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4 02:08
유아사 요시코와 추조 유리코는 실존인물입니다. 유아사 요시코는 러시아 문학 번역가였고,
나카조 유리코는 십대 시절에 데뷔해 천재 소리를 들었던 소설가였죠. 둘은 공식적으로 친한
친구였고, 추조 유리코가 남편 아라키 시게루와 이혼한 뒤로는 몇 년간 같이 살았다고 하는데,
유아사 요시코의 고백에 따르면 당시 둘은 애인 사이였다고 합니다.
[요시코와 유리코]는 요시코와 유리코가 작가인 예코 노가미의 소개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요시코는 밥벌이 때문에 잡지 편집자 일을 하고 있었고, 유리코는 지나치게 빨리 한
결혼 때문에 숨막혀 하고 있었죠. 둘은 순식간에 친구가 되고 곧 서로에 대한 연애 감정을
느끼지만 둘 사이와 주변에는 극복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겉보기에, [요시코와 유리코]는 멜로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 물론 두 주인공의 상황은
충분히 로맨틱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멜로드라마로 접근하고
있지 않아요. 영화는 정서보다 이성에 집중하고 있고, 로맨틱하다기보다는 묘하게
희극적입니다.
이는 두 주인공의 성격과 입장 때문입니다. 이들은 그냥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아니에요.
1920년대 당시 그들은 시대의 첨단을 걷는 지식인이었고 작가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사랑에
빠지고 혼란스러워도 그들의 머리는 늘 핑핑 돌아가요.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고 설명하고
이들을 자신의 가치관 안에 끼워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둘이
같이 있을 때도 그래요.
이 정도면 묘하게 희극적이라는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적극적인 코미디를 의도한
영화는 아니에요. 관객들도 주인공들을 낮추어 볼 생각이 없고요. 하지만 이들은 1920년대
일본이라는 특수한 시대에 얽혀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그 때문에 관객들은 그들의
한계 역시 봅니다. 그리고 첨단을 달리는 지성인들만큼이나 시대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잖아요. 그리고 유리코의 남편 아라키 시게루는 진짜로 코믹해요. 불쌍하지만
코믹합니다.
감정이입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이성적인 대사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요시코와 유리코가 지루하거나 단조로운 인물이라는 건 아닙니다. 정반대에요.
그들은 모두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열정적입니다.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잔인해질
수도 있는 사람들이고요. 그리고 영화의 드라마는 그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캐릭터들을
따라갑니다. 단지 그러는 동안에도 이성을 언제나 먼저 놓을 뿐이죠. 그리고 바로
이런 태도 때문에 [요시코와 유리코]라는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는 거 같아요.
(12/04/24)
★★★
기타등등
캐스팅할 때 외모의 유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더군요. 배우들이 실제 인물들과
전혀 닮지 않았더라고요. 하긴 그런 식으로 캐스팅했다면 로맨스 영화로 파는 게
어려웠을 수도. 실제 추조 유리코는 거트루드 스타인스러운 여장부던 걸요.
감독: Sachi Hamano, 출연: Hitomi Toi, Nahana, Ren Ohsugi, Kazuko Yoshiyuki, Hisako Ohkata
IMDb http://www.imdb.com/title/tt175793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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