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8 22:11
[팬텀: 라스트 커맨더]를 왓챠에서 보았습니다. 전부터 보려고 했었던 영화인데 계속 타이밍이 안 맞아서 미루다
잊어버린 영화였어요.
소련 잠수함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냉전시대가 배경이고요. 낡은 디젤 잠수함이 중국에 팔리기 전에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는데, 같이 탄 KGB 요원 무리가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결국 잠수함은 KGB 무리에게
장악되고 끔찍한 음모가 드러나죠. 함장과 선원들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입니다. 이러니까 [쿠르스크]가 생각나는데, [쿠르스크]는 그래도 상상력으로 빈 칸을
채웠을 뿐이지, 일어난 사건 자체는 실화잖아요. 이 영화의 '실화에 바탕을 둔'은 조금 더 융통성 있습니다.
1968년에 일어났던 소련 잠수함 K-129 침몰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당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한 다음, 그 상상을 바탕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쓴 거죠.
[크림슨 타이드]가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단지 주인공이 소련 사람들인 거죠. 냉전시대의 압박감은 양측 모두
마찬가지였으니 어느 쪽을 주인공으로 삼아도 상관없긴 합니다.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는 거고. 단지 할리우드에서
만든 소련 배경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러시아 사람들을 연기하는 것부터가 어색하지만, 캐릭터들의 행동을 미국인 입장에서 평가한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요.
꽤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지지만 아주 잘 정리된 편은 아닙니다. 어처구니 없는 설정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크림슨 타이드] 쪽이 훨씬 긴장감을 잘 살렸고 [팬텀]은 영화 내내 성공적인 전작을 흐릿하게 흉내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채워주는 게 에드 해리스를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이죠. 이들이 미국 영어를 구사하는 게 신경 쓰인다는 평자들도
있었는데, 영화 내내 미국인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면 가짜 러시아 억양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요.
(20/05/08)
★★☆
기타등등
영화 후반부에 언급이 있지만 K-129는 나중에 미국이 인양했습니다. 이 이야기도 꽤 재미있는데,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더 어울리지요. 어딘가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감독: Todd Robinson,
배우:
Ed Harris,
David Duchovny,
William Fichtner,
Lance Henriksen,
Johnathon Schaech,
Julian Adam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922685/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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