국 티비 프로에서 바로 패러디하고... 하하.
2023.05.28 14:15
하지만 덕분에 "천년매호"를 보고 "스타워즈 제다이"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으니까요 내 마음대로
2023.05.28 13:52
예전 어린시절 봤을 때는 그냥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고 그런 좋은 작품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재감상을 할수록 장면의 구성과 씬과 씬의 유려한 흐름이 정말 이 때부터 이미 마스터의 경지라는 것을 뒤늦게 실감하게 되더군요. 영혼의 콤비인 존 윌리엄스 옹의 음악도 정말 당시 그 갬성의 절정인 것 같구요.
언급해주신 장면들도 다 명장면이고 개인적으로는 이티랑 엘리엇 둘이 침대에 누워서 서로 이티~ 엘리엇~ 하고 부르는 장면을 참 애정합니다. 흉내도 많이 냈었구요 ㅋㅋ
2023.05.28 14:18
<레이더스>도 대박 쳤는데 뭐 힘빼고 대강 만듭시다~ 천재들은 정말 얄밉지 않습니까.....<스타워즈>도 제작자 게리 커츠가 "조지 니가 그렇게 원하는 거니까 돕긴 돕는데 빨리 빨리 끝내라고...코폴라가 만드는 월남전 영화 다 같이 도와주러 가기로 햇잖아~" 그랬다던데요
2023.05.28 23:54
맞아요. 특별히 티나게 힘 주는 것 없이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그러면서 할 거 다 하는 느낌. 옛날옛적 표현으로 '천의무봉' 이런 게 떠오르고 막 그럽니다. ㅋㅋ
하하. 그 장면 저도 어릴 때 친구들이랑 자주 흉내냈던 기억 나요. 역시 사람 사는 건 다들 비슷하군요(?) 애절한 장면인데 뭔가 귀엽고 웃겼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